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 광고시장 3년 “거품 걷히고 알짜만 남았다”

일반입력 :2010/03/19 16:15    수정: 2010/03/19 16:17

봉성창 기자

자본주의 시대에서 사람의 눈길이 가는 곳은 모두 광고판으로 사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하철 개찰구의 회전봉이나 버스 손잡이의 작은 공간에 빼곡하게 광고가 채워져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게임 속에 광고를 하겠다는 발상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한번 시작하면 적지 않은 시간을 한 곳에만 집중해야 하는 게임은 그야말로 훌륭한 광고매체로서 손색이 없다.

지난 2007년부터 국내에서도 ‘게임 내 광고(In Game Advertising, 이하 IGA)’ 사업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비단 국내 뿐 아니라 MS, 구글 등 세계적인 IT기업들까지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인수 합병을 통해 시장에 뛰어들어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양방향적인 특성이 뛰어난 온라인게임을 바탕으로 IGA 시장이 크게 활성화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뜨거운 기대 속에 IGA 시장이 태동한지 만 3년 남짓이 흘렀다. 이제 게임 중간에 광고가 등장하거나 특정 상품과 제휴 이벤트를 실시하는 것은 결코 새롭지 않은 일이 됐다. 그동안 국내 IGA 시장은 어떻게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 왔는지 시기별로 짚어봤다.

■ 태동기(2007년) - 게임 확보에 과잉 경쟁 벌어지기도

IGA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해는 지난 2007년이다. 국내 최초로 IGA 전문회사를 표방하며 등장한 IGA웍스를 필두로 디브로스, 아루온게임즈, 매시브 등 국내외 업체들이 저마다 특화된 IGA 솔루션을 가지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활발한 사업을 펼친 업체는 아이지에이웍스, 디브로스, 매시브 정도로 압축된다. 당시에는 IGA에 대한 개념이나 사업모델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시기였던 만큼 회사마다 사업 방향성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우선 아이지에이웍스는 게임 내 직접적인 노출과 프로모션을 통한 보상 지급 등의 기법을 선보였다. 이는 게임에 몰입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광고 상품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광고 기법을 말한다. 또한 프로모션을 활용한 보상 지급 방식은 게임 이용자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서 광고 상품에 대한 인지도와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06년 MS가 인수한 매시브는 오로지 게임 내 직접적인 노출 방식으로 승부를 했다. 매시브가 가진 강점은 인터넷 배너 광고와 같은 표준화된 규격과 이를 전 세계 게임 이용자에게 공통 노출하며 얻어지는 광고 효과 그리고 이를 산출하는 집계 방식에 있었다.

반면 디브로스는 게임 런처에 웹 광고를 노출하는 형태로 차별화를 꾀했다. 게임 내에 상품을 노출하지 않음으로서 게임 이용자의 몰입도를 전혀 방해하지 않고 게임 최초 실행 시에 보이는 런처를 통해 광고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실제로 이 시기에 디브로스는 IGA라는 말보다는 단순히 ‘게임 광고’라고 칭했으며 게임 속 노출 광고는 PPG라는 용어를 따로 사용할 정도로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초창기 이들 업체들은 광고주보다 오히려 매체(게임) 확보에 고민이 많았다. 대부분 게임사들이 IGA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귀가 솔깃했다가도 막상 게임 내에 광고를 넣겠다고 하면 개발자들의 반대가 심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당시는 일찌감치 한국시장에 진출한 매시브를 비롯해 IGA월드와이드, 익센트 등 해외 업체들까지 한국 시장에 문을 두드리며 매체 확보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던 만큼 업체 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띄었다. 게다가 일부 메이저 퍼블리셔 들은 독자적인 IGA 사업을 시도하는 등 전문 업체에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뒤늦게 참여한 해외 업체는 게임사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시장 진입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전환기(2008년) - 경쟁보다 성공 사례 확보에 집중

지난 2008년 이후 IGA 시장은 어느 정도 거품이 걷히기 시작했다. 업체 간의 매체 확보를 위한 불필요한 과잉 경쟁보다는 실질적인 캠페인 집행 사례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도 바로 이 시기다.

뿐만 아니라 메이저 게임 퍼블리셔들도 독자적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실질적 수익발생과 보다 좋은 브랜드의 노출에 더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전문 업체들의 IGA 모델을 활용한 성공 사례들이 하나 둘씩 등장했고, 각 게임사들 역시 제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아이지에이웍스는 농심, 나이키, SK텔레콤, 던킨도너츠 등 대형 광고주를 중심으로 활발한 사업 전개를 펼치며 IGA의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2008년 하반기에는 일본 소넷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매시브 역시 한국지사 설립을 마무리하고 영화를 게임 내 노출시키는 형태로 본격적인 사업 전개에 나섰다. 또한 디브로스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웹 광고 포맷의 광고물을 온라인게임 런처에 선보이며 다수의 광고 집행 사례를 만들며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업체들의 활발한 사업전개로 인해 점차 IGA에 대한 광고주와 게임사의 인지도는 올라가고 이용자들의 거부감은 낮아졌다. 물론 당초 기대만큼의 폭발적인 성장은 없었다. 그럼에도 비즈니스 모델로서 IGA가 가진 가능성이 검증되기에는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성장기(2009년) - 금융 위기 속 오히려 상승세 ‘눈길’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IGA는 저비용 고효율 광고 수단으로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광고 집행에 있어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서울시 등 공공기관들까지 나서서 시정홍보나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해 홍보 수단으로 게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광고주가 점차 확대되기에 이른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시기에 전 세계에 불어닥친 금융 위기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광고 시장이 반토막 나는 상황이 초래됐다는 점이다.

불황이 닥치면 기존 미디어보다 더 큰 타격을 받는 곳이 뉴미디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도 콘솔 게임에 주력하던 미국 IGA 업체들의 몰락이 두드러졌다.

선두업체인 IGA월드와이드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해외 매체의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매시브도 임직원의 30% 가량을 감원하는 등 좋지 않은 소식이 잇따랐다. 결국 매시브는 지난 2009년 9월 경 모든 소속 임직원을 정리하고 한국 사업을 철수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국내 IGA 업체들은 게임사와의 긴밀한 협조 속에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이와 대조를 이뤘다. 단순히 게임 내에 광고를 노출하는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한 국내 업체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도약기(2010년) - 온라인게임 넘어 SNS와 스마트폰까지 확대

3년이 지난 지금 IGA의 시장 활성화는 여전히 더딘 편이다. 이는 여전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특정 계층만 이용하는 매체로 보는 일부 보수적인 광고주들의 인식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IGA 시장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고객과의 디지털 접점을 찾으려는 기업들의 니즈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 역시 돈을 전혀 지불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대다수의 이용자로부터 적지 않은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IGA의 필요성을 점차 인식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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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IGA 모델에 대한 보완 및 발전도 이뤄지고 있다. 광고 측정 방식의 개선 뿐 아니라 광고주를 위한 효과측정 지표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또한 최근 불고 있는 SNS와 스마트폰에 IGA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아이지에이웍스 마국성 대표는 “최근 IT트렌드인 SNS와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게임은 가장 비중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며 “오픈플랫폼 환경 하에서도 게임은 공통된 광고 매체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