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직원 '금단의 열매' 그이름은 아이폰

스티브 발머 심술

일반입력 :2010/03/14 15:56    수정: 2010/03/14 18:45

이재구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직원들은 최근 등장한 장난감(?)에 대한 열광하고 있지만 이를 함부로 부를 수 없다. 그 장난감의 이름은 바로 ‘아이폰’이다.

말할 것도 없이 아이폰은 MS의 오랜 앙숙인 애플이 만든 것이다. 아이폰의 성공은 MS경영진에게 최근 자사의 모바일비즈니스가 나락에 떨어지고 있음을 성가시게 상기시켜 주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가슴아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9월 MS 전체 모임에서 발생한 사건 이후로 MS직원들이 언급하기 꺼려하는 '금단의 열매'가 있는데 그 이름은 바로 '아이폰'이라고 보도했다.

보도는 어림잡아 전세계 MS 직원의 10%나 되는 사람들이 아이폰사용자로 추정되고 있는데다가 이들이 아이폰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이 MS경영진을 더욱 가슴아프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MS에서 아이폰사용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지난 해 9월에 나타났다. 시애플 스포츠스타디움에서 전체 회사모임에서 한 불운한 직원이 자신의 아이폰으로 발머CEO의 스냅샷을 찍으면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직원에 따르면 발머는 그 직원의 아이폰을 빼앗더니 바닥에 내려놓고 수천명의 MS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짓밟는 시늉을 했다.

스티브는 임원들과 직원들의 아이폰사용에 대해 토론하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포드에서 일할 때 자신은 포드를 몰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발머는 다른 제조업체로부터 MS의 윈도모바일SW에서 가동되는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레드먼드 캠퍼스의 아이폰 광풍에 열받은 스티브 발머

시애틀 근교의 레드먼드 캠퍼스(MS본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컨퍼런스룸에서,카페에서, 로비에서 아이폰 터치스크린을 두드리는 등 아이폰 사용자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최고경영진 가운데 아이폰을 쓰는 사람으로는 J 앨러드가 있다.

하지만 그는 X박스 게임콘솔을 만드는 것을 도우면서 동시에 엔터테인먼크디바이스사업부의 최고경험책임자(Chief Experience Officer)이기도 하다.

MS고위임원과 얘기를 나눈 사람들은 지난 해 거의 1만명이나 되는 아이폰사용자들이 MS직원 이메일시스템에 접속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거의 MS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것이다.

반대로 애플의 직원들은 그들 회사의 휴대폰에 대욱 전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회사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 또는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최근 기억으로는 애플 아이폰 이외의 다른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을 본 경험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발머의 아이폰 사용 직원에 대한 심술은 컴퓨터운영체제(OS)에서 음악플레이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IT부문에서 라이벌인 두 거인사이에서 발생한 가장 최근의 엇갈린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보도는 아이폰을 사용하는 직원들을 보는 MS임원의 심경은 펩시콜라를 마시는 직원들을 보는 코카콜라임원의 심경과 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폰 사용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빌 게이츠 회장이 있다.

지난 1월의 ‘데일리 쇼’에 손님으로 출연한 빌 게이츠는 사회자 존 스튜어트로부터 MS의 풀타임 업무에서 떠난 지난 2008년 이후 아이폰을 사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나는 MS 충성파“라고 대꾸했다.

■“아버지는 포드에 다녔고 가족들은 포드차만 탔다”

MS임원들사이에서도 직원들의 아이폰 사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지난 주 MS는 한걸음 물러나 직원들의 아이폰사용에 대한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현장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에 따르면 모바일 SW개발을 담당하는 앤디 리스 MS전무와 그의 상사 로비 바흐는 “MS직원들은 경쟁사의 제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흔히 경쟁사제품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케빈 터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그 설명을 비웃었다.

터너는 그가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MS판매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고 참가자들은 덧붙였다.

한 참석자는 “터너가 ‘이 분야에서 좋은 것은 레드먼드(MS)에도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발머도 이 모임에서 비슷한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에 따르면 발머는 임원들에게 그는 디트로이트에서 자랐는데 거기서 발머는 “아버지는 포드에 다녔고 자신의 가족은 항상 포드를 몰았다”고 말했다.

일부 임원은 공공연하게 아이폰을 비난한다. 스테픈 엘롭 MS비즈니스사업부 사장은 발머가 2008년 그를 MS로 스카웃하기 전까지는 애플 제품을 사용했다.

그러나 MS에 합류한 후 판매대표자회의에서 엘롭은 그의 아이폰을 산업용 블렌더에 갈아넣어버리고 비디오로 이를 보여주었고 한 목격자가 전했다.

당당히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MS의 SW엔지니어 유진 린은 최근 자신의 여가시간에 아이폰을 위한 sW개발을 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가 만든 것 중 하나는 피커부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유튜브에 올린 그의 시애틀 토크 비디오는 7만 3천회의 히트수를 기록했다.

MS는 일관되게 아이폰이나 애플 제품의 사용을 금하고 있지는 않다.

부분적으로 애플이 자사에 SW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매킨토시컴퓨터는 MS그룹에서 오피스SW의 맥버전을 만들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배아픈 MS의 승부수는 연말 나올 윈도폰7

그럼에도 MS가 CEO이하 임원들까지 나서서 격론을 보이는 등 이처럼 난리법석을 떠는 이유는 애플이 모바일 폰에서 급부상하면서 배가 아프기 때문이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아이폰은 지난해 11월말부터 올1월말까지 3개월간 미국 스마트폰시장에서 25.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윈도모바일OS점유율 15.7%의 두배 가까운 수치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직원들사이에서는 발머의 포드차 이야기를 MS가 아이폰사용자들에 대해 단속을 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MS는 지난해 초 자사의 휴대폰정책을 고쳐서 윈도폰SW에서 가동되는 휴대폰사용자에게만 휴대폰사용비를 지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MS는 그것은 보다 광범위한 비용절감책의 일부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부 MS직원들은 그들의 아이폰을 감추느라 고통을 겪고 있다.

반면 고위급 임직원들은 동종 모임에서 드러내놓고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는 자기 상사앞에서만 감추는 실정이다.

한 MS 직원은 자기는 일반 휴대폰 케이스를 사용해서 아이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나는 적어도 1년에 한번은 발머와 미팅을 갖는데 이때는 누가 전화를 하든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윈도모바일폰은 웹브라우저와 앱스토어 다운로드 등 아이폰에 비해 기술에서 뒤진 것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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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MS와 IT산업계에서는 수정판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윈도폰7시리즈가 성탄절을 맞아 휴대폰에 장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