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V 전환사업 첫 단추 눌렀지만 “만만찮네”

준비되지 않은 시청자, 움직이기까지 험로

일반입력 :2010/09/01 17:57    수정: 2010/09/01 18:07

1일 오후 2시, 울진군의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처음 종료됐다. 1961년 흑백TV 방송을 시작한지 50여년만의 변화지만 전국사업까지 가야할 길은 멀다.

디지털 전환은 현재 전 세계적인 추세다. OECD 32개국 중 26개국이 이미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 이같은 세계적인 흐름에 한국도 동참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상파 방송을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함으로써 방송 산업 활성화, 시청자 편익 증대 등을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중점추진 과제로 선정해 진행해왔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면 TV 화질이 5배 가량 개선되고 지상파 방송의 직접수신도 용이해진다.

방송산업에도 여러 변화가 발생한다. 주파수 대역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전자 프로그램 가이드(EPG), 양방향 서비스, 다중자막, 데이터방송 등을 추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채널무료방송(MMS)의 현실화 여건도 조성된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은 2조9천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그 금액 규모만큼이나 장벽들이 겹겹이 가로 막는다.

■직접 설치 어려워…전국사업까지 험로 예고

울진군에서 진행한 첫 시범사업은 나름 성공적이란 평가다.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기까지 큰 시청자 불편사항이 발생하지 않았다. 1일까지 전체 2만3천109가구 중 직접수신세대인 1천12가구(4.4%) 중 990여가구에 디지털 컨버터와 안테나 개보수 지원이 완료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디지털 컨버터 설치에 어려움을 겪는 시청자가 80~90%에 달한 점이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적은 수의 시청자지원센터 인원 때문에 원활한 지원이 어려움웠다는 것이 방통위 설명이다.

송상훈 방통위 디지털방송지원과장은 “당초 40%정도는 무리없이 컨버터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다수가 설치를 어려워했다”라며 “시청자지원센터 인원으로는 모두 소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향후 자원봉사단체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강진군의 경우 더 심각하다. 이 지역의 직접수신세대 가운데 90%가 안테나개보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디지털 컨버터만 보급한다고 해서 원활한 전환이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이다.

송상훈 과장은 “현재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은 문제점이 발생하면 곧바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라며 “울진군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전국사업에서 발생할 문제점을 미리보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TV 바꿀 이유 부족”

특히, 시청자들이 디지털 전환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디지털방송이 이미 2000년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신기 보급을 높일 만한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디지털 방송 시청설비를 갖춘 세대가 61%이며, 디지털TV 보급률은 20%대에 그친다. 울진군만 하더라도 디지털TV 보급률이 17.1%에 불과했다. 2012년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는 영국의 경우 지난해 6월 현재 디지털 수신기 보급률이 89.6%였다.

일단 시청자가 디지털 수신기를 갖춰야 할 이유를 더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유료방송 가입이 필요없다는 점과 깨끗한 화질만으로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소요되는 수신설비를 갖추게 할 동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디지털TV를 살 경우를 차치하고라도 수신설비를 갖추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반주택 거주자가 디지털TV를 구매하지 않고 디지털 방송 수신설비를 갖출 경우(디지털 컨버터, 실내 안테나, 실외 안테나 등) 약 10~15만원이 필요하다. 공동주택은 공시청설비를 개보수하는데 최대 600만원이 소요된다.

이에 다채널 방송서비스가 해법으로 제기돼 KBS가 이를 추진중이지만 타 방송사들과의 의견조율이 쉽지 않다.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점도 상황을 어렵게 한다.

일각에서는 정부지원 대상과 수준을 대폭 늘리고, 유료방송을 통한 디지털 전환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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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청자 중 80% 이상이 유료방송에 가입했다는 점과, 방송통신결합상품이 늘어난 상황을 이용해 시청자의 전반적인 혜택을 늘려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취약계층의 경우 무료 지상파를, 일반 세대는 유료 디지털 방송을 이용하게 하면서 소비자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라며 “제조업체, 유료방송사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