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바다 대표 "폐쇄적인 애플, 문제다"

일반입력 :2010/08/26 09:23    수정: 2010/08/26 11:35

이설영 기자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자유로운 플랫폼에서 누구나 공존할 수 있는 웹생태계를 지향한다고 스스로 말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본인들 서비스와 경쟁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974년생인 양정환 소리바다 대표는 올해로 37세다. 미국 콜럼비아대학교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졸업한게 1997년. 3년 뒤인 2000년에 네티즌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MP3 공유 커뮤니티 '소리바다'를 창업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뛰어 들었다.

27세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사업을 하겠다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보기에 따라서는 일반 직장에 취직하는게 '더 쉬운 길'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97년에 졸업을 했는데 취직이라는 건 나중에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소리바다를 경영하며 사실 그간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그 때로 다시 돌아가도 내 사업을 할 겁니다. 안심하면 안주하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전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죠. 내 한계를 시험해 보는 과정이 곧 자신의 발전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처음 소리바다는 승승장구했다. 스스로도 초기에는 많은 돈을 벌었다고 말한다.

이용자가 많아지니 수익모델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무료모델이었기 때문에 광고가 수익모델이 됐죠. 월 3천만원씩을 벌었지만 직원은 형과 저 두 사람 뿐이었고, 비용이라곤 서버비 10만원 남짓이 다였습니다.

소리바다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P2P 서비스로 시작했다. 2000년대 초 디지털 음원 시장이 막 형성되기 시작할 무렵 수많은 음악 네티즌들에게 사랑받으며 성장을 이어갔으나 음원 저작권자들과의 소송에 휘말리며 시련을 맞닥드렸다. P2P 서비스의 특성상 이용자들끼리 자유롭게 음원 파일을 교환하는 시스템이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빼앗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소리바다는 방관했다는 게 그 이유다.

수년을 끌어온 각종 소송과 송사는 불과 2년 전에 모두 마무리됐다. 이제 양정환 대표도 오롯이 회사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지난 2분기에는 의미있는 실적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약 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619%나 증가했다.

저작권자들에게 합의금 및 보상금 등을 지급했고, 이것들이 재무재표에 쌓이면서 그 전에는 워낙 실적이 안 좋았습니다. 이걸 지난해 다 털었으니 이제는 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게 됐죠.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양정환 대표는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을 개화시킨 장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소리바다의 이름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가지며, 국내 IT 벤처업계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2008년 말에 마지막으로 엠넷미디어와 협상이 마무리하면서 실질적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룬게 1년 반 정도 됩니다. 뭔가 또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갈망은 크지만 이제는 저도 그렇고, 직원들도 움츠러드는 걸 느낍니다. 그러는 동안에 스마트폰으로 플랫폼이 확장되는 등 시장은 많이 달라져 있었죠.

최근 스마트폰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급부상하면서 음악포털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소리바다의 경우 애플 앱스토어 심사를 통과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 삭제된 이후 현재까지 등록을 못한 상황이다.

소리바다가 처음 등록한 앱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였고,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다운로드 기능을 넣었다. 이후 다른 음악포털들도 각각 자신들의 앱에 다운로드 기능을 추가하면서 이슈로 떠올랐고, 급기야 앱스토어에서 삭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양 대표는 애플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처음 삭제됐을 당시 그들이 내세운 이유는 결제방식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휴대폰 결제방식에 대해 이해를 못한 것이죠. 그래서 다운로드 기능을 그대로 둔 채 신용카드 결제방식을 취했는데, 이 또한 문제가 있다더군요. 본인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만료되는 형식의 서비스만 받고 있다고요.

우리나라의 경우 음악포털 주요 서비스가 월정액에 일정량의 음원을 다운로드 받는 방식이다. 양 대표는 애플의 접근 방식이 우리나라 음원 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 측은 주장은 명분이 없으며, 이면에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의문도 제기했다.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자유로운 플랫폼에서 누구나 공존할 수 있는 웹생태계를 지향한다고 스스로 말합니다. 제 스스로가 애플 제품을 4개나 사용하고 있을 만큼 마니아이지만 이번에 의사소통 과정에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죠.

현재 소리바다는 애플 측의 요구에 맞게 앱을 수정해 9월초께 재심사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소리바다 앱이 앱스토어에 올라있는 동안 양 대표는 모바일에서 새로운 희망을 봤다. 절대적인 수치로 따지면 아직은 미미하지만 모바일 시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믿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충성도는 웹 사용자와의 그것과 비교도 안 되게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있는 플랫폼이죠. 소리바다는 사용자들이 웹에서 이용하던 서비스를 다른 플랫폼에서도 똑같이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10년간 서비스를 이어오며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고 있는 이용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당시는 자유롭게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던 반면 지금은 유료에다가 곡수의 제한까지 있죠. 돌이켜 보면 지난 10년간 문제해결에만 몰두했고,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데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용해주시는 이용자들께 죄송하고, 또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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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창립부터 지금까지 음악포털 시장에서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소리바다.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앞으로 소리바다는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면서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하려고 합니다. 뭘 해도 영문화 과정을 거쳐서 외국인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죠. 한국 사용자들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 볼 계획입니다. 앞으로의 소리바다, 지켜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