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유심 개방 후폭풍 온다

일반입력 :2010/04/28 15:27    수정: 2010/04/28 17:39

김태정 기자

SK텔레콤과 KT가 유심(USIM) 개방에 나선다. 이통사와 제조사 힘은 줄지만 사용자 선택권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유심은 사업자, 가입자 번호 등을 담은 일종의 식별 카드다. 북미나 유럽서는 본인 유심을 여러 휴대폰에 옮겨 끼우며 사용하는 서비스가 일반적이다.

■사용자 선택권 확 늘어난다

예컨대 친구 휴대폰에 본인 유심을 끼워 쓰는 것이 가능하다. 이 때 요금 청구는 친구가 아닌 본인에게 나온다. 곧, 휴대폰 단말기는 껍데기(?)일 뿐 유심 주인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 유심은 휴대폰처럼 이통사 매장에서 개통한다.

국내서도 지난 수년간 유심 활성화 목소리가 높았지만 통신사 및 제조사들은 소극적이었다. 고객들이 유심으로만 번호를 개통, 휴대폰 판매량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번호이동이 쉬워진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 선택권을 늘려야한다는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자 이통사들은 한발 물러섰다. SK텔레콤과 KT가 각각 내년과 올 하반기 유심 단독개통을 허용하겠다고 27일 밝힌 것이다.

이순건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유심 제도 개선으로 고객 편의성을 제고하겠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개선작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국내서도 한 유심으로 여러 휴대폰을 쓰는 생활이 보편화 될 전망이다. 친구들 간 서로 휴대폰을 바꿔가며 쓰는 것도 가능하다. 휴대폰 시대의 새로운 막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이통사-제조사 기득권 흔들?

반면, 이통사와 제조사들은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휴대폰 시장에서의 기득권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통사의 경우 단말기 보조금을 뿌려 가입자를 모으는 기존 마케팅이 힘들어질 전망이다. 간단히 유심 개통으로만 이통사를 옮기려는 고객을 어떻게 잡아야할 지 고민하게 됐다. 수십만원대 단말기 보조금을 주면서 잡은 ‘의무사용기간’을 써먹지 못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고객 충성도를 올릴 새 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개통 후에도 고객 입맛을 계속 맞춰 줄 서비스가 중요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심 개방에 따라 보조금만 투입하는 쉬운(?) 마케팅은 힘을 잃을 것”이라며 “통신 서비스 자체의 질을 키우려는 경쟁이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 제조사들도 숙제가 크다. 단말기 판매량 감소가 예상된다.

그간 휴대폰 제조사들은 번호 이동을 위해 단말기를 사는 사용자 덕을 크게 봐왔다. 유심 개방은 이를 확 줄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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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는 휴대폰이 아닌 유심을 사면서 번호 이동을 하고, 제품이 질리면 친구와 바꿔 써도 된다. 신상품을 원할 때나 휴대폰 매대로 눈을 돌리면 된다. 휴대폰 교체 주기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번호 이동을 위해 사는 제품 수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며 “유심 개방에 맞춰 판매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