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되는 ‘무림영웅’, 지난 넉달 동안 무슨일이?

일반입력 :2010/08/13 12:19    수정: 2010/08/13 13:08

봉성창 기자

온라인게임은 장르만 같으면 대동소이하다는 주장에 반박하기란 쉽지 않다. 게임 개발사 신작 게임을 만들때 앞서 흥행한 같은 장르의 게임을 상당 부분 참고하기 때문이다. 게임 이용자 역시 스스로 익숙하지 않은 게임은 외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게임업계의 화두인 웹게임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비슷한 소재와 게임 장르가 난립하는 모양새다. 결국 차별화 지점은 게임 시스템이 됐다. 짜임새 있고 참신한 시스템으로 게임 이용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렸다.

갈라랩이 지난 4월 선보인 롤플레잉 장르 웹게임 ‘무림영웅’이 좋은 예다. ‘무림영웅’은 이용자 간 대결을 통해 패배하면 상대방의 노예가 된다는 게임 시스템이 알려지면서 주요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를 정도의 뜨거운 관심과 함께 화려한 데뷔를 했다. 애당초 장르 역시 전략 시뮬레이션 웹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롤플레잉 장르를 내세운 것도 관심을 끈 주요 원인이다.

공개서비스를 시작한지 넉 달이 지난 지금 ‘무림영웅’은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웹게임 중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성적과 함께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기 온라인게임과 같이 수십만명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꾸준한 플레이가 이뤄지며 롱런하는 분위기다.

당초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았던 노예 시스템을 ‘무림영웅’ 이용자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게임 이용자들은 차라리 노예가 되는 편이 더 속편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게임판 엑스페리먼트 ‘무림영웅’을 중간 점검했다.

■ 속 편한 노예, 고단한 주인?

서울 녹번동에 사는 김 모씨㉝는 직장에서만 가끔 ‘무림영웅’을 즐긴다. 서비스 초기부터 게임을 시작했지만 비교적 가볍게 즐기기 때문에 레벨만 높고 아이템은 좋지 않아 곧잘 노예가된다. 김 씨는 노예 라이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평정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것이 ‘무림영웅’은 하루에도 몇 번씩 노예쟁탈전을 통해 노예 주인이 바뀐다. ‘무림영웅’에서는 주인이 바뛸 때마다 적당한 아부만 하면 상당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감정적으로 노예가 되는 것이 굴욕이라는 생각만 버린다면 오히려 보다 안정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게임 내 각종 미션을 달성하면 획득할 수 있는 ‘미녀카드’ 중에는 노예가 돼야 얻을 수 것도 있어 대부분 이용자들이 한번쯤은 일부러 노예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반면 ‘무림영웅 마니아’를 자처하는 박 모씨㉑은 언제나 노예들을 관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무림영웅’에서는 최대 5명의 노예를 부릴 수 있다. 노예 5명이 가져다주는 경험치는 무시 못할 정도로 많다.

‘무림영웅’에서 노예 주인으로서의 삶은 생각보다 상당히 고단하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강해져야 한다. 단순히 레벨이 높은것 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장비 아이템도 충분히 강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다른 이용자에게 패배하면 자신은 물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예까지 모두 상대방에게 넘어가게 된다. 언제나 노심초사하는 것은 가진 자의 숙명이라는 것이 박 씨의 지론이다.

심지어 박 씨는 주인이 노예의 기분을 맞춰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노예라지만 게임 내 아이템을 통해 얼마든지 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예의 부탁에 의해 다른 이용자에게 집중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노예라고 해서 너무 몰아 붙이면 마치 쥐가 고양이를 물듯이 오히려 반격을 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노예 시스템의 원동력은 ‘보상’

이렇듯 ‘무림영웅’의 노예 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보상’이다. 노예가 되더라도 적당한 보상을 얻을 수 있고, 주인은 노예를 부릴 수 있다는 특권과 함께 보상을 지급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지운 것이다.

반면 노예도 주인도 아닌 자유인은 어떤 보상도 없다. 주인에게 아부할 필요도 없고 노예를 관리할 필요도 없지만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노예로서 사는 것이 자유인으로서 사는 것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설정들이 서로 절묘하게 맞물린 ‘무림영웅’의 노예 시스템은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노예 시스템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용자간 대결을 유도하며 롤플레잉 장르 특유의 반복전투에 의한 단조로움을 극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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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언제 노예가 될지 모른다는 적당한 긴장감 부여는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림영웅’을 서비스하는 갈라랩 윤상진 본부장은 “당초 무림영웅의 노예 시스템이 발표될 때만 하더라도 반신반의하는 반응이었다”며 “내부에서 많은 검토를 거쳐 시행한 결과 지금은 이용자들이 하나의 재미 요소로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