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 관련 지적재산권(저작권)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두고 민관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 부문에서 공공재일 수 있다는 주장과 이를 명분화하기 위한 법안 통과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블리자드가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7일 허원제 한나라당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e스포츠 콘텐츠 저작권 쟁점과 해결방안’ 공청회가 개최됐다. 오전 9시30분 국회의원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는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주장하는 시간을 제공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와 관계부처, 게임사, 한국e스포츠협회 등이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상생과 협력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 부문에서 공공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돼 뜨거운 논란이 일 전망이다.
공공재는 말 그대로 공적 의미를 갖는 재산을 뜻한다. 주인이 없다는 것으로 어느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활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남형두 교수(연세대학교 법학)는 “블리자드 측이 그래텍 곰TV 측에만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를 중계할 수 있다고 방침을 정했다”면서 “e스포츠는 분명 스포츠라는 공공의 영역이다. 축구라는 경기를 피파(FIFA)만하고 한국축구협회는 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 부문에서 100% 사유재산은 아니다. 또한 100% 공공재거나 아니라고도 볼 수 없다. 이번 저작권 협상이 치킨게임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이해관계를 분명히 해야한다”고 의견을 전해 참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 대변인으로 참석한 안혁 변호사는 “게임물은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요소가 아닌, 그 자체로 완결성을 지닌 콘텐츠”라며 “현 법안은 게임사의 저작권을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e스포츠의 발전이 블리자드의 이익을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식으로 진행되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e스포츠의 공공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저작권은 재산권이며,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할 만큼 e스포츠가 공공적 이익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게임물 공공재 관련 법안 나오나
무엇보다 이번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스타크래프트 뿐 아니라 e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된 게임물을 공공재화하고 이를 명분화하기 위한 법률안이 탄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
허원제 의원은 e스포츠 관련 법안을 문방위에 올린 상태다. 전문의원 심의와 더불어 법사위의 검토가 남아있지만 별다른 이슈가 없는 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 의원이 올해 국감에서 스타크래프트 저작권 이슈를 계속 수면위로 올리고 e스포츠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 배경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공청회에서 그 이유가 드러났다는 오해도 불거질 전망이다.
모양새는 이미 나왔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과 정병국 문방위 위원장, 한선교 의원 등의 일부 여당 의원이 오전부터 공청회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상생과 협력을 강조했다. 허원제 의원이 준비 중인 법안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외국게임사를 상대로 힘자랑에 나섰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논란이 일수 있는 상황이다.
허원실 의원실 측에서 미리 이러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부연설명에 나섰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허원제 의원실의 김상헌 보좌관이 공청회 자리에서 “자료집을 보면 e스포츠 관련 법안 내용이 문방위에 상정된 상태다. 현재 전문위원이 조항을 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며 “법안이 무조건 통과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 조항이 있으면 새로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지난 6일 국감에서 허원제 의원은 이보경 저작권위원회 위원장에게 “스타크래프트와 관련된 2차 저작권은 방송국 측에 있는 것이 맞지 않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이보경 위원장은 “2차 저작물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게임에 대한 저작권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에 있다. 당사자 간에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 궁지에 몰린 블리자드, 어떤 행보를 보일까?
블리자드가 외국계 회사라는 점에서 향후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가 관전포인트다. 블리자드는 미국에 본사를 둔 게임사다. 한국법인인 블리자드코리아가 국내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지만 외국기업인 것.
때문에 업계에서는 블리자드가 본사 차원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국제 분쟁으로 격을 높일 수 있다. e스포츠 저작권에 대한 확실한 법적 근거가 없고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글로벌적인 접근을 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e스포츠 저작권 협상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만큼 보다 현실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결론 도출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유명 게임이 무단으로 e스포츠 종목으로 활용되고 이를 통해 일부 단체가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어서다.
이날 공청회의 내용만 놓고 보면 블리자드 측이 e스포츠와 관련해 무조건적인 협력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법제화도 진행 중이고 토론자의 대부분이 e스포츠 관련 저작권은 방송사에 있다고 몰아갔다. 물론 이들은 협력과 상생에 대한 의견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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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고위관계자는 “이번 e스포츠 관련 저작권 문제는 대부분의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각사가 제작한 게임도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물에 대한 저작권은 게임사에게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가공한 영상물이나 e스포츠 관련 중계권에 대해 확실한 법해석이 없어 아쉽다”면서 “문제는 어느 누가 게임사의 입장을 대변해 주느냐다. 정부가 e스포츠 산업을 위해 신경 쓰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보다 글로벌 적인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스타크래프트 저작권 이슈가 불거진 것은 한국e스포츠협회가 e스포츠 중계권 판매를 시도하면서다. 협회가 비영리 단체에서 영리 단체로 탈바꿈하는 단계에서 블리자드가 저작권 협상에 나섰고 지금까지 해결이 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