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플랫폼 격변기…방송서비스 진화는?

일반입력 :2010/09/23 16:40    수정: 2010/09/23 16:42

TV 플랫폼의 격변기다. 상반기 3DTV가 주도했던 변혁을 지금은 스마트TV가 이어가고 있다. 콘텐츠 이용수단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지만 방송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방송업계도 대형 케이블TV방송사(MSO)를 중심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시도돼 왔다. 데이터방송, 양방향서비스 등으로 여러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대체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양방향 데이터서비스는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시청자의 이용행태를 바꾸지 못했던 게 큰 원인이었다.

IPTV에서 커넥티드TV로, 다시 스마트TV로 넘어가는 뉴미디어 플랫폼은 수동적인 시청자를 능동적인 참여자로 변화시키는 것을 성공조건으로 한다. 기술적으로 아무리 참신한 서비스라도 사용자가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내다볼 시간이다.

■디지털케이블TV의 도전과 좌절

국내에서 디지털케이블TV의 시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케이블TV방송사(SO)는 초고속 케이블TV 네트워크(HFC)를 활용한 여러 데이터 서비스를 시도했다. 현재 사업초기 IPTV가 내놨던 양방향 서비스 대부분을 이미 시도했던 케이블TV다.

CJ헬로비전은 TV화면을 통한 피자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TV화면에서 리모콘 조작으로 피자를 주문하는 서비스다. 나름 참신한 시도란 업계 평가를 얻었다. 홈쇼핑, 식품 프랜차이즈와 엮여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아쉽게도 이 서비스는 얼마 안 있어 자취를 감췄다. 집전화나 방문 주문에 익숙한 가입자들의 행태를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TV 주문을 이용할 경우 추가할인을 제공하는 등 나름의 혜택이 제공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케이블TV를 통한 공공정부 서비스도 시도됐다. 공문서 발급을 가정에서 TV로 신청하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이 서비스도 중단되고 말았다. 전자정부 시스템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인터넷 신청·발급서비스가 대폭 개선된 탓이 컸다. 공공기관을 방문해 신청하는 것에 비해 편리한 점이 대기시간이 짧다는 것 외에는 없었던 것도 원인이었다.

이밖에 현재 서비스중인 TV노래방, 주문형 음악감상서비스(AOD), TV만화 서비스 등도 도입초기 부침을 겪었다. 리모콘 조작, 사용자 환경(UI) 등이 복잡해 서비스 접근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SO들은 리모콘, UI 개선과 셋톱박스 고도화에 끊임없이 투자해 지금 모습을 만들었다.

■‘TV+홈쇼핑’ 티커머스의 현실

양방향 TV서비스로 가장 기대됐던 것은 방송 연동형 TV전자상거래(티커머스)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소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리모콘 버튼을 누르면 화면상에 쇼핑정보가 나타나고 관련 사이트로 이동하거나 결제를 할 수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월 방송연동형 TV전자상거래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지상파 방송까지 그 범위가 확대됐고, 전화,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수단도 확대됐다.

하지만 티커머스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제작부터 송출, 결제까지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지상파와 IP네트워크를 연동하고 방송화면에 쇼핑정보를 입력하려면 방송사·홈쇼핑업체·통신사·솔루션업체 등 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일단 프로그램 제작부터 티커머스를 연동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인터넷과 연결하는 솔루션도 요구된다. 하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국내 방송프로그램제작사는 이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고, 송출자인 플랫폼 회사의 지원이 절실하다.

티커머스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IPTV 사업자들마저도 여기에서는 투자를 꺼린다. 통신사들은 콘텐츠 수급에는 적극적이지만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서비스 개발비용은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논의만 무성한 가운데 실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티커머스의 현실화는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인다. 별도의 페이지를 할당해 쇼핑정보를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가 IPTV에서 시행중이지만 이용방법이 불편해 실제 구매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사용자 경험(UX)과 망 연동이 열쇠, 그리고 '돈' 

분명 마케팅의 기류는 이미 시청자 중심에서 서비스제공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욕구를 파악해 그에 맞춘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과거라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소비자 욕구를 끌어올리는 것이 현재다”라고 밝혔다.

숱한 좌절을 경험한 데이터방송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보다 사용자 경험(UX)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비스 편리성과 시청자의 이용욕구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시청자는 아무리 새로운 서비스라도 이용방법이 조금만 부담스러우면 눈길도 주지 않는다. 리모콘을 단순화하고 화면UI를 개선해 접근을 용이하게 하면서 이용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방송과 인터넷망 연동도 중요한 문제다. 우선 콘텐츠와 네트워크의 원활한 연동이 필수적이다. 영상에 입히는 메타정보가 인터넷 네트워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네트워크의 효율적인 이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덩치 큰 영상기반 양방향 서비스가 늘어나면 그 부담은 네트워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케이블TV업계가 최근 도입한 RFOG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존 케이블방송망(HFC)과 광케이블망(FTTx)을 동시에 활용해 서비스품질(QoS)를 높이려는 시도다.

결국 모든 것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방송사와 통신사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방송사와 통신사는 이제 막 미래 방송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초기인 만큼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를 내다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관련기사

업계는 스마트TV가 당장 대체제로 부상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네트워크와 콘텐츠를 보유한 통신사, 방송사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주장이다.

방송과 통신은 돈이 필요하다. 여기에 투자여력을 가진 제조업체들이 서비스 플랫폼 영역을 넘보고 있다. 막 태동하려는 ‘스마트한 TV’를 위해 각자의 장점과 욕구를 결합한 공생관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