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대 KBS·MBC’ 월드컵 중계 진흙탕 싸움

일반입력 :2010/04/13 19:41    수정: 2010/04/14 08:47

남아공 월드컵 중계를 둘러싼 지상파 방송3사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중계권 갈등이 소송과 언론플레이가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하고 있다.

KBS와 MBC는 12일과 13일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SBS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BS는 적반하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합의만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까지도 KBS·MBC는 SBS와 월드컵 공동중계를 두고 수차례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달 18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3사간 공동중계를 위한 협상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사기와 의도적인 협상지연, 그리고 보편적 접근권

KBS와 MBC는 SBS가 중계권 확보과정에서 삼중플레이를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SBS가 코리아풀에 참여하는 척하며 뒤에서 독점계약을 맺었다는 것.

2006년 5월30일 KBS, MBC, SBS 사장단은 코리아풀을 구성해 올림픽과 월드컵 등의 중계권을 공동으로 확보하기로 합의하고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SBS는 8월 돌연 IOC, FIFA와 단독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코리아풀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SBS는 3사가 협상가격 제시하기 전인 5월 8일 IB스포츠와 단독구매를 위한 비밀합의를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SBS는 코리아풀 참여 모양새를 취하면서 KBS와 MBC의 단독협상을 막은 셈이 됐다. 이 과정에서 3사의 제시금액을 미리 알아낼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SBS 관계자는 “2006년 당시 KBS와 MBC가 SBS를 배제한 채 별도 계약을 추진한다는 움직임을 감지해 서둘러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SBS 측은 “불가피하게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방송권을 단독으로 구매하기에 이르렀고 계약 직후 사과와 함께 재판매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또한 KBS는 SBS와의 공동중계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방송통신위원회의 협상권고에도 SBS가 기존 요구사항을 추가하며 소극적으로 협상에 임했다는 것.

KBS와 MBC 측은 “SBS는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않고 가치산출이 불가능한 요구를 제시하고 있다”라며 “이는 공동중계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SBS는 “협상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고 법적 조치를 예고하며 협박을 통해 힘으로 방송권을 빼앗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시청자의 보편적 접근권도 문제다. KBS와 MBC는 월드컵처럼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되는 국제행사를 민영방송에서 독점중계하는 것은 보편적 시청권을 해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반면 SBS는 전국적으로 90%이상의 시청권역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가 지난달 SBS의 시청가능 범위가 90%이상이었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SBS의 시청권역은 지역민방과 유료방송을 포함한 후에야 90%를 넘었다. 이를 제외하면 86%에 머물러 있다.

■SBS의 단독중계 강행으로 기우나?

KBS와 MBC는 기자회견, 언론보도 등을 동원하며 전방위로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3사의 협의가 협상테이블을 벗어나 방송, 법정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업상 갈등을 벗어나 감정의 골마저 깊어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KBS와 MBC의 행동에 대해 수긍은 하지만 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다툼으로 번지게 되면 합의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라며 “SBS를 향해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게 과연 얼마나 효과를 보일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SBS는 단독중계 강행으로 노선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SBS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중계 성공으로 SBS 내부에 자신감이 생겼다”라며 “그동안 MBC와 KBS에 비해 열세를 보여 온 스포츠 중계에서 시청자 인식을 바꿨다는 점도 크다”고 전했다.

상식적으로 SBS가 단독 중계를 할 경우 적자를 볼 것이란 전망은 어렵지 않다.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3사가 중계를 통해 벌어들인 광고수익은 700억원대다. SBS가 지출할 비용은 1천3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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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적자가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SBS가 단독중계를 고집하는 이유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SBS가 겪고 있는 경영악화를 타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방송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월드컵 중계로 적자를 볼 경우 경영진은 긴축경영의 명분을 쥐게 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