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팔던 아마존은 왜 TV시장에 뛰어드는가?

[TV2.0 기획-상]웹과의 컨버전스, TV시장 뒤흔든다

일반입력 :2010/09/26 14:42    수정: 2010/09/26 15:34

남혜현 기자

TV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거실에서 가족들과 편안하게 영상물을 보는 플랫폼으로서의 TV는 몇년 후면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될지도 모른다. 고정관념의 파괴 속도는 그만큼 거침 없다. 진원지는 웹과의 컨버전스다. 웹이 파고들면서 TV는 PC에서 누릴 수 있었던 경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TV 생태계의 판세도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 구글과 애플 등 새로운 DNA로 중무장한 이방인들의 침공이 본격화됐다. 지디넷코리아는 최근 TV 시장을 둘러싼 숨가쁜 변화와 달라지는 업계 지형도를 조명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지난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텔레비전쇼와 영화 콘텐츠를 인터넷에서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웹기반 유료 TV서비스 사업을 추진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아마존이 현재 시행중인 '프라임 서비스'가 TV 사업과 연동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프라임은 아마존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연회비 79달러를 내면 주문한 모든 상품을 이틀내로 무료 배송하는 서비스다. 웹기반 TV사업이 프라임과 연동된다면 아마존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회원들을 바탕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최근 타임워너와 비아컴, NBC유니버셜을 포함한 주요 미디어 회사에 이같은 내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책이나 팔던 쇼핑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WSJ의 보도는 적지않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책 판매가 예전같지 않으니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웹TV라고 하는 파격적인 카드를 뽑아들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고정 관념을 잣대로 내밀면 책팔던 아마존이 TV 시장에 끼어들 공간은 없다.

그런데도 아마존은 웹TV 시장을 노크하려 하고 있다. 이같은 행보에 대해 TV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이들은 '오버액션'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반응들이다.

과거의 TV와 아마존간에는 연결고리가 '제로'였지만 웹과 TV가 융합(컨버전스)되는 이른바, 스마트TV 시대에는 아마존도 안방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겼다는 것이다. 방송사와 제조 업체가 들었다놨다하는 과거 TV 생태계와는 180도 달라진 풍경이다.

차세대 TV 생태계에선 보다 다양한 콘텐츠 업체들이 TV 플랫폼에서 승부를 걸어볼 수 있게 됐다. 아마존의 최근 행보는 이같은 상황을 대변한다. TV시장은 바야흐로 격변의 시기에 들어섰다.

TV 기반 동영상 콘텐츠 시대 열린다

아마존은 '책'이라는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

콘텐츠 제공자와 소비자들이 직접 만나는 거래 장터, 즉 '마켓'이 가지는 힘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는 거다. 이는 아이튠스를 운영하는 애플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최근 목격하는 것이 바로 콘텐츠의 역학관계 변화, 텍스트에서 동영상으로 힘의 이동이다.

'제4의 불' 저자이자 유명 블로거인 정지훈씨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무게 중심이 동영상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콘텐츠 생산 관점에서 이제 동영상도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됐고 그만큼 디지털 콘텐츠 종류도 많아져 자연스레 시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정리하면 지금 세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동영상으로 무게중심이 넘어갔고, PC든 스마트폰이든 태블릿이든 동영상은 킬러 콘텐츠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PC나 태블릿이 제아무리 좋다고 한들 TV를 따라가기는 역부족이다. TV만큼 편한 영상 플랫폼은 없다.

TV에서 인터넷 동영상을 보는 것은 5년전만 해도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기술적인 진입 장벽은 이미 사라졌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세계적인 TV업체들은 이미 TV에서 웹에 접속해 콘텐츠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이른바 스마트TV를 쏟아내고 있고 그속을 파고들려는 콘텐츠 및 서비스 업체들의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아마존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슈미트 구글CEO는 최근 소니, 인텔, 로지텍과 함께 선보일 구글TV에 대해 언급하며 인터넷은 거대한 파괴를 만들고 있고, 그 파괴는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글TV는 사람들의 모든 생활에 파괴적인 혁명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라고도 공언했다.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도 인터넷 TV는 TV 사용법에 대변혁을 일으킬 것이라며 인터넷과 결합된 TV 확산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각종 동영상을 TV에서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에 대한 전략적 가치는 점점 커지는 모습. 관련 업계에선 우수한 동영상과 TV를 결합한다면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진하게 풍긴다. 사용자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정지훈씨는 아마존이 서점에 진열된 서적 뿐만 아니라 롱테일에 해당하는 다른 종류의 책들을 많이 팔았듯이 동영상도 같은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라며 동영상 콘텐츠 시장이 생각보다 커지기 때문에 아마존 뿐만 아닌 다양한 기업에서 TV에 관심을 갖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핑크빛 기대감은 생태계 전반에 걸쳐 확산되는 양상이다. 하드웨어와 인터넷 그리고 방송사 등을 가리지 않고 모두 웹과 TV의 결합에 전력을 전진배치하기 시작했다.

■웹과 TV의 결합, 닫힌 텔레비전이 열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TV는 드라마, 쇼 등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동영상을 시청하고 ▲매스 커뮤니케이션과 대중적 정보를 얻는 수단이었다.

편안한 자세로 영상물을 감상하는, 가족과 공유물이란 특성도 강했다. TV가 점점 PC나 스마트폰같은 개방형 구조로 바뀌면서 TV란 거실 쇼파에 편안히 앉아 수동적으로 보는 것이라는 생각은 조만간 한물간 사고로 취급받을 가능성이 높다.

TV에 대한 고정관념의 파괴는 지금도 이곳저곳에서 목격된다. 이미 다수 케이블TV나 IPTV에선 시청자가 지상파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를 유료로 결재해 감상하고 있다. 또 훌루와 비슷한 모델로 지상파 콘텐츠를 PC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콘팅 사이트도 운영중에 있다.

웹과 TV의 결합은 TV 생태계에 다양한 콘텐츠 업체들이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시대로 전환되면서 개방형 생태계가 만들어졌듯, TV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닫힌 하드웨어의 대표주자였던 TV도 문이 활짝 열리기 일보직전이다.

그속을 TV와 그동안 인연이 없었던 구글이나 애플, 그리고 콘텐츠 업체들이 파고들려고 하는 것이다. 출신성분이 각기 다른 거물급 기업들이 속속 집결함에 따라 TV 시장 판세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새로운 생태계의 주도권을 틀어쥐기 위한 사활건 한판승부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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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배경은 콘텐츠 역학 관계의 변화다.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무게중심이 넘어가면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더 쉽고 빠르게, 그리고 능동적으로 TV를 감상하게 하느냐를 놓고 공룡기업이 한판승부를 펼치려 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방향은 같지만 중간 코스는 제각각이다. 구글은 구글대로 삼성은 삼성대로 애플은 또 애플대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해관계가 큰 만큼 불협화음도 있고 사건사고도 많이 벌어진다. TV시장에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싸움도 수시로 터진다. 싸움의 판이 커질 수록 TV시장에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지금은 차세대 TV 대권 레이스의 테이프가 막 끊어졌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