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근 공개한 아이폰4에 대한 반응이 예상대로 뜨겁다. 나오면 사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입소문은 퍼지고 퍼져 아이폰4는 이용자들의 머릿속에서 '대단한 스마트폰'으로 자리잡은 양상이다. 일각에선 괴물폰이란 꼬리표까지 붙었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아이폰4는 중량감 있는 이슈로 통한다. 나왔다 하면 관심이 쏟아진다. 아이패드 열풍과 맞물리면서 가히 신드롬 수준으로 진화했다.
다른 기업은 몰라도 애플이 하면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이용자들도 부쩍 늘었다. 아이폰을 들고 다니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종종 눈에 띈다.
매킨토시 컴퓨터를 판매하며 마니아들 사이에서 주로 관심을 받았던 90년대 애플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애플은 2000년대들어 아이팟과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3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능가하는 막강한 대중 브랜드가 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말 아이폰이 상륙하면서 한국도 애플 신드롬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신드롬의 위력이 커질 수록 다른 업체들은 점점 관심밖으로 밀리는 장면도 보인다. 싸게 잘 만들어 제품을 내놨는데도 애플만 바라보는 사용자들의 시선을 돌리기가 만만치 않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들린다.
이쯤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애플 신드롬의 실체는 무엇인가? 또 애플 열풍이 한국 IT산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리고 애플의 방식은 지속 가능한 모델인가?
개별적인 논쟁은 예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러나 애플 신드롬의 실체를 다양한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짚어보는 기회는 많치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다. 지디넷코리아가 전문가들과 함께 애플 신드롬을 파헤쳐보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애플에 대해 다양한 앵글을 가진 이들을 패널로 초청했고 소모적인 찬반 논쟁보다는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좌담회는 애플 열풍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것으로 시작됐다.
-일시 : 2010년 6월 10일(목) 오전 8시~10시 30분
-장소 : 역상동 르네상스호텔
-사회: 김경묵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
-참석자 : 고현진 통합LG텔레콤 부사장, 한상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김지현 다음커뮤니케이션 -모바일SU 본부장, 노상범 홍익세상 대표
사회: 애플이 반년 새 아이폰 이용자 70만명을 국내서 확보했다. 애플 파워가 한국서도 상당히 통한 모습이다.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김지현: 애플은 IT 내 여러 분야 기업들이 나눠가진 주도권을 독식하려 한다. 스마트폰에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를 한 번에 아우르겠다는 뜻이다. 심지어 아이폰에서 구글 광고를 차단하는 등 광고 플랫폼까지 좌지우지 한다. 반격을 위한 기본 토대마저 종식당할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토종 IT 기업들의 어려운 숙제다.
고현진: 맞는 말이다. 애플이 모든 결정권을 쥐려고 한다. 통신사들은 ‘우리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심각히 고민 중이다. 구글이 애플 대항마로 떠올랐는데 손을 잡을지 여부도 중요한 갈림길이다. 한상기: 사실 애플이 온라인 스토어 강자라고 하지만 실제 수익 에이스는 여전히 하드웨어다. 미 증권가 자료를 보면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로 인한 수익은 아직 ‘대박’까지는 아니다. 다만, ‘선도기업’이라는 이미지 구축에서 있어서는 ‘대박’ 효과를 냈다. ‘새로운 생태계는 애플이 만든다’는 의식을 퍼뜨린 것이 대단한 점이다.
고현진: 앱스토어가 애플 입장에서 ‘수익’보다 ‘상징’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주력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서 얼마나 지속적인 수익을 낼지는 의문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돌파구라는 칭송은 과장됐다고 본다.
한상기: 그러나 앱스토어는 스마트폰 성공을 위해 중요한 전략지다. 문제는 토종기업들의 앱스토어 역량은 아직 수준 이하라는 것이다. 돈은 둘째 치고 개발자 처우가 상당히 부족하다.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앱스토어에 애플리케이션을 등록하는 개발자라면 돈은 몰라도 즐거움과 긍지는 갖기 힘들 것이다. 어려운 게임이다.
김지현: 애플은 앱스토어를 계속 수술한다. 광고 모델을 새로 적용해 수익을 강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앱스토어가 애플 수익의 에이스 역할을 하는 날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우리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사회: 아이패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스티브 잡스가 애플 새 전기의 첨병으로 지목했다.
노상범: 어느 정도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컴퓨팅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멋지게 보여줬다. 다른 컴퓨터 제조사들에게 자극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자극이 과연 어떤 제품 혁신으로 이어질 지가 관전 포인트다. 노력하지 않는다면 애플의 독주만 계속될 뿐이다.
고현진: 아이패드가 현재의 모습 그대로 성공할지는 모르겠다. 애플이 손을 대야 할 부분이 꽤 보인다. 아무튼 와이파이 환경이 좋아지면 ‘세컨드 PC’ 역할을 제대로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조사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김지현: 아이패드가 출시 2개월만에 판매량 200만대를 넘겼다. 아이폰 보다 빠른 판매 속도에 놀랐다. 확실히 대세는 대세다. 미국을 보면 PC를 접하기 힘들었던 10대 미만과 60대 이상 연령층이 아이패드를 특히 선호한다. 컴퓨팅 역할이 떨어짐을 감안해도 컴퓨터 시장의 20% 정도를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한상기: 실제 써보니 한국에서는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책이나 신문 읽기가 핵심 기능인데 아이패드용 콘텐츠를 쏟아내기에는 국내 출판 업계가 너무 열악하다. 전자책 사업도 지지부진하지 않은가. 컴퓨팅 기능 부족도 넘어갈 수 없다. 과연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둘 다 갖고 다닐까? 아이패드만 가지고는 회사 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아직은 초창기의 스마트폰처럼 교육, 의료 등 전문분야에 집중하고 차후 일반용으로 개선하는 전략이 맞을 듯하다.
사회: 최근 애플이 TV 사업까지 영역을 넓힌다는 소식이 나왔다. 기존 TV 시장 판도가 바뀌겠는가.
한상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간 애플의 성공사례는 위기에 빠진 콘텐츠 마켓에 손을 내밀어 일궈냈다. 예를 들어 음반시장이 위기일 때 아이튠즈를 만들어 성공했다. 음반사들은 수익 악화로 인해 애플과 손잡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TV는 다르다. TV 콘텐츠를 만드는 방송국들은 막강 파워를 자랑한다. 음반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애플과 손 잡을 이유가 없다.
김지현: 전적으로 동의한다. 방송사들이 쉽게 시장을 내줄리 없다. 애플이 파고들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또, 단말기가 많이 팔려야하는데 TV가 스마트폰급의 판매 성적을 받기는 힘들다. 참고로 국내 TV 판매량은 연 200만대 정도다.
고현진: IPTV 역시 마찬가지다. 대형 이통사들이 중심이 돼 진행하는데 애플의 몫을 만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TV 사용자 성향이 바뀔 가능성도 적다.
사회: 애플 미래에 대한 분석은 세계적으로도 가지각색이다. 애플의 10년 후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한상기: 우선 ‘애플이니 계속 잘될 것’이라는 맹목적인 말들에 대해 자제를 당부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1990년대 초부터 계속 애플 제품을 써 온 애플 매니아다. 다만 현실과 환상은 구분해야 한다. 애플도 기업이며 스티브 잡스는 마케팅 역량이 뛰어난 경영자다. 우리에게 무슨 득실이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노상범: 콘텐츠의 역할이 중요하다. 모바일로 편히 콘텐츠를 즐기려는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인데 애플이 주도권을 계속 쥔다면 10년 후에도 승승장구 할 것이다. 과거 스스로를 몰락시켰던 폐쇄성에 대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반격은 점점 더 거세지는 추세인데 애플의 대응은 무게감이 덜하다.
고현진: 애플 신드롬은 지금이 절정이며, 길어야 3년 정도 이어질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하겠다. 2년내 주가 하락도 예상된다.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까지 승승장구 했지만 앞으로는 악재가 더 많다. 애플의 폐쇄적인 시장 독식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거세기 때문이다.
한상기: 스티브 잡스의 건강 문제도 주목할 부분이다. 애플은 확실한 2인자가 없다. 잡스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만 나와도 주가가 확 떨어지는 이유다. 잡스 부재시의 애플은 신도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김지현: 애플은 새로운 문화로 세계 장악을 진행 중이다. 두려운 부분이다. 국수주의적 생각은 피해야겠지만 애플에 문화를 종속당하는 것도 옳지 않다. 우리나라가 콘텐츠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 애플이다. 때문에, 애플이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 보다 우리가 애플의 위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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