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 웬 예약?…KT 매장에 뿔났다

일반입력 :2010/07/19 08:54    수정: 2010/07/26 11:53

김태정 기자

대학생 한경준㉕씨는 얼마 전 서울 소재 KT 대리점에서 아이폰4 구매를 예약했다.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간단한 신상명세를 넘기고 아이폰4가 대리점에 들어오면 물량을 우선 공급받는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대리점 직원은 ‘7월내 반드시 아이폰4 출시’라고 설명했고, 다른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던 한씨는 ‘며칠만 참자’식으로 예약에 동의했다.

이런 가운데 17일 아이폰4 국내 출시가 1~2개월 후로 미뤄졌다는 소식이 나왔다. 한씨는 허탈했고, 30일 제품 제공을 약속한 대리점 직원은 당황했다.

■예약판매 성급…KT 본사는 말렸다

아이폰4 출시 지연에 따라 ‘예약판매’를 진행한 KT 대리점들에 비상이 걸렸다. 실적 증대를 노리고 성급히 진행한 아이폰4 예약판매가 이용자를 우롱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KT는 18일 애플 아이폰4 형식승인 준비가 길어져 국내출시를 1~2개월 늦춘다고 발표했다. 곧, 아이폰4 구매는 일러야 9월초 정도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당초 애플은 ‘7월30일 아이폰4 출시 예정국’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달 KT는 ‘아이폰4 7월 말 국내 출시’를 예고,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쳤다.

이후 KT는 ‘아이폰4 출시 예정일이 미뤄질 수 있다’며 물러섰지만 시장의 흥분은 여전했다. 이용자 기대 심리와 맞물려 ‘아이폰4 출시는 이달 말’이라는 것이 기정 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이 과정에서 일선 대리점들이 던진 무리수가 ‘예약판매’다. ‘본사에서 이달 말 출시한다고 말했으니 예약을 받겠다’라는 마케팅이 만연했다.

KT는 이를 만류했으나 실적을 올리려는 대리점들은 앞 다퉈 ‘아이폰4 예약’ 현수막을 걸었다.

KT 관계자는 “대리점들에 지속적으로 예약판매를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지만 문제가 지속됐다”며 “예약판매는 KT가 공식 진행한 것이 아니기에 이를 통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KT의 예약판매 만류가 적극적이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 여지가 존재한다.

한 매장 직원은 “본사에서 아이폰4가 이달에 나온다고 해서 예약판매를 받았는데 곤란은 우리만 겪는다”며 “예약구매한 고객들의 항의에 무조건 죄송하다고만 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일 출시 믿고 기다렸는데...”

이런 가운데서도 적잖은 KT 대리점들은 예약판매를 진행 중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나와요’식의 전략인데, KT도 정확한 아이폰4 출시 시점은 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예약판매로 인한 고객의 금전적 피해는 거의 없다. 제품가나 가입비 등을 미리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확실치도 않은 소문을 사실처럼 말해 이용자 기대심리를 부풀리면서, 다른 제품 구매를 직각접적으로 차단한 부분이다. 해당 대리점들이 비판을 피하지 못할 이유다.

한 이용자는 “아이폰4가 출시가 미뤄질 것을 알았으면 지난 달 진작 다른 스마트폰을 샀을 것”이라며 “아이폰4만 기다리며 고장 난 구형 제품을 써온 한 달이 아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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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출시까지 몇 달이 걸린다 해도 아이폰4를 기다리겠다는 등 충성도 높은 애플팬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아이폰이 가진 상품성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애플사가 아이폰4 인증을 신청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승인 문제’로 인해 아이폰4 출시를 미뤘다는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말에 정면 반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