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지재권 협상 ‘파행’…결국 법정으로?

일반입력 :2010/10/29 17:31    수정: 2010/10/29 17:58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았다. 블리자드가 MBC게임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e스포츠협회에 이어 케이블 방송사인 온게임넷, MBC게임 등이 스타크래프트 리그(이하 스타 리그)를 강행한다고 밝혀 후폭풍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 사무국)에 이어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각각 개인 스타 리그인 '온게임넷 스타 리그(OSL)', 'MBC게임 스타 리그(MSL)'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 협상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때문에 협상 당사자인 블리자드와 블리자드의 e스포츠 파트너사 그래텍(곰TV)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리그 강행과 관련해 별도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협회 사무국은 지난 16일부터 스타 프로 리그를 시작했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은 일정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리그 개막을 알린 상태다. 이들은 후원사도 정했다. 협회 사무국은 신한은행을 잡았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은 각각 동아제약, 웹하드 업체 피디팝을 후원사로 결정했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은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 협상을 우선 마무리해야한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 게다가 협회 사무국과 각 방송사는 e스포츠팬들의 기대에 부흥해야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협상은 계속하면 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스타 리그 및 방송 중계는 2차 저작물에 해당되는 만큼 원저작권자인 블리자드 또는 그래텍과 별도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협회 사무국과 두 케이블 방송사가 리그 강행을 선택한 것이 잘못이라는 하나의 방증이기도 하다.

■협상에 지친 블리자드, “지적재산권 보호 위해 소송 결정”

최근 블리자드는 MBC게임 등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는 협의 없는 스타 리그 강행이 잘못됐다는 점을 확실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MBC게임은 온게임넷과 다르게 상반기 리그 개최와 방송중계 계약을 맺지 않고 강행했다. 이런 상황에 MBC게임은 하반기 리그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폴샘즈 블리자드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블리즈컨2010 행사장 2층에 마련된 인터뷰 자리에서 “우리가 창조한 게임과 지적재산권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e스포츠협회, 방송사 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 수개월 동안 노력해 왔지만 이제 법적 대응만이 남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우선 MBC게임 측에게 소송을 제기하려고 준비 중이다. 온게임넷과 협회 사무국도 소송 대상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현재 블리자드와 그래텍은 소송 당사자와 절차를 고민 중인 상태다.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방송중지가처분 신청 또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다음 주가 고비라고 내다보면서 블리자드 본사에서 직접 소송을 제기하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계 게임사인 블리자드가 본사 차원에서 직접 움직일 경우 국제 분쟁으로 격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중재안이 나오느냐 아니냐에 따라 소송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MBC게임이 맞소송으로 대응할 경우 스타크래프트 지재권 협상 이슈가 단기간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협상 당사자 간에 중재안이 나오지 않으면 법적 소송과 맞소송 등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e스포츠팬들과 프로게이머의 입장을 고려해야한다는 점이다. 인정할 것은 빨리 인정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협회 사무국-10개 프로게임단, 공동 진화 나서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 협상 이야기는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협회 사무국은 IEG를 앞세워 스타 리그 방송중계권을 판매한다고 공식화 했다. 이후 블리자드는 e스포츠팬들과 프로게이머의 입장을 고려해 스타크래프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말아달라며 요구해왔다. 지난 6월 그래텍이 블리자드의 e스포츠 관련 라이선스를 확보한 시점을 포함하면 약 4년간 협상이 진행된 셈이다.

협회 사무국은 스타 리그 개최와 방송중계 관련한 대부분의 권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그래텍은 부당하다며 수차례 양보안을 제시했고 지난 16일 공식 서한을 통해 협상안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한 상태다.

그래텍이 공개한 서안을 보면 ▲토너먼트 당 주최료 1원과 방송 중계료 1억 원 ▲방송 제작물에 대한 50대50 소유권 인정 ▲원저작권자의 지적 재산권 소유 인정 ▲서브 라이선스 권한을 받은 자가 스폰서십 금액 전부를 소유한다는 등이 내용이 포함됐다. 

협회 사무국이 위기감을 느껴서일까. 협회 사무국이 10개 프로게임단 등을 대표해 협상에 대한 속사정을 드러냈다. 블리자드가 MBC게임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 1주일만이다

지난 29일 협회 사무국이 밝힌 내용을 보면 ▲프로리그 중계권 수입을 전액 리그 운영에 재투자하고 있다 ▲협상 진행 과정에서 법적 소송 언급은 유감이다 ▲협회와 게임단은 협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신의성실에 입각해 임하고 있다 등이 주요 골자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협회 사무국 등이 협상을 잘 해오다가 블리자드가 갑자기 소송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대목이다. 블리자드는 MBC게임 측이 협상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특히 블리자드와 그래텍은 그동안의 협상이 잘 진행 중이었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느 정도 협상이 진행되면 새로운 안건을 또다시 들고 나와서다. 최근에는 협회 사무국이 프로게임단과 두 케이블 방송사를 대표해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 외에도 스타크래프트2 지적재산권 관련 이슈를 꺼냈다고 알려졌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지칠만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그래텍은 협상 대상과 세부 내용 등이 다른 만큼 각각 협상에 임해야한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텍은 온게임넷, MBC게임 등에 내용증명 서한을 보내는 방식으로 협상 조건과 리그 강행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는 비영리 단체와 영리 기업이란 기준에서다. 블리자드가 MBC게임에 우선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것은 협상 종료일과 협상안 등의 내용을 담은 서한을 MBC게임에 전달했지만 회신 기일을 넘겼기 때문. 그래텍이 온게임넷에게 전달한 서한도 회신 기일이 임박했다고 알려져 줄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그래텍,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그래텍은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향후 어떤 후속조치를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은 법원의 판결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끝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한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e스포츠 시장 구축이 한창이 대만 등의 국가에서 우리나라 토종 게임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무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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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소송 제기를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협회 사무국와 온게임넷, MBC게임 측이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지적재산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협의를 하면 간단히 끝날 일”이라며 “e스포츠 시장의 기득권자와 원저작권자의 오랜 줄다리기에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두 지친 상태다. 계속 이런 분위기가 연출되면 각 게임사와 e스포츠팬, 프로게이머에게 피해가 생길 수 있어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