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직원들은 정말 몰랐을까?

기자수첩입력 :2010/10/15 08:00    수정: 2010/10/15 13:25

봉성창 기자

지난 8일 5호선 여의나루 지하철역. LG전자 평면TV 브랜드인 엑스캔버스를 알리는 대형 광고 스크린을 쉽게 볼 수 있다. 4개의 화면을 엮은 해당 대형 스크린은 일반인이 봐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른쪽 상단 화면만 유독 다른 색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이러한 옥외광고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곳에 설치된다. ‘우리 집에도 큰 화면의 TV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생각과 함께 무의식적으로 ‘엑스캔버스’를 떠올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 만큼 광고판에는 작은 하자도 없어야 한다. 고장난 광고판이 제대로된 광고 노릇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사실을 광고주가 알게된다면 그야말로 펄쩍 뛸 노릇이다.

여의나루역에 있는 LG전자 광고판을 어떻게 봐야할까? 여의나루역은 LG전자를 비롯해 LG 그룹사들이 입주해 있는 ‘LG트윈타워’와 불과 2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적지 않은 LG전자 직원들이 여의나루 역을 통해 출퇴근을 한다. 한 명의 직원이라도 회사 관련부서에 전했더라면 일찌감치 조치됐을 일이다. 한마디로 광고주는 침묵한 셈이다.

LG전자가 개발한 평면TV는 경쟁업체 제품에 비해 정직한 색감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과장되지 않은 정확한 발색으로 실제 맨 눈으로 보는 것과 동일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정작 홍보용 제품의 색감이 어긋나 있다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수 없다. 물론 사소한 부분일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안 좋은 인상을 줄 가능성이 높다.

LG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2분기 실적 악화에 이어 이번 분기에는 1~2천억원 수준의 영업적자까지도 예견되는 상황이다. 지난 1일 구원투수로 등판한 구본준 부회장은 TV와 휴대폰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사업 전반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특히 내년은 스마트TV 시장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해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는 환율이나 가격 변동과 같은 외부적 변수가 많지만, 디지털 완제품은 제품 완성도와 마케팅에 의해 당락이 결정된다. 한마디로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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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캔버스’나 ‘인피니아’와 같은 LG전자 TV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각종 글로벌 시상식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수상소식을 전할 만큼 세계적으로 탄탄하다. 스마트TV 사업을 통해 실적 반등은 물론 애플이나 구글을 제치고 1등 브랜드를 차지하는 것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15일 다시 여의나루역을 찾았다. 고장난 스크린은 일주일 남짓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른 색을 냈다. 그 사이 여러 일들이 있었다. 1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열린 한국전자전에는 하루 수천 명의 관람객이 LG전자 부스를 방문해 신제품을 관람했다. 그보다 앞선 9일 여의도 불꽃축제에는 12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