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과 와인…2005년이 최고의 ‘빈티지’

일반입력 :2010/05/13 12:49    수정: 2010/05/13 13:01

봉성창 기자

와인에는 빈티지라는 것이 있다. 사전상의 의미로는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만든 해를 일컫는데, 보통은 포도 작황이 좋아 유독 맛이 좋은 특정년도를 지칭하는데 쓰인다.

온라인게임에도 빈티지가 있다면 그것은 2005년이다. 유독 그해 출시된 온라인게임이 지금까지도 이용자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 특성상 경쟁이 이뤄지는 까닭에 특정년도에만 인기작이 집중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지난 2005년에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게임은 ‘던전앤파이터’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인기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전 세계 회원 수는 무려 2억명. 이는 브라질 인구와도 맞먹을 정도로 대단한 규모다.

특히 개발사인 네오플이 넥슨에 피인수되면서 더욱 날개를 달았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대만, 북미 등 주요 게임시장에 차례대로 서비스되면서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하지 않는 기염을 토했다. 와인으로 따지면 5대 샤토로 불리는 보르도 지방의 유서깊은 최고급 와인에 해당한다.

게임하이가 서비스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데카론’ 역시 2005년 5월에 서비스돼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앞서 설명한 ‘던전앤파이터’의 인기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마니아를 중심으로 꾸준히 서비스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데카론은 동시접속자수 약 3만 명 정도를 꾸준히 유지하며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등장하는 MMORPG의 경우 이정도 성적이면 ‘대박’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특히 데카론은 초창기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꾸준한 업데이트와 안정적인 서비스로 상승곡선을 그렸다는 점에서 마치 숙성이 필요한 젊고 잠재력 있는 와인을 연상시킨다.

‘SD건담캡슐파이터’ 역시 2005년 1월에 공개시범서비스를 개시했다. 소프트맥스와 반다이남코 코리아가 공동개발하고 CJ인터넷이 서비스를 맡아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 게임은 초창기 높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SD건담캡슐파이터’는 기복없는 국내서비스와 함께 대만에서 캐주얼게임 1위를 차지하며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올해에는 건담의 나라 일본에 진출하며 그간 공들인 업데이트 및 서비스 노하우를 한꺼번에 폭발시킬 분위기다.

이밖에도 2005년에는 그해 대한민국게임대상을 받은 엠게임의 ‘열혈강호 온라인’을 비롯해 YNK코리아의 ‘로한’ 등 쟁쟁한 MMORPG가 다수 선보여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한 정확히 2004년 북미서 최초 출시돼 국내에서는 2005년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역시 별다른 부연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의 큰 인기를 누린 게임이다.

관련기사

이렇듯 2005년이 온라인게임의 빈티지로 불릴 수 있는 요인은 2000년대 초반 ‘리니지’, ‘라그나로크’, ‘포트리스’ 등 초창기 온라인게임이 기록적인 인기를 끌면서 신생 온라인게임사가 대거 설립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보통 게임개발주기가 3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2005년에 인기작들이 대거 몰린 것은 결코 우연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프랑스 와인 역시 2005년이 100년 만에 한번 올까말까 한 세기의 빈티지라는 점이다. 숙성이 필요하다는 부분 역시 와인과 온라인게임의 공통적인 특성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