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KT와 통합LG텔레콤의 초당과금제 도입 압박이, SK텔레콤의 무선데이터 요금인하 압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연말 아이폰의 국내시장 출시와 함께 음성 위주의 통신시장이 데이터로 급격하게 넘어가고 있고, 올해 방통위가 무선데이터 및 스마트폰 활성화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는 9월부터 KT와 통합LG텔레콤의 발신자번호표시(CID) 서비스의 무료화와 함께 지난 3월 SK텔레콤이 도입한 초당과금제를 KT와 통합LG텔레콤으로 확대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마케팅비 규제 가이드라인, 접속료 산정, 주파수 할당 등 굵직굵직한 이슈를 앞둔 상태에서 여러 차례 초당과금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는 만큼 KT와 통합LG텔레콤이 끝까지 도입을 미룰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3월 초당과금제 도입 이후 한 달 동안 가입자당 평균 통화량은 4.41% 줄어들었고, 9.1분의 통화요금 인하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KT와 통합LG텔레콤이 더 이상 도입을 미룰 명분이 약해졌다는 것도 이유가 되고 있다. 초당과금제로 인한 1인당 요금절감 효과는 700~800원 정도라는 것이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문방위 소속 한선교 의원은 “초당과금제 도입으로 SK텔레콤의 전체 가입자의 통신요 인하효과는 1천954억원 이었다”며 “KT와 통합LG텔레콤으로 확대될 경우 연간 최대 3천862억원의 요금 인하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 통신서비스, ‘음성→데이터’ 전이…데이터요금 인하 요구 뒤따를 듯
KT와 통합LG텔레콤이 방통위로부터 초당과금제와 CID 무료화 압박을 받고 있지만, 통신서비스의 트렌드가 음성에서 데이터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텔레콤을 상대로 데이터 요금인하 압박 역시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초당과금제를 제외하면 CID 무료화의 경우 KT의 1509만 가입자 중 124만명(8.2%), 통합LG텔레콤의 870만 가입자 중 26만명(2.9%)만이 무료화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도입효과가 크지 않다.
CID 무료화도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패킷(0.5KB)당 0.025원(1MB당 51.2원)의 데이터 사용료를 받고 있는 KT와 통합LG텔레콤에 비해, 8배 비싼 패킷당 0.4원(1MB당 400원)을 과금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데이터 요금인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3사의 스마트폰 요금제를 비교해도 기본료는 3만5천원에서 9만5천원으로 대동소이하지만 요금제에 따라 ▲SK텔레콤 올인원요금제는 100MB~2GB의 무료 데이터를 주는 반면 ▲KT는 i요금제에서 100MB~3GB ▲통합LG텔레콤 오즈(OZ) 스마트폰 요금제는 1~3GB 등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KT와 통합LG텔레콤과 같이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무선랜(Wi-FI)존이 가장 적고, 향후 스마트폰 확산과 규제 완화에 따라 결제나 게임 등의 시장이 열리면 데이터 이용량이 크게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많은 이동통신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의 추가적인 데이터 요금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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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국회에서 서민을 위한 요금인하라는 점을 내세워 초당과금제나 CID 무료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개인별로는 월 1천700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또 CID 무료화 대상자가 모두 서민이라고 볼 수도 없는 만큼 도입 효과는 이보다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통신서비스 추세가 음성에서 데이터로, 무선망도 IP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데이터 요금인하나 모바일 인터넷전화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