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들의 습격' TV생태계 재편 급물살

[TV2.0 기획-중]구글과 애플의 등장에 TV시장 전운

일반입력 :2010/09/26 14:42    수정: 2010/09/26 18:08

남혜현 기자

TV패러다임의 변화가 부르는 파장은 크다. 하드웨어와 SW 그리고 콘텐츠 및 서비스 분야 모두 영향권에 들어섰다.

이를 기반으로 생태계 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스마트TV 시장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스마트TV는 기본적으로 인터넷과 연결된 상태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와 웹서비스를 TV의 대형화면에서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TV에 운영체제가 얹혀진다는 점이다. 소니가 출시할 구글TV에는 이미 안드로이드OS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KT경제경영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TV에서 iOS를 지원할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TV를 통해 경험하는 내용도 단순한 프로그램 시청을 넘어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거나 소셜네트워크 활용 등 다방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생소한 TV는 생각보다 빠르게 거실을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새로운 먹을거리를 스마트TV에서 찾는 제조사들의 발빠른 행동은 향후 TV시장이 스마트 TV로 재편될 것임을 예고한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이달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가전전시회 'IFA'에서 올해 TV 제품의 50%에 스마트 TV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며 오는 2011년에 출시하는 TV 대부분에는 3D와 스마트 기능이 탑재된다고 말한 바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도 보고서를 통해 웹과 연결된 '커넥티드 TV'가 2014년까지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 전망했다.

디스플레이서치가 주요 브랜드들의 2010년 신제품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북미, 유럽, 중국 및 인도 지역에 출시되는 TV 의 55%에 DLNA (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 가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 올해 출하되는 TV 중 19%인 4천500만대가 이에 해당된다는 것. 오는 2014년이면 네트워크 접속 기능을 가진 TV는 전체 42%인 1억1천9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애플의 반격

TV시장에 뛰어든 선수들도 달라졌다. TV의 체질개선은 시장 참여자의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인터넷 검색업체로 무섭게 성장한 구글과 PC회사로 출발한 애플이 TV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향후 TV가 어떤 방식으로든 기존과는 다를 것임을 의미한다.

누구보다 'PC화된 스마트TV'를 부르짖는 곳은 구글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CEO는 'IFA 2010'에서 인터넷은 거대한 파괴를 만들고 있고, 그 파괴는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면서 모든 생활에 파괴적인 혁명을 불러 일으킬 것이기 때문에 구글TV로 인해 매우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구글TV가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 목소리로 채널을 바꾸는 등 다방면에서 PC와 스마트폰의 사용경험을 TV로 옮겨 놓을 것임을 예고했다.

애플은 구글과는 조금 다른 방식을 택했다. 완제품TV를 선보이는 대신 셋톱박스를 내보이며 기존 애플 제품과의 연계성을 살린 스트리밍 VOD서비스를 공개했다. 일명 '에어 플레이'로 이름 붙여진 이 서비스는 맥과 아이폰에 저장된 콘텐츠를 무선으로 TV와 연계해 시청할 수 있게 했다. 물론 ABC, 폭스, 넷플릭스 등과 연계해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애플TV를 공개하며 TV는 컴퓨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TV에서 컴퓨터를 하기 원하지 않는다면서 대형 TV는 또 다른 컴퓨터가 아닌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팀 추아 프로스트앤설리반 프로그램 매니저는 구글TV가 거실에서 사용하는 전통적인 TV세트를 PC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며 반면 애플TV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아이튠스 에코시스템에 접근하려 하는 것이라고 평한다.

■블록버스터의 파산과 넷플릭스의 부각

최근 미국에서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변화에 대한 유의미한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내 최대 규모 비디오대여체인점인 블록버스터가 파산을 고한 것. LA타임스에 따르면 블록버스터는 재정난을 이유로 사업을 청산했다. 이는 오프라인에서 비디오를 빌려보던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이 신문은 블록버스터의 파산으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비디오대여점의 몰락과 관련, 케이블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차세대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의 급부상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 또 이같은 차세대 비디오 사업이 초기 단계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주력 소비자들이 ▲레드박스라는 케이블TV의 VOD를 통해 비디오를 빌리는 것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인터넷 렌털서비스인 넷플릭스 등이 이같은 상황을 심화시켰다는 것.

블록버스터 파산과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업체가 인터넷 DVD 대여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넷플릭스다. 애초 DVD 우편 대여 서비스로 시장에 진입했던 넷플릭스는 미국인들의 DVD 대여 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은 장본인으로 통한다. 최근에는 애플이 자사 셋톱박스에서 넷플릭스를 지원한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넷플릭스의 성장은 TV에서 콘텐츠를 공급받는 방식이 다양해짐을 뜻한다. 정지훈 '제4의 불' 저자는 티비의 롱테일 현상이라고 할수도 있는 케이블TV의 시청점유율을 모두 합치면 지상파를 넘어선다라며 선택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전체 마켓 크기를 무시할 수 없고, 도서구입처럼 유료구매 콘텐츠 시장이 열리면서 다양한 요금제와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모델은 국내서도 낯설지는 않다.

김종원 CJ헬로비전 팀장은 따지고 보면 이제는 사라진 하나TV가 에플TV와 같은 사업모델이라며 500원 정도의 저가에 지상파 VOD를 익이 유료 서비스 했는데 그 당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후 비슷한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영향력은 약해졌는데 미국에서는 익일 서비스 사업자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애플TV가 선풍적 인기 끌수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