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피로도 시스템은 장발 단속과 같은 발상”

일반입력 :2010/03/10 11:03    수정: 2010/03/10 11:45

봉성창 기자

“21세기에 이뤄지는 장발 단속과도 같은 발상이다”

최근 게임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피로도 시스템을 확대 도입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피로도 시스템이 게임중독을 해결하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피로도 시스템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을 줄여주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분위기가 게임사와 이용자들 사이에서 팽배해지고 있다.

피로도 시스템은 게임 내에서 플레이를 통해 경험치와 같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정해놓음으로서 하루에 일정 이상은 게임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피로도 시스템의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찍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시스템이 주로 개별 캐릭터 별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게임 이용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개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같은 게임을 하루 종일 플레이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전체 계정을 묶어 피로도를 적용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계정을 여러 개 만들면 되는 것. 대부분 게임 포털은 한 개의 주민등록번호로 3개까지 계정을 만들도록 허용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로 묶어도 역시 도용하면 그만이라는 것이 게임 이용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문제는 피로도 시스템을 모든 온라인 게임에 일괄 적용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령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경우에는 피로도 시스템의 적용이 일정부분 가능하지만 여타 게임의 경우 큰 의미가 없을 정도다. 가령 일인칭슈팅게임(FPS)은 캐릭터의 육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아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전혀 걸림돌이 없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일부 게임에만 피로도를 적용해 이용자수를 제한하고 피로도시스템 적용이 어려운 게임은 그대로 놓아둔다면 자유경쟁 원리와도 맞지 않다. 더 나아가 외산 게임의 경우 피로도 시스템 도입에 대해 난색을 표시할 가능성이 높다. 애당초 피로도 시스템 염두에 두지 않고 개발돼 게임 밸런스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피로도 시스템을 적용해 서비스되고 있는 주요 게임은 NHN의 ‘C9’, 넥슨의 ‘마비노기영웅전’, ‘드래곤네스트’ 등이다. 이들 게임은 장르 특성상 빠른 콘텐츠 소모를 막기 위해 자체 필요에 따라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했을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령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경우 피로도 시스템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동안 만큼 경험치 혜택을 추가로 줌으로서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피로도 시스템 도입이 장시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또한 대부분 게임 이용자들이 주력으로 육성하는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하면 조금이라도 게임 플레이타임이 줄어드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피로도 시스템’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도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사회 이슈에 편승해 무작정 이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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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맥스 이병희 팀장은 “피로도 시스템이 게임사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에 협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인 것은 맞다”며 “그렇지만 게임 중독을 방지하는 데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한 게임 이용자는 관련 커뮤니티에서 “피로도 시스템은 21세기에 이뤄지는 장발 단속과도 같은 발상”이라며 “알콜중독이 문제가 되면 1인당 1일 술판매량을 제한하라”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