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대신 홈런쳤다"…엉뚱한 대박 상품들

일반입력 :2010/07/11 09:00    수정: 2010/07/11 09:25

이장혁 기자

주부 이지영㊹씨는 야채, 과일, 육류 등을 건조해 요리재료로 쓰는 ‘식품건조기’를 구입했다. 나물 등을 말려 웰빙 반찬거리를 마련할 생각이었지만, 요즘엔 다른 용도로 자주 쓴다. 육포, 닭가슴살, 돼지껍데기 등을 넣어 건조시킨 애완견 사료를 만든다.

예상치 못했던 ‘엉뚱한’ 수요 때문에 함박웃음을 짓는 상품들이 있다. 이런 경우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이 뜻하지 않은 고객층으로부터 생긴다. 회사 입장에선 자다가 돈벼락을 맞은 셈이다. 상품의 가격뿐 아니라 쓰임새까지 소비자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디어 상품을 주로 다루는 쇼핑몰 SHOOP(http://www.shoop.co.kr)의 조언으로 ‘엉뚱한 소비자’가 회사 대신 홈런을 쳐준 상품들을 소개한다. SHOOP은 프리미엄 신상품들을 최저가에 판매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피부마사지기가 비염치료기로…'뉴코쎈'

뉴코쎈은 립스틱처럼 생긴 진동발생기다. 스위치를 켜면 강력한 진동이 생기는데, 이것을 코 주위 영향혈이란 곳에 갖다 대면 알레르기비염증상이 치료되는 제품이다.

원래 얼굴이나 피부를 마사지해 고운 살결을 유지해주는 피부마사지기 용도로 개발됐다. 초기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루에 고작 몇 개가 팔렸다. 어느 날 “써보니 알레르기성 비염이 사라진다”는 사용후기가 올라오면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지금까지 무려 10만개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혹시 이 제품을 갖고 있다면 코 주변이 아닌 다른 피부에도 써 볼 일이다.

■화장용 미스트가 아니라 아토피 스프레이…'포기(FFOGGY) G'

요즘처럼 눅눅한 장마철에도 쓸모 있는 요상한 가습기다. 건전지로 돌아가는 담뱃갑 만한 휴대형이다. 스위치를 켜보면 아주 미세한 물입자가 나온다. 초음파 떨림판인 `매시`에 미세한 구멍이 2천여 개나 뚫려 있어 이곳을 통과하는 화장수 크기가 12㎛로 잘게 쪼개진다.

제조회사에서는 화장이 얼룩지거나 번지지 않게 화장수를 뿌려주는 미스트 대체품으로 개발했다. 그래서 전용 화장수를 함께 끼워 세트로 판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아토피나 안구건조증을 다스리는 데 쓴다. 이 제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 물입자의 크기에 해답이 있다. 모공은 25㎛밖에 안되는 크기라서 웬만한 입자가 쉽게 들어가지 않는다. 여기서 나오는 물 입자는 모공의 절반크기여서 피부와 모공에 손쉽게 스며든다.

그래서 작지만 효율적이고 강력한 보습이 된다.화장수 대신 깨끗한 물을 넣어 뿌려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건전지는 한 번 넣으면 400회 사용한다.

■전자사전처럼 생긴 번역 학습기…'딕쏘 DX3'

키보드가 없고 눈이 달려 있어서 모르는 단어 위에 갖다 대고 누르면 번역해주는 기계다. 그런데 제조회사에선 이 제품을 클릭하면 찾아주는 전자사전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사전이라고 했으니, 다른 수많은 사전류에 묻혀 두각을 나타내기 힘드는 게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전자사전이라기 보다는 번역기로 쓰면 좋다고 소문이 났다. 원문에 대고 쭉 읽다가 막히는 단어를 클릭하면 찾아주니 문맥이 끊기지 않고 술술 번역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제조회사 유니챌은 전자사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컴퓨터가 사람의 말을 처리하게 해주는 자연어처리 전문기업이다. 찬찬히 살펴보면 값비싼 학습기를 사면 주는 학습용 콘텐츠도 들어있어서 학습기도 된다.

■블랙박스라기 보다는 풀HD 포켓형 캠코더…'F500HD'

관련기사

원래 기획은 프리미엄급 블랙박스다. 그런데 캠코더 시장에서 매출이 터졌다. 블랙박스라는 게 원래 부피가 크지 않은 제품이라 화상압축 저장 분야에서는 기술의 집적도가 높다. 제조회사는 블랙박스의 화상압축기술에 800만 화소 (1920 X 1080) 동영상을 초당 60프레임으로 찍는 풀HD 캠코더를 접목시켰다.

만들어 놓고 보니 요즘 유행하는 포켓형 캠코더보다 더 작고 예쁘다. 배터리가 들어있어서 들고 다닐 수 있다. “블랙박스용으로 샀다가 오히려 캠코더로 더 요긴하게 쓴다”는 게 소비자 반응이다. 블랙박스라면 차 유리창에 잘 보이게끔 놓아두고 차문을 닫아야 안심이 되겠지만, 예쁘장한 캠코더라고 여기면 남겨두고 차를 떠나는 게 그리 마음 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