이재용 사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 그룹의 후계 구도가 불투명해졌다. 동생인 이부진 전무가 사장이 되는 파격적인 승진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삼성은 3일 부회장급 2명, 사장급 9명, 보직변경 7명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삼성 측은 21세기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그룹 최고경영진의 진용을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삼성의 비전을 이끌 젊고 혁신적인 인물을 중용하고, 신성장 동력을 겸비한 부사장들을 대거 승진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당초 이재용 사장은 삼성전자 특정 사업부를 맡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예상과 달리 그대로 최고운영책임자(COO)직을 맡게 됐다. 과거 e삼성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를 이번에도 잡지 못한 셈이다.
이는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사장에게 보내는 신뢰에 대한 문제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지난 1일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서 이 사장의 역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능력껏 폭넓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 회장은 아직 하나의 사업을 완전히 맡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마음에 두고 간접적으로 표현한 셈이 됐다.
반면 이부진 사장의 승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이 부사장은 뛰어난 경영 수완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승진 요건인 전무 근속연한 3년을 다 채우지 못해 부사장 승진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두 계단이나 승진한 사장 자리에 임명됐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부진 사장은 기존 호텔 신라와 에버랜드는 물론 삼성물산 고문직까지 맡게 됐다. 삼성물산은 삼성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하는 계열사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업무와 일정부분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아예 정식으로 고문직이 주어졌다.
무엇보다 이부진 사장의 이번 승진은 지난 30일 루이비통의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유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와의 치열한 경쟁은 뒤로 하고서라도 세계적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루이비통을 설득한 이면에는 이부진 사장의 뛰어난 사업 수완이 발휘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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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부진 사장의 이번 인사조치는 삼성의 후계 구도는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 회장의 무언의 메시지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사장의 승진 소식에 후계구도가 완전히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번 인사 조치로 인해 다시 오리무중이 됐다며 삼성의 중심축은 당분간 이건희 회장이 될 것이며 후계 경쟁구도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