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보험 방송에 '천하장사'가 떴다?

일반입력 :2010/08/24 08:51

이장혁 기자

“총 7천만 원의 의료비를 보상받은 나대한 여사가 80세 때 이 보험을 해지할 경우 받게 되는 보험료 환급금은 얼마일까요?”

보험사 직원의 질문에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는 이는 다름아닌 ‘천하장사’ 출신의 방송인이자 교수인 이만기 씨다. 세련된 외모의 쇼호스트가 달변으로 보험 상품의 특장점을 소개하는 대신, 푸근한 이미지의 이만기 씨가 고객을 대신해 퀴즈를 풀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한다.

CJ오쇼핑(www.CJmall.com)이 홈쇼핑 보험 방송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기 위해 선보인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인 '이만기의 오 마이 라이프'를 선보였다. 지난 19일(목) 시험적으로 1회 방송을 진행한 결과,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최근 동일 시간대의 보험 방송과 비교 시 최소 2배에서 최고 3.5배의 시청률을 기록하였으며, 상담 콜 수는 무려 3배에 달했다. CJ오쇼핑은 다음 주(9월 2일)부터 매 주 목요일 저녁 10시 40분에 이 프로그램을 고정 편성하기로 확정했다.

CJ오쇼핑 보험 담당 장찬희 PD는 “수년 전부터 보험 상품은 수익률이 좋은 홈쇼핑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각종 규제와 홈쇼핑 보험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으로 매출이 회당 20~30% 가량 감소했다”며 “홈쇼핑 역시 기존에 답습해 온 보험 판매 방식을 바꾸어 소비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신뢰할 수 있는 채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패션 상품이나 식품, 생활용품 등에 비해서 보험 방송의 시청률이 절반 이하로 크게 떨어진다는 점도 위기 의식을 자극했다. 다른 상품은 채널을 돌리다 시선이 멈추면 관심을 가지고 시청하는 이들이 많지만, 보험 상품은 관심이 없을 경우 바로 채널을 넘겨버린다는 것. ‘보험에 무관심한 고객이 꼭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방송을 보고 보험에 대한 상식을 얻을 수 잇도록 하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주요한 목표가 되었다.

CJ오쇼핑은 약 10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달에 걸쳐 FGI를 실시했다. “홈쇼핑 보험 방송을 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이라는 질문에 상당수의 고객들은 “상품 설명을 들어도 나에게 어떻게 적용될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거나. “보험에 대해 지식이 없는데 상품 설명만 하니 재미가 없다”, “쇼호스트가 너무 청산유수로 말을 잘하니 오히려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CJ오쇼핑 왕소영 PD는 “평소 보험 방송을 제작하면서 ‘이 정도면 누구라도 이해하겠지’라고 생각 한 것이 자만이었다”며 “기존에 틀이 잡힌 방송 형태를 버리고, 무조건 알기 쉽고 재미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심사숙고 끝에 진행자로 결정된 것은 씨름선수 출신 방송인 이만기 씨. ‘보험’과 ‘천하장사’가 무슨 관계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지만 이만기 씨의 이미지는 새로운 포맷의 방송에 꼭 들어맞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오쇼핑이 진행한 FGI에서 MC, 개그맨, 탤런트 등 총 6명의 연예인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해보니 이만기 씨는 ‘건강함’, ‘생활밀착형’, ‘듬직함’ 등의 긍정적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천하장사 출신으로 신체가 건강하다는 이미지에, 인제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로서 신뢰감을 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비타민’, ‘세바퀴’ 등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친근한 이미지까지 얻었다. 특히 보험 방송의 주 시청층인 40~50대 주부들의 호감도는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방송 방식도 기존과 차별화했다. 숙련된 쇼호스트와 보험 전문 게스트 2명이 방송을 주도하는 형태와 달리, 보험 전문 게스트가 퀴즈를 내면 이만기 씨와 신입 쇼호스트가 퀴즈를 풀고 고객을 대신해 의문을 해소해주는 포맷을 취했다. 딱딱한 설명 대신 조금은 어눌하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웃음을 자아내는 진행 방식이다. 퀴즈 내용은 방송 전 보험 전문 상담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거쳐, ‘보험 상담 시 일반 고객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을 간추려냈다.

또한 금주의 생로병사라는 코너를 만들어, 이만기 씨가 매 주 하나의 질병에 대한 정보와 건강 상식을 주로 제공하고, ‘이런 병에는 이런 보험이 적합하다’는 식의 보험 정보를 살짝 곁들여 알려주는 식이다. 당장 보험에 가입할 생각이 없는 시청자도 채널을 돌리지 않고 관심을 가지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CJ오쇼핑은 방송 포맷의 변화는 물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보험 상품 발굴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 5월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는 다스 법률비용보험은 각종 분쟁 등에서 발생 할 수 있는 손해에 대해 법적 소송 및 법률상담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는 능동적 개념의 보험이다. 매 월 일정 금액을 내면 한 가구원 전체가 사건당 5천만원 한도에서 변호사 비용, 상담비용, 각종 법률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소개되는 형태의 신개념 상품이다. 이 외에도 가정의 화재와 도난 사고 등을 대비할 수 있는 주택화재 보험, 임플란트나 틀니 등 고가의 치과 치료 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는 치아 보험 등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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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보험들은 일반 손해보험 등에 비해 수요가 많지 않지만, 고객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소개하는 것도 전국 대상으로 방송 판매를 하는 홈쇼핑 보험만의 장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J오쇼핑 왕소영 PD는 “홈쇼핑 보험의 순기능은 최대한 살리고, 일부 역기능과 부정적 인식은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만기의 오 마이 라이프 첫 방송에 대한 고객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향후에는 고객 커뮤니티를 만들어 고객이 직접 방송 대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