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공짜, 통화료 싸고, 스마트폰도 많은 SK텔레콤?’
SK텔레콤이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에이스’ 아이폰으로 승승장구하는 KT를 코너로 몰아 세울 뜻을 분명히 했다. 절치부심 준비한 무기들이 잇따라 출격한다.
■“와이파이존 1만곳 무료 개방”
27일 SK텔레콤은 타 통신사에도 개방하는 무료 와이파이존 1만곳을 구축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KT 아이폰에서도 SK텔레콤 와이파이를 무료로 쓴다는 설명이다.
그간 SK텔레콤은 적은 와이파이가 스마트폰 사업의 약점으로 꼽혀왔다. SK텔레콤 스마트폰 고객은 비싼 3G망을 써야한다는 부담이 컸었다. KT가 반사이익을 상당히 본 부분이다. 무선인터넷 주도권을 KT가 쥔 이유기도 하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판도를 뒤집기 위해 와이파이존 구축에 나선 것이고, KT는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KT 와이파이 서비스 쿡앤쇼존을 이용하려면 KT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하거나, 타사 고객은 별도 요금을 내야한다. 아이폰 고객 50만명 중 52%가 이를 사용한다. SK텔레콤은 이 고객들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아이폰 도입으로 KT에 치명타?
이 같은 전략은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잖다. 애플이 지난해 12월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KT를 선택한 이유 중 큰 것이 와이파이였다. SK텔레콤도 와이파이 경쟁력이 생기면 아이폰 출시를 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아이폰 도입 검토를 시작했다.
장동현 SK텔레콤 전략기획실장은 “보조금과 고객 수용도를 비롯한 조건들을 고려해 아이폰 도입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가 현실화되면 KT가 받을 충격은 막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멀어지면서까지 아이폰을 들여온 KT다. 최근 삼성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이 SK텔레콤에만 스마트폰을 몰아줘도 어느 정도 믿는 구석이 아이폰이었다.
KT는 이제 애플까지 포함한 휴대폰 제조사들이 모두 SK텔레콤과 손잡고, 자신은 고립되는 시나리오에 대비해야할 필요가 생겼다.
■초당과금제 효과 증가 예상
와이파이와 초당과금제의 시너지도 관전 포인트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0초가 아닌 1초당 통화료를 받는 초당과금제를 실시했다. 초당과금제에 유보적인 KT를 비판하면서, ‘합리적 요금을 받는 기업’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KT는 ‘SK텔레콤은 무선인터넷 요금이 비싸’다는 식으로 반격해왔다. 초당과금제보다 KT 무선인터넷으로 아끼는 요금이 수배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SK텔레콤은 통화료 약간을 깎아주면서 생색(?) 낸다는 뉘앙스도 보였다.
이 역시 SK텔레콤 와이파이 전략에 따라 무너질 공산이 크다. 통화료, 무선인터넷 모두 SK텔레콤이 KT보다 저렴해지는 상황이 예고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타 통신사 고객들에게까지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착한기업’ 이미지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유선과 무선 모두에서 요금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KT 반격카드는?
이에 대해 KT는 여러 반격 카드를 고심 중이지만 아직은 논의 초기 단계다.
KT는 지난달 현재 전국에 와이파이존 1만3천800여곳(누적)을 구축했다. 올 연말까지 2만7천30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와이파이존 규모에서는 1만 곳인 SK텔레콤을 크게 앞섰지만, 유료로 무료를 상대하기는 벅찬 것이 사실. 이를 전면 무료화해 맞서는 초강수도 배제할 수 없다.
KT 관계자는 소식을 듣고 여러 고민들을 하고 있다며 아직은 입장을 밝힐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초당과금제에 대한 이석채 KT 회장의 향후 입장도 주목된다. 초당과금제를 SK텔레콤이 도입하고, LG텔레콤도 따르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이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았다. 초당과금제를 시행하라는 방통위 요구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가진 자리에서 “회사마다 입장과 가는 방향이 다르다”며 “방통위도 우리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고 초당과금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었다.
이와 같은 고집(?)이 SK텔레콤 와이파이 공세로 꺾이는 것이 아니냐는 섣부른 분석도 벌써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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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SK텔레콤의 공세가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초당과금제’, ‘스마트폰 물량 확보’, ‘와이파이 개방’ 다음의 전략을 지속 내놓겠다고 SK텔레콤은 밝혔다.
과연 SK텔레콤이 KT를 밀어내고 무선인터넷 주도권을 쟁탈할 지, 아니면 KT의 반격이 성공할 지, 승부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