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상생 위해 나선 정부… 공공재 논란 '불씨' 여전

일반입력 :2010/10/07 17:57    수정: 2010/12/29 21:34

전하나 기자

e스포츠 콘텐츠 저작권에 대해 민관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공청회가 개최됐다. 한국e스포츠협회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e스포츠 중계권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공식적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첫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허원제 한나라당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e스포츠 콘텐츠 저작권 쟁점과 해결방안'공청회가 국회의원회원 1층 소회실에서 7일 열렸다.

이날 허 의원은 개회사에서 e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이 e스포츠 저작권에 대한 세계적인 표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를 합의하기 위한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규 교수(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가 사회를 맡은 토론회에는 남형두 교수(연세대 법대), 김범훈 드래곤플라이 실장, 안혁 변호사(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대변인), 정연덕 교수(건국대 법대), 오원석 사무총장(국제e스포츠연맹), 송석록 사무총장(대한올림피언협회), 조정현 국장(MBC미디어플러스)이 토론자로 나섰다. 특히 이제동 선수(화승 오즈)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 '인정과 협력'에 한 목소리

발제를 맡은 남형두 교수는 게임사 뿐 아니라 선수나 게임 방송사, 프로게임단 모두 e스포츠 시장에 기여한 만큼 각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치킨게임 아닌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범훈 드래곤플라이 실장은 e스포츠를 단순한 게임이 아닌 하나의 스포츠로 바라볼 때,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산업군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1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분명히 보장받아야하지만 이를 e스포츠로 발전시키는 것은 공동의 영역이다. 같은 게임사 입장에서 좋은 방향으로 해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원석 e스포츠연맹 사무총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e스포츠 부문에서 앞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e스포츠 종주국이 되기에는 미약한 환경인 것이 사실이라며 e스포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종목사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정현 MBC미디어플러스 사업센터장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게임사와 방송사의 공통된 의견은 우리나라 e스포츠 시장 확대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선 긋기를 끝내고 타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블리자드 대변인으로 나온 안혁 변호사는 e스포츠대회가 블리자드의 이익을 도모하는 데 충분히 기여하고 있고, 이용자와의 소통수단이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합의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들춰보면 공공재 논란 갈등의 '불씨' 여전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대부분의 관계자는 협력과 상생에는 공통된 의견을 냈으나, 스타크래프트의 e스포츠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대립 양상을 보였다.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해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형두 교수는 스타크래프트의 원저작권자는 블리자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영상물이라는 2차적 저작물의 범주에서 스타크래프트게임 경기방송을 할 때 블리자드의 허락을 받아야한다는 것은 승자독식의 논리라고 비판했다.

블리자드 측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원저작권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안혁 변호사는 게임물은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요소가 아닌, 그 자체로 완결성을 지닌 콘텐츠라며 현 e스포츠진흥 법률은 엄연히 게임사의 저작권을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e스포츠의 발전이 블리자드의 이익을 박탈하는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e스포츠의 공공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저작권은 분명히 재산권이며, 사적 재산권을 제한할 만큼 e스포츠가 공공적 이익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보편적 시청권을 내세우며 스타크래프트를 e스포츠 부문에서 100% 사유재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보편적 시청권은 남아공월드컵2010 당시 SBS 독점중계권 때문에 불거졌다.

남 교수는 블리자드가 곰TV 측에만 중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축구 경기를 피파(FIFA)만 하고 한국축구협회는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나라며 e스포츠는 분명 스포츠라는 공공의 영역이다. e스포츠콘텐츠가 100% 공공재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100% 사유재산으로 볼 수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안혁 변호사는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남 교수의 의견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변호사는 SBS독점중계의 경우 방통위의 판결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과징금의 대상이 될 뿐, 독점중계가 문제가 됐다고 해서 MBC, KBS가 그냥 방송중계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더불어 조정현 MBC미디어플러스 사업센터장은 방송사는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중계권료를 지급해왔다. 의도적으로 (블리자드의) 권리를 침해한 적이 없다. 불법과 무단이라는 말은 억울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중계권료를 협회 측에 지급하면서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중계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허울만 e스포츠 종주국? 팬들과 선수들은 어쩌나

이날 공청회에서는 게임물에 대한 저작권 뿐 아니라 프로게이머에 대한 실연권과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다양한 법적 해석도 나왔다.

남 교수는 현재의 저작권 논의에서 게임사와 방송사 말고도 중요한 쟁점은 선수들이다라며 화두를 던졌다. 그는 영상물에는 선수들의 이름, 얼굴, 목소리, 캐릭터들이 나오기 때문에 퍼블리시티권에 의한 보호를 해야 한다며 프로선수의 경우 각기 다른 전술과 개성이 드러나는 경기진행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저작권법상 실연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안혁 변호사는 저작권법상 실연자가 되기 위해서는 '저작물이나 저작물이 아닌 것을 예능적으로 표현해야한다'고 규정돼있다. 선수의 플레이는 승부를 위해서 최선의 전략을 펼치는 것일 뿐, 예능적 표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로게이머는 구단, 게임대회의 주최권자, 방송권자와의 계약관계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다. 실연권이 보장된다고 해도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이 구단과의 계약관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면 아무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폐막한 제10회 월드사이버게임즈(WCG)에서 3연패를 달성, 통산 6회 종합 우승을 거뒀다. 이외에도 국제e스포츠연맹을 서울에 유치하는 등 지나온 10년의 성과는 분명 있었다. e스포츠 종주국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지루한 싸움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토론자들은 마무리 발언에서 잠재력 큰 e스포츠의 성장을 보다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작권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