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성공 이후 모바일 업계에서 스마트폰은 대세다. 아이폰 탁월한 사용자경험(UX)을 앞세워 시장을 뒤흔든 것으로 평가되면서 UX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는 10일 'UX 패러다임 변화와 대응전략'을 주제로 오픈 세미나를 열고 모바일 생태계 변화에 따른 기업 대응을 논의했다.
주제강연을 맡은 KT 중앙연구소 김성우 연구원은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이 돌풍을 일으키며 UX가 재조명 되고 있다"면서 "새로운 IT패러다임에서 향후 UX에 주어진 과제는 서로 다른 사용자환경(UI)에서 느끼는 같은 UX"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KT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서로 다른 기기에서 어떻게 하면 같은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라면서 "개별 제품군에 다른 UI가 들어가더라도 UX는 함께 가는 방법(different UI, same UX)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바일폰이나 텔레비전 디스플레이 방식이 서로 다른데 여기에 획일적인 UI를 억지로 집어넣게 되면 제품들이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되는 만큼, 각 제품별로 최적화된 UI를 제공하면서도 익숙하고 친밀한 사용경험을 제공해야 소비자들이 선택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관련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사례로 '끊김없는(seamless) UX'를 구현한 애플을 꼽았다. 끊김없는 UX란 사용자 경험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것을 말한다. 애플은 '음악을 듣고 싶다'라는 소비자 욕구를 '아이팟 터치- 아이튠스- 온라인 음악 쇼핑몰'을 통해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시켰다. 이 뿐 아니라 아이폰이나 아이팟을 애플 TV 리모콘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제품간 연결고리를 만들어 UX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것이다.
■ 아이폰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아이폰이 성공한 이유에 대한 분석도 제기됐다. 김성우 연구원은 "아이폰이 떴다는 사실보다는 아이폰이 만들어진 과정을 주의 깊게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이폰이 단순히 기능이 좋다거나 디자인이 예뻐서 인기를 모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에 따르면 애플은 스마트폰 개발을 위해 지난 4년간 내로라하는 우수 인력 100여명을 투입해 아이폰 한 종류만 만들었다. 삼성이나 노키아가 매년 수십종의 휴대폰을 내놓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제품 개발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꼽았다. 톱 매니지먼트가 직접 제품을 기획한 후 디자인 및 개발 전 과정을 직접 지휘했다는 점이 완성도 높은 제품 출시를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애플의 뼈아픈 실패가 밑바탕이 됐다. 애플은 아이폰에 앞서 '뉴톤'과 모토로라 '아이팟폰' 등 두 종류를 먼저 출시한 바 있지만 시장 성적은 처참했다. 그렇다고 제품을 접은 것이 아니다. 실패작에서 사용됐던 기술이 지금 아이폰의 바탕을 이뤘다.
독특한 기업문화도 언급했다. '컬처'를 뛰어넘어 '컬트'라 일컬어 지는 굉장히 독특한 기업 문화 속성이 아이폰과 아이팟을 연속해서 히트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공이유로 "애플 CEO가 스티브 잡스"라는 점을 꼽아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 연구원은 "당신의 CEO는 누구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스티브 잡스는 UX 전공자가 아니면서도 현존하는 최고의 UX 디자이너"라고 치켜세웠다.
■ 급변하는 모바일 생태계 권력 지도
아이폰 출시 이후 모바일 인터넷 사용량이 급증한 점도 눈에 띄는 생태계 변화로 꼽았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KT 무선인터넷 사용량은 아이폰 출시 이후 120배 가량 증가했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면 음성통화 위주 통신시장이 무선인터넷 시장으로 급변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향후 캐시카우는 (데이터 통신)으로 가고 있다"면서 ”통신사를 위주로 하던 모바일시장 권력구도 역시 애플이나 구글 등 플랫폼 소유업체로 권력이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변하는 모바일 생태계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조건으로 그는 ‘일관성(coherence)’을 주목했다.
그가 말하는 일관성은 "서로 다른 것들이 잘 뭉쳐서 전체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마치 소설에서 '기승전결'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변하지만 주제의 일관성만은 헤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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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표준화와 규격화를 지향하는 ‘획일적 일관성(consistency)’은 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인 일관성은 모바일 플랫폼이 이미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표준화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무의미하며 오히려 '심리스 UX'를 구현하기 위한 '은은한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애플TV와 아이팟의 조작매뉴얼은 방식이 완전히 다르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애플 UX만의 냄새가 난다"면서 "애플이 그것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그것을 만들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