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화상회의가 만들 수 있는 민망한 시나리오

일반입력 :2010/10/17 10:03

가정에서도 화상회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상대방과 대형 스크린으로 대화를 나누던 모습은 어느새 현실이 됐다. 시스코시스템즈는 '유미', 로지텍은 구글TV '레뷰'를 통해 화상회의를 가정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화상회의 시장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시스코 자체조사에 따르면 2014년 모든 인터넷 트래픽의 90%는 비디오가 차지할 전망이다. 화상회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희망으로도 읽힌다. 그래서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은 입버릇처럼 비디오는 또 다른 음성이라고 말한다.기대가 큰 만큼, 시스코와 로지텍은 가정용 화상회의 시스템에 대해 판타지를 퍼뜨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고 나온 판타지는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아직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다. 선수들 사이에선 가정 화상회의 시장이 쉽게 형성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서비스 품질이나 가격 때문에? 그럴수도 있지만 더큰 걸림돌이 등장했다. 화상회의 서비스가 가정을 파고들려면 오랫동안 사람들을 지배해온 삶의 방식과 문화도 함께 변화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알게 모르게 바뀌어 간다. 요즘 같은 시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만만하게 보고 제품을 내놓는 기업들이 있다면 신이 내린 회사거나 얼마 못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문화코드를 읽는 것은 IT업계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다시 화상회의 얘기다. 화상회의는 앞으로 개인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영화에서나 봤던 환상을 경험할 수도 있겠지만 생활이 불편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미국 지디넷닷컴 '가정 화상회의가 당신의 삶을 어그러뜨릴 이유'이란 기사를 사진과 함께 정리해 눈길을 끈다.가장 먼저 집안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했을 경우 해야 할 일은 집안을 청소하는 일이다.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곳은 차치하고라도 화면상에 나타나는 장면만큼은 깨끗해야 한다. 집안의 거실은 항상 깨끗한 공간과 항상 지저분한 공간으로 나뉠 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불편하고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테리어 문제도 있다. 화상회의를 가정에 도입하는 사람이 만약 가구나 벽지 등 집안 인테리어에 문외한이라면 서둘러 공부할 필요가 있다. 남 부끄럽지 않은 좋은 배경화면을 위해 고급 가구로 집안을 꾸며야 할 것이라고 지디넷은 지적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집착이나 자의식이 강한 사람은 화상회의 시스템를 거실에 설치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해결책이 있다. 가면이나 봉투로 당신의 얼굴을 가리는 것이다. 물론 눈을 감는다고 상대방도 당신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슈퍼맨(?)처럼 과시욕이 과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대형 TV화면에서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오전 10시 거실에서 회사 임원들과 화상회의가 예정됐다. 당신은 카메라 앞에 앉기 전 몸단장을 해야 한다. 스마트워크로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 과거 집안에서 다소 풀어진 모습으로 지내던 시절을 떠올리게 될 지 모른다.

개인적인 치장은 점점 발전할 것이다. 풀HD급 화질로 제공되는 최고품질 화상회의 덕분이다. 하지만 사소한 부주의는 사람의 빈틈을 내보일 수 있다.

사진속 남자는 지금 집에서 화상회의 중이다. 그는 상사에게 우리 아이가 심한 독감에 걸렸다고 주장한다. 정말 감기에 걸렸을까? 기억하자. 마스크는 타인에게 감기가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도구다. 그는 사실 면도하는 것을 잊었다.

화상회의를 이용하는 그때, 다른 공간에는 더 신나는 일이 펼쳐지고 있다. 서재에서 화상회의를 하면서 방 바깥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들을 어떻게 참아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부부싸움도 결코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화상회의 시간에 맞춰 부부싸움 스케줄을 짜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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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손에 땀을 쥐는 스포츠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결정적인 장면이 나오려는 찰나 할머니나 직장상사가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이제 무엇을 택해야 할까?

거실에 리모콘은 몇 개나 될까. TV, 케이블TV, 오디오, 에어콘 등의 리모콘에 화상회의용 리모콘도 하나 추가다. 이제 탑을 쌓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