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전화 전체 가입자가 80%를 넘어선 시점에 ‘010 번호통합 정책’을 내놓겠다던 방송통신위원회가 7개월이 늦어진 지난 15일, 드디어 010 번호통합 정책을 발표했다.
방통위가 발표한 내용의 요지는 ‘011·016·017·018·019 등 01x 번호를 2018년까지만 허용하고, 2019년부터 이동전화 식별번호는 010으로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단, 01x 가입자의 스마트폰 가입과 010 번호를 쓰면서도 상대방에게 01x 번호 노출을 원하는 가입자를 위해 이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덧붙었다.
하지만 덧붙은 설명과 그 후속 내용은 이해하기가 간단치 않다. 기자조차도 몇 번을 듣고서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① 01x는 2018년까지만 유효하고 2019년부터 이동전화 번호는 010으로 통합된다.
② KT가 2011년 6월 2G망을 폐쇄하기 때문에 2011년 1월부터 3년간 01x 번호표시 서비스와 01x 가입자의 스마트폰 가입을 허용한다. 이는 KT가 2011년 6월 2G망을 폐쇄하지만 준비기간을 감안해 1월부터 앞당겨 허용한 것이다.
③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2011년 1월부터 3년간 KT와 같이 01x의 스마트폰 가입과 01x 번호표시 서비스를 허용한다.
④ 하지만 가입자 쏠림 등을 방지하기 위해 01x의 스마트폰 가입과 01x 번호표시 서비스는 동일사업자 내에서만 허용한다.
⑤ LG유플러스의 경우 2014년 말 2G망을 폐쇄하기 때문에 2015년부터 2년 간 01x 번호표시 서비스와 01x의 스마트폰 가입을 한 번 더 허용한다.
⑥ 단, 사업자들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01x 번호 사용만을 원할 경우 이통3사는 2018년까지 01x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
지난 2004년 옛 정보통신부(현 방통위) 때부터 논의된 010 번호통합 정책이 이렇게 복잡해진 까닭은 방통위가 누누이 강조해왔던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통위는 옛 정통부가 010 가입자가 80%가 넘어선 시점에 010 번호통합 정책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을 뿐, 그 시점에 통합한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발표시점을 늦춰왔다.
이 같은 방통위의 말이 맞다하더라도, 그동안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휴대폰 식별번호가 010으로 통합될 것이란 공감대가 있었고 그래서 정부가 신규 가입 시 010 번호만 허용한다고 믿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83.6%(8월말 기준)에 이르는 4179만명이 010 번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는 010 번호통합 방안을 발표하면서 “2018년 이후 010 번호통합이 이뤄지는 만큼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되지 않았고, 이용자에게 여러 방안을 제시한 만큼 강제통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방통위가 소비자, 시민단체,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가는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 없이 끌려 다니다가 누더기 정책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2018년까지 01x 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빼면, 앞서 나열한 내용들을 어떻게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여기서 819만명에 이르는 01x 가입자의 번호선택권을 서둘러 박탈하고 010 번호통합을 서두르자는 얘기가 아니다.
관련기사
- 01x 스마트폰 허용됐지만…‘SKT→아이폰·KT→갤럭시S’ 안돼2010.09.16
- 01x 번호 2018년까지 허용…방통위, “강제 통합 아니다”2010.09.16
- 010 번호통합 2018년 완료…01X 3G 허용2010.09.16
- 최시중 "010번호통합 다음주 결론"2010.09.16
방통위가 발표한 010 번호통합 정책에 소비자도, 시민단체도, 업계도 모두 불만족스러워 하는 이유가,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에 기인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정책이 확정된 만큼, 이제는 방통위가 01x 가입자 중 사업자들의 2G 서비스 종료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이용자보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010 번호통합 정책의 취지가 여기서 더 후퇴되지 않도록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