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맹주 꿈꾸는 드림웍스를 가다

일반입력 :2010/03/29 17:45    수정: 2010/03/30 11:54

류준영 기자

(LA=류준영 기자)“어! 삼성전자 3D TV네, 저건 현대아이티 3D TV잖아”

미국 로스앤젤레스 글렌데일에 위치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요새라고도 칭하는 이곳 건물 복도 곳곳엔 한국기업이 만든 3차원(D) TV 포장박스가 풀어 헤쳐져 있다.

여태껏 극장가와 DVD 등의 부가판권시장에만 머물렀던 드림웍스의 판매망이 3D TV 열풍과 함께TV 안방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었으니, 예전과 크게 달라질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장의 분위기는 한껏 고무돼 있었다.

드림웍스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현대아이티 등 국내 3D TV제조사와 콘텐츠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드림웍스 관계자는 “TV 풀 프레임에 맞는 콘텐츠 규격 등 갖가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잇으며, 이곳에서 3차원 TV는 대부분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3D TV는 개개인 안방에 설치하기 적합한 ‘셔터안경방식’이며, 현대아이티는 대중들이 함께 보기에 유용한 극장시스템과 가장 가까운 ‘편광안경방식’이다. 때문에 2개의 제품을 모두 놓고 테스트 중이란다. 지난 26일(현지시간), 기자는 HP ‘워크스테이션 미디어데이’ 부대행사로 이곳 3D 애니메이션 제작과정 일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곳은 인기 애니메이션인 ‘슈렉’과 ‘쿵푸 펜더’의 모태다. 또 올해 포춘지가 선정한 미국서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 6위에 올랐다.

2010년부터 모든 작품을 3D로 제작하기로 한 드림웍스는 올해 ‘드래곤 길들이기’ ‘슈렉 포에버’ 등을 포함, 올해 3편의 3D 애니메이션을 내놓는다. 이날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최고경영자(CEO)는 전세계 언론사 기자들을 맞이한 환영사에서 “올해는 3D 콘텐츠가 가정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며, 이를 삼성과 같은 첨단기업들이 이끌어 갈 것”이라며 삼성전자와의 긴밀한 관계를 피력했다.

카젠버그 CEO는 “2년 안에 지금보다 80% 이상 많은 작품을 3차원으로 만나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CEO는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3D 판타지 영화 ‘아바타’에 대해 “실사와 컴퓨터그래픽(CG) 결합은 화면을 전부 3D란 그릇(필름)에 담을 수 없지만 애니메이션은 다르다”라며 “3차원(D) 애니메이션은 ‘아바타’보다 더 진짜 같은 생동감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첨단 애니메이션 센터 '이름값'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드림웍스 건물은 미국 명문대학들의 전경과 흡사했다. 2만4천 제곱미터 면적에 다섯 개의 건물들이 미로처럼 이어진 이곳은 겉으론 일반 건물이나 속은 최첨단 시스템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5개의 데이터센터는 자동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철저히 관리됐으며,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이곳(1천350여명 근무)과 인도 드림우거스 200여명의 직원이 원격지간 영상통화를 통해 차기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구상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7년 전에 이미 구축한 화상회의 솔루션으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생산성 향상에 효율적이다.

드림웍스는 3D 분야 선두입성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근래 신축한 7층짜리 건물은 3D 관련 제작 시설로 모두 채워졌다. 또 올해 연면적 1만2천500제곱미터 면적의 3차원 콘텐츠 제작센터를 새롭게 올릴 예정이다.

이곳에 서버관리는 매우 민감하게 이뤄졌다.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에 발생하는 엄청난 데이터는 PC자체 하드웨어에 보관하기엔 벅찬 대용량으로 제작자 별로 한 대의 서버 캐비닛이 제공됐다. 때문에 열에 의한 서버 과부화는 모든 작업이 ‘올 스톱’ 될 수 있는 위험요소로 간주됐다.

각 서버에 부착된 열 감지 센서와 이를 연결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과부화가 걸린 서버를 체크하고, 천장과 바닥에 특수 설계된 에어컨 시스템을 통해 내부온도를 조절했다.

에드 레너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대부분 서버는 HP의 제품으로 이 회사로부터 기술지원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홍보판촉 부분에서도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윽고 기자단은 투어 팀을 나눠 신축 건물의 지하에 들어섰다. 새로 꾸며진 `모션 캡처 스튜디오`에선 `쿵푸 팬더`를 3D로 촬영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 곳에 기자들의 촬영은 일체 금지돼 있었다.

총 53개의 센서가 부착된 특수복을 입은 연기자가 동작을 취하면 스튜디오에 설치된 36개의 카메라가 이를 애니메이션 형태로 녹화했다.

여기엔 대용량 작업에 적합한 HP의 워크스테이션이 동원됐다. 카메라로 입력된 화면을 동시에 애니메이션으로 렌더링하는 작업이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기존에 3D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의 동작을 캡처 한 뒤 이를 토대로 애니메이션 작가가 새로 그림을 그려 넣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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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스튜디오에선 `매직 윈도`라고 불리는 특수카메라로 LED 램프를 부착한 특수복 차림의 연기자의 움직임을 찍어 이것이 미리 지정한 애니메이션 형태로 나타나게끔 했다. 그만큼 작업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

현장 관계자는 “요즘 3D 기술은 60시간 이상의 작업분량을 10분의 1인 6시간대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