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외면, USB시대 끝나나?

인텔, USB 3.0보다 2배 빠른 ‘라이트 피크’ 시연

일반입력 :2010/04/18 19:07    수정: 2010/04/19 19:30

남혜현 기자

3.0시대로 진입한 데이터 전송 표준 USB 기술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USB3.0 대열에 합류하는 대신 독자 노선을 걷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점점 힘을 받고 있는 것. 인텔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올해 출시되는 칩에서 USB3.0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텔이 대신 꺼내든 카드는 광섬유를 이용한 데이터 전송 케이블 '라이트 피크'. 미국 IT매체 뉴스팩터는 인텔은 IDF에서 라이트 피크를 시연했고 내년초에는 첫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USB3.0보다 라이트 피크에 신경을 쓰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인텔이 USB 3.0 대신 새로운 데이터 전송 표준으로 라이트 피크를 밀고 나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USB 3.0은 기존 2.0 인터페이스에 비해 대역폭을 넓혀 데이터 전송속도를 10배 가량 향상시킬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다만 제대로 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3.0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칩셋이 개발나와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인텔이 애매모호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전 세계 칩셋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은 그동안 “USB 3.0을 지원하는 그룹에 참여해 산업표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는 입장만 되풀이 할 뿐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라이트피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라이트피크는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한 데이터 전송 기술이다. 초당 최대 10기가바이트(GB)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 3.0 보다도 2배 빠른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2.0 인터페이스보다는 20배 빠르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술이 한 번에 여러 대 PC와 동시 접속하는 것을 지원하고 USB뿐만 아니라 HDMI입력단자, 파워 케이블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용할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텔의 공식답변은 “USB 3.0과 라이트 피크는 관련이 없다”라는 입장이다. 인텔 차건철 연구원은 “단기적 관점에서 라이트 피크는 USB 3.0의 대안은 아니다”라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라이트 피크가) 여러 인터페이스와 케이블을 통합할 수 있다는 계획이 있기 때문에 USB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노트북 도킹 시스템이 라이트 피크로 대체될 가능성도 주목했다.

인텔은 라이트 피크 첫 모델이 올 해 생산될 것이며 내년초에는 출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모델은 콘트롤러 칩과 광학 모델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다.

외신들은 반응은 인텔과는 다르다. 인텔이 USB 3.0과 거리를 두려는 것 아니냐란 해석이 적지 않다. 뉴스팩터에 따르면 인텔 케빈 칸 연구원이 라이트 피크가 USB3.0이 꽃피기 전에 추월해 버릴 것이라며 10GB 전송 속도 표준은 2011년이 되면 주류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지디넷도 USB 3.0에 대한 논의가 움츠러든 사이 인텔이 이미 새로운 케이블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며 라이트피크는 USB시대 종말의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리차드 심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특히 서버에서 라이트피크를 사용하는 것을 홍보하고 있음을 주목했다. 그는 (서버가) 일반 PC보다 더 많은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는 라이트피크가 나온다고 해도 당장에 USB를 대체하기는 이르다는 쪽이다. 한 메인보드 업체 관계자는 “인텔이 새로운 칩셋은 USB3.0을 외부 콘트롤러로 사용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라이트 피크 같은) 새로운 규격을 만들려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새 규격을 발표하는 것은 인텔로서는 위험부담이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중성을 위해서는 칩셋 자체에서 3.0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게 빠를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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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경쟁사인 AMD는 지난달 USB 3.0을 지원하는 칩셋 '890GX'를 출시했다. 기존 3.0 지원 콘트롤러 탑재 제품이 대역폭이 좁아 전송속도가 느렸던 한계점을 보완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제품보다 2배가량 비싼 가격대로 아직까지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AMD 관계자는 “라이트피크가 USB 3.0보다 속도는 훨씬 좋다고 들었다”면서 “그렇지만 어떤 업체에서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업계 표준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