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3에는 있고 지스타에는 없는 것은?

일반입력 :2010/06/21 13:47    수정: 2010/06/29 16:54

북미 최대 게임쇼 E3 2010이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성황리에 개최됐다. 매년 그랬듯 LA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E3는 쉴 틈없는 깜짝 발표와 풍성한 볼거리로 전세계 게임 마니아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그러나 정작 E3에 대한 이곳 LA 주민들의 관심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분위기였다. 이곳 주민들에게 따르면 E3는 이곳 젊은이들에게조차 그리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 않는 행사다.

그도 그럴것이 E3 행사가 치러진 기간 동안에 LA 지역에 연고를 가지고 있는 NBA 농구팀 LA레이커스가 보스톤 셀틱스와 결승전을 치루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만 월드컵 기간에 지스타를 개최한 것과 비슷하다. 게다가 LA레이커스는 E3 행사 마지막 날인 17일에 2회 연속 NBA 챔피온 자리에 등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E3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E3 주최 측은 3일간의 행사 기간 동안 약 4만 명의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일 동안 개최된 지스타 2009의 방문객이 24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세계적인 게임쇼가 맞는 의문이 들 정도의 수치지만 이는 E3가 가진 게임쇼의 성격에 기인한다.

E3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우선 양방향 엔터테인먼트 산업 즉 게임이나 방송 등 업계 및 미디어 관계자와 아니면 입장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사전 등록은 필수다. 뿐만 아니라 만 17세 미만 역시 입장할 수 없다. 심지어 아기를 안고 들어오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 이러한 규칙은 철저히 지켜진다.

입장권 역시 결코 평범하지 않다. 행사장에 들어갈 때 보안 요원들이 일일히 티켓을 확인한다. 티켓의 위조를 막기 위해 눈에는 보이지 않는 형광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인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어떤 전시물을 체험하더라도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E3 2010에서 최고 이슈가 되고 있는 닌텐도3DS나 키넥트 혹은 플레이스테이션 무브 등과 같은 최초 공개 제품이라 하더라도 최대 1~2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체험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일반 게임 마니아들을 위한 행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E3 2010의 개막일은 15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틀 전부터 이미 축제는 시작됐다. 13일에는 MS가 키넥트를 공개하면서 미국 전역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또한 14일에는 EA, 액티비전 등이 마찬가지로 게임 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이벤트를 열었다.

특히 스테이플센터에서 열린 액티비전의 게임 발표 이벤트는 한 편의 작품에 가까웠다. 1만 7천명의 좌석을 보유한 스테이플센터의 3분의 2 정도를 채웠다. 무대에 있는 사람들까지 감안하면 가득 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게임 행사 답지않게(?) 시종일관 음악과 공연이 어우러지며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인기 DJ의 공연을 시작으로 시작한 이날 행사는 인기 팝가수 ‘어셔’가 깜짝 등장하자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날 행사의 참석자들은 ‘어셔’의 공연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애당초 액티비전 측은 어셔가 등장할 것이라는 사전 공지 조차 없었다. 한마디로 이들은 액티비전의 신작 게임을 보러 온 것이다. 밤 12시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행사는 끝날 줄 몰랐다. 계속된 신작 발표가 이어졌고 관람객들은 행사 자체를 즐겼다.

지스타에서도 인기가수 들은 심심치 않게 동원된다. 그리고 이를 보러온 관람객 역시 결코 적지 않다. 그리고 언제나 눈살을 찌푸려지게 하는 것은 공연이 끝나자마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주최 측 역시 인기가수를 집객의 수단으로 생각한다. 게임보다 인기가수가 초청됐다는 사실을 더욱 비중있게 홍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적어도 수천만원 이상의 출연료를 주고 부른 가수를 사전 홍보도 없이 깜짝 등장시킨다는 것은 거의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 지스타는 사상 최대 숫자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지스타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이제 수치보다는 행사의 내용과 의미를 신경써야 할 시점이 됐다. E3에는 있고 지스타에는 없는 것은 바로 게임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충성도 높은 관람객과 이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국내 게임업체의 보다 성숙한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