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단독중계 논란, 핵심은 돈

일반입력 :2010/03/16 14:13    수정: 2010/03/16 14:58

남아공 월드컵이 SBS 단독중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러 쟁점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돈. 지상파 방송3사는 중계권 비용분담 규모에 대한 입장차가 커 정부 개입이 불가피해졌다.

방통위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 방송 3사 사장들을 참석시켜 월드컵 중계권에 대한 최종의견진술을 들었다. 지난 1월 KBS와 MBC가 SBS를 상대로 제기한 보편적 시청권 침해행위의 시정 요청과 관련해 각사의 의견진술 자리였다.

회의서는 비용 분담 문제가 가장 대두됐다. SBS는 지난 2006년 중계권 독점계약으로 추가 부담한 올림픽 부분 950만달러와 월드컵 부분 2천500만달러를 MBC와 KBS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06년 당시 지상파3사는 공동으로 약 6천만달러의 협상가격을 제시한 상태였다. 하지만 SBS가 코리아 풀을 깨고 단독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구매가격이 상승했다.

현재의 절충안은 2007년 옛 방송위원회가 내놓았던 올림픽 중계권 확보에서 발생한 비용을 SBS가 50%를 부담하고, KBS와 MBC가 25%씩 각각 부담하는 방안이다.

SBS는 50%란 비율에 있어서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3년 동안 발생한 비용도 소급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BS의 중계권 구매당시 환율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도 걸림돌이다. 2006년 당시 환율은 달러당 1천25원가량. 현재의 환율을 적용하면 200원 정도의 차액이 발생한다. SBS는 현재 환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KBS와 MBC는 당시 환율로 계산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처럼 방송사들이 돈을 두고 반목하는 상황에 국민자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사가 사익을 위해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경자 방통위 부위원장은 “방송중계권 분쟁을 보면 전파를 통해 각사의 입장을 주장하는데 각 방송사들이 자기 이해를 위해 사유화하는 것은 윤리 위배”라고 비판했다.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도 “옛 방송위가 중재한 25대25대50 중계권료 배분은 한 방송사 당 100억원이 채 안된다"며 "그런 사안에 대해 3년 넘게 끌어온 이유가 뭐냐”고 지적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언론사, 한국 방송계의 수치스러운 광경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잘못하면 우리나라가 중계권 업계의 봉이 될 수 있는 만큼 모양도 좋고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협상타결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날 회의에서 김인규 KBS 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은 협상의 가능성은 얼마든 열려 있다고 했지만, 우원길 SBS 사장은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다.

우 사장은 “지난 3년 9개월 동안 SBS는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 노력했지만 KBS와 MBC가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추가부담에 대한 선결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공동중계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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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최시중 위원장이 일반적 국민 정서를 언급하자 우 사장은 “국민들이 시위하고 떼쓰면 들어주는데 지금도 그렇게 가야 하느냐”며 “사회적 통념상 허용되는 것이 달라져야 한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1차 결론은 17일 나올 전망이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SBS 단독중계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위반 및 지상파 방송 3사의 중계방송권 판매·구매 거부 또는 지연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