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를 중심으로 한 미국 기업들이 블랙베리 대신 아이폰을 ‘공인폰’으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아이폰 타도를 외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략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캐나다 RIM(Research in Motion, 림)의 블랙베리는 수년간 비즈니스폰의 대명사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서만 4천만명 이상이 쓰는 판매 1위 스마트폰이다.
월가는 블랙베리 돌풍의 근원지였으나 최근 상황은 180도 변했다. 블랙베리를 버리는 것이 월가 기업들 간 유행처럼 번지는 중이다.
미 자산규모 2위 은행 JP모건체이스가 대표적이다. 직원 22만명이 쓰는 블랙베리를 아이폰으로 바꾸는 작업을 검토 중이다. 수년간 오로지 블랙베리로만 회사 이메일을 쓰게 했던 JP모건이기에 RIM이 받을 충격은 더 클 전망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직원들에게 아이폰 이용을 허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블랙베리를 아이폰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스탠다드차타드, 스캐든압스 등 글로벌 공룡들도 아이폰 도입을 검토, 블랙베리 퇴출 분위기를 고조시킨 주자들이다.
■“아이폰, 장난감 아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월가의 블랙베리 퇴출에 대해 ‘금융사 주요 고객이 아이폰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곧, 고객들이 아이폰을 쓰니 기업 입장에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개인시장서의 아이폰 열풍이 기업시장까지 번진 것이다. 애플에 따르면 포춘 100대 기업 가운데 80%가 아이폰을 업무용으로 활용하고 있거나 테스트 중이다. 스티브 잡스가 예고한 아이폰의 기업시장 지분 확대가 상당히 진행된 모습이다.
애플은 지난 4월 공개한 아이폰 운영체제(OS) 4.0 버전에 프로그램 보안, 직원들에게만 애플리케이션 뿌리기 등의 기능을 추가하면서 기업고객들에게 러브콜을 보냈었다.
결국 아이폰은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월가의 주요 비즈니스 도구로 떠오르는 데 일단은 성공했다.
■삼성, 기업특화 스마트폰 반격카드?
이에 따라 전 세계서 애플과 전쟁 중인 삼성전자의 대응책에도 관심이 모였다. 최근 미국서 갤럭시S 판매량이 45일만에 100만대를 돌파, 좋은 흐름을 탄 삼성전자다.
월가의 아이폰 바람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언급을 자제하는 상황. 갤럭시S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오피스 대형 구축 사례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대기업들과 접촉 중이라는 것만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애초에 갤럭시S를 '모바일 오피스'에 적합하다고 홍보해왔다. 최근 발표한 전 직원 대상 갤럭시S 지급 계획도 이 같은 홍보 전략의 일환이다. 그만큼 기업시장 공략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손대일 삼성전자 미국통신법인(STA) 법인장은 “갤럭시S가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이달 말까지 200만대 공급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기업용 스마트폰 ‘갤럭시Q’를 개발 중이라는 소문도 나왔지만 관계자들의 공식 인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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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수요층 확대를 겨냥한 여러 신제품을 개발 중인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쿼티자판과 문서작성, 매니지먼트 기능 등에 초점을 맞췄다는 외신보도가 종종 눈에 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이 기업시장서 약하다는 평가가 줄어드는 상황이 삼성전자에게는 부정적”이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애플의 월가 공략에 맞설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