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장, 내년 가격파괴 도미노?

일반입력 :2010/11/29 08:29    수정: 2010/11/29 13:52

남혜현 기자

에이서가 가격 파괴 전술로 한국 시장 공략에 다시 나섰다. 관련 업계의 도미노 가격파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9일 에이서에 따르면, 2001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내년 상반기 안에 지사를 설립하고 국내 시장 재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에이서는 지사 철수 이후 지난해 8월 총판을 영입하며 이를 준비해 왔다.

한 번 철수한 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재기하기는 만만치 않다. 일단 시선도 곱지 않다. 그럼에도 에이서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가격이다.

이달 국내 시장에 출시된 에이서 노트북은 인텔코어i7 프로세서를 탑재한 최고사양(139만9천원)부터 트리플코어 프로세서를 갖춘 울트라씬(69만9천원), 아톰 프로세서를 채택한 넷북(KT 와이브로 약정시 공짜)까지 다양하다. 제품군 모두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인기를 끌고 있는 울트라씬 노트북 평균 가격은 90~110만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급 사양 대비 에이서의 제품이 국내 출시된 모든 노트북 중 가장 싸다"며 "에이서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간다면 (시장에) 어느정도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총판확대…내년 시장공략 본격화

에이서의 최저가 정책은 한국 진출에 두 번 실패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에이서는 지난해 8년만에 한국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지만 국내 노트북 시장 점유율은 아직까지 5% 미만이다. 그러나 만만히 보기는 힘들다. 가격 파괴 넷북으로 단숨에 글로벌 시장에서 2위로 뛰어오른 저력을 보인 에이서이기 때문이다.

에이서는 내년 상반기에 국내 지사를 설립하며 시장 다지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AS 등에서 책임감 있게 나서기 위해서는 기존 총판체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본사와 총판업체를 조율하는 직원 1명을 지난 10월 추가 채용했다. 현재 2명의 직원이 한국에서 지사설립을 준비 중에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 초에는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라면서도 "아직까지 본사와 이야기가 정확하게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변동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에이서는 자사 제품을 유통할 총판업체도 확장 계약중이다. 지난 7월 1년 독점 공급 계약이 만료된 두고테크 외에도 서너곳의 총판업체로 채널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총판업체와) 셋업 단계중"이라며 "올해 말까지 마무리를 지어서 내년 1월에 정확히 어떤 업체인지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파괴 가능한 까닭은?

다만 에이서에서는 '가장 싼 제품'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에이서 관계자는 "가장 싼 제품이라기 보다는 가격대비 제품 만족도를 높이려는 노력"이라며 "에이서가 국내서 자리 잡기 위해 전략적으로 싸게 출시하는 물건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에이서의 저가 정책이 노트북 단일 품종으로 최대 물량을 공급하는 '규모의 경제' 탓에 가능하다고 해석한다.

에이서 총판업체 관계자는 "에이서 제품의 가격이 낮은 이유는 글로벌 2위 규모로 노트북을 많이 출하하기 때문에 OEM업체로부터 물건을 값싸게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외에도 전세계 직원을 6천명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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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해외와는 달리 국내서는 국산 브랜드의 힘이 크다는 것도 외산 브랜드들의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또 다른 에이서 관계자는 "한국에는 외산 브랜드들이 다 로컬에 있는 인지도 있는 브랜드들이 가격을 저렴하게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에이서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전략적으로 집중을 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진출한 것"이라며 "지사설립이 늦어진 것도 적극적인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 운영상 자원을 어느 시점에 투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느냐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