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의 힘?…시스코와 어도비도 '맞장'

일반입력 :2010/11/10 14:56    수정: 2010/11/10 15:07

김우용, 임민철 기자

디지털 컨버전스로 인해 IT업계 판세는 언제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구도로 전환됐다. 급기야 창업 이후 서로 '나몰라라' 지냈던 시스코시스템즈와 어도비시스템즈도 싸울 수 밖에 없는 사이가 됐다.

시스코가 웹기반 컨퍼런싱 솔루션 '웹엑스'를 통해 모바일 확장을 선언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어도비도 웹 컨퍼런싱 기술 '커넥트'를 업그레이드하며 웹컨퍼런싱 솔루션 시장공략에 나섰다. 네트워크 장비와 디자인 솔루션으로 유명한 두 회사가 모바일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격돌하는 형국이다.

.■시스코 ‘웹엑스’ vs 어도비 ‘커넥트8’

시스코 웹엑스는 시스코의 기업용 통합 커뮤니케이션(UC) 인프라를 연결하는 웹기반 컨퍼런싱 서비스다. 화상회의와 전자칠판 기능을 비롯해 실시간 채팅과 문서 공유 기능을 통한 협업 환경을 구현해준다.

시스코는 지난 9월 아이폰·아이패드용 웹엑스 애플리케이션에 텔레프레즌스 연동 기능을 추가한데 이어 내년 1분기 안드로이드기반 삼성 갤럭시탭에도 이를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어도비 커넥트는 플래시 기반 웹컨퍼런싱 및 협업 솔루션이다. 문서 관리 솔루션의 일부였던 ‘어도비 애크로뱃 커넥트’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대거 변경하고 개발자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와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 지원을 강화했다.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포함해 플래시를 지원하는 모든 플랫폼에서 웹기반으로 사용 가능하며, 플래시를 쓸 수 없는 애플 제품에서는 클라이언트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제공된다.

성장배경만큼 극명한 성격차

두 회사의 솔루션 모두 비슷한 기능을 내세운다. 또한 모바일 환경을 위한 기능 및 지원도 강화돼 수백만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를 끌어들일 여지를 갖췄다.

그러나 네트워크에 기반한 UC시장에서 활동해온 시스코와 콘텐츠 제작툴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어도비는 양사 배경만큼 솔루션 성격도 대조적이다.

웹엑스는 SaaS 전용 서비스로 시스코 주특기인 기업용 텔레프레즌스 시스템과 데스크톱용 화상회의 인프라에 모바일 단말기를 연결한 성격이 강하다. 인프라가 중심으로 웹엑스는 단말기와 TP를 연결해 효용성을 높이는 양념에 해당한다.

때문에 시스코의 웹엑스는 제한된 유연성을 보인다. 고객에게 웹엑스의 API를 제공하지만 그룹웨어 연동 외에 자율성은 없다. 또한 디바이스에서 웹엑스 클라이언트를 사용하려면 시스코에서 개발한 별도 플러그인이 설치돼야 한다.

시스코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용으로 각 클라이언트를 별도로 개발하는 것은 웹기반 서비스를 브라우저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웹엑스는 단독으로 쓰이기보다 서비스와 하드웨어, 단말기를 합친 토털 UC솔루션의 구성요소 성격이 강하다”며 “고객 상황에 맞게 솔루션을 조합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를 시스코에서 자체 개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어도비 커넥트는 온프레미스와 SaaS 호스팅 형태로 모두 제공되며 고객의 자율성도 시스코보다 높다.

기업용 통신(SIP)을 사용하는 기존 화상회의 업체 솔루션이나 주요 학습 관리 시스템(LMS)과 호환, 통합할 수 있다. 플래시, 플렉스, 액션스크립트 개발자를 위한 신규 API를 100개 이상 제공해 기업 사용자들이 입맛에 맞게 개발하기에 유리하다.

플래시 플러그인이 지원되는 모든 단말기에서 작동하며, 웹기반이므로 별도 HW의 추가 구입도 불필요하다.

하지만 고객의 자율성이 높은 만큼 고객이 갖는 부담도 커진다. 기업들이 자사 여건에 맞게 솔루션을 변형해 적용하려면 별도 개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필요한 서비스를 간단히 도입하려는 고객으로서도 꺼려지는 부분이다.

웹 컨퍼런싱 솔루션 시장 대충돌 예고

미국시장의 웹엑스는 기본적으로 온디맨드 서비스 형태로도 제공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전사적 통합 UC 솔루션 형태로 제공됐다. 또한 기업 내 그룹웨어가 보급된 시장 속에서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시스코코리아는 최근 모바일과 화상회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 속 웹엑스의 시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다. 또한 대기업 외 중견중소기업(SMB) 공략도 강화해 UC 확산을 노리고 있다.

한국어도비는 그동안 국내 커넥트 솔루션 사업에 적극성이 부족했다고 판단, 이번 커넥트8 버전 출시를 통해 시장 공세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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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 커넥트는 주로 콘텐츠 제작이나 이와 관련된 교육 환경의 협업툴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크리에이티브 스위트(CS) 솔루션을 비롯한 콘텐츠 개발툴 시장에서 국내 입지를 다져온 만큼 관련 분야의 협업 솔루션으로 사용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한국어도비 관계자는 "최신 솔루션이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전략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국내서는 호스팅서비스보다 온프레미스 형태로 대학 등 교육시장에서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