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서 지난 15일 열린 ‘월드모바일콩그레스(MWC) 2010’이 막바지에 들어섰다. 떠오르는 스마트폰 시장 패권을 잡겠다는 도전장이 쏟아졌다.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의 수장들이 총출동해 미디어도 바빠졌다. 행사장 어디를 가도 사건의 연속이었다. 저마다 최강을 자처한 통신 거물들의 이색 발언은 인기 헤드라인으로 꼽혔다.
MWC 2010에서 화제가 된 유명 인사들의 주요 어록을 정리했다.
“인수할만한 휴대폰 제조사 없네...” -스티브 발머 MS CEO-
MS의 휴대폰 제조사 인수설은 지난 수개월간 줄기차게 돌았었다. 애플에 대항해 하드웨어까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MS 내부 여론도 외신에 올랐다.
스티브 발머 MS CEO는 이 같은 소문을 냉정하게 일축했다. 삼킬만한 물건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발머 CEO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윈도폰7을 발표하며 “인수에 나설 만큼 매력적인 매물도 없고 아직은 자체 휴대폰을 생산할 때가 아니다”라며 “제휴 업체들과의 협력을 굳건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MS는 세계 휴대폰 제조사들과 손잡고 윈도폰7 공급에 매진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협력 대상이다. 기존 스마트폰 주력인 윈도모바일이 점유율 10% 이하로 부진한 가운데 윈도폰7은 MS에게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다.
“모바일 퍼스트” -에릭 슈미트 구글 CEO-
스티브 잡스 애플 CEO에 대한 도발로 보인다. 최근 잡스 CEO가 “애플은 세계 최대 모바일 회사다”라고 외친 것에 대한 맞불이다. 제대로 한판 붙어보겠다는 의지가 물씬 풍긴다.
에릭 슈미트 CEO는 “사내 최고 프로그래머들이 모바일 부서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며 “3년 내 스마트폰이 PC보다 판매량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구글이 제작 중인 모든 콘텐츠는 스마트폰에서 뛰어난 구동 능력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이 거창한(?) 발언에도 불구, 관객 반응은 미지근했다. 테크크런치 등 외신들은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평가를 앞 다퉈 내놨다. 남들 다 아는 얘기를 줄줄 읽었다는 혹평도 나왔다. 연설에 있어서는 잡스 CEO의 상대로 한참 부족한 구글 수장이다.
“시간이 필요해”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는 스마트폰 전쟁의 소프트웨어 종목에 있어서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수준 휴대폰 단말기를 가졌지만 소프트웨어 역량 부족으로 애플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은 삼성전자다.
반전 카드는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해 모바일 소프트웨어 부분에 1천300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올해는 그 이상을 예고했다.
기업인수도 고려 대상이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곳이라면 적극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기업인수 가능성을 항상 열어둔다”며 “우수한 기술이나 삼성에 없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MWC에서 독자 모바일 플랫폼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를 선보였다. 빠른 애플리케이션 구동 속도가 나름 호평 받았다. 바다가 삼성전자를 모바일 소프트웨어 강자로 올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구글도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IT 코리아’가 흔들린다. 혁신의 부재 속에 무선 인터넷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가진 모바일 벤처를 키워야 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MWC 기자회견 내용은 이렇게 요약된다. 모바일 벤처 육성에 팔을 걷겠다고 약속했다.
최 위원장은 “구글도 허름한 창고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했다”며 “1%의 가능성을 믿고 벤처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KIF(Korea IT Fund)’ 펀드 자금을 올 상반기부터 모바일 벤처들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올 연말 기준으로 3천700억원(현재 가용자금 2천150억원) 규모다.
최 위원장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포털, 검색에 이르기까지 국내 모바일 시장을 외산 기업에게 뺏길 위기다”며 “모바일 활성화를 통한 IT 코리아 제 2 도약 여부는 향후 1~2년 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돈 있으면 차세대 플랫폼 만들 것” -산제이 자 모토로라 CEO-
비교적 평범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충분히 당황스럽다. 산제이 자 CEO는 미국의 최고 연봉 CEO 중 한명이다. 지난 2008년 1억400만달러(약 1천500억원)을 벌어들였다. 로런스 엘리슨 오라클 CEO도 눌렀다.
이 같은 몸값에 비해 자 CEO의 경영성적은 초라하다. 1위 노키아 추격은 언감생심.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 점유율 4위로 내려앉았다. 이달에는 휴대폰 사업 분할계획도 내놓았다.
관련기사
- 최시중 “모바일 벤처에 3천700억 투자”2010.02.18
- 아이폰 vs 윈도폰, UX 빅매치 시작됐다2010.02.18
- MWC2010 개막, 삼성·MS 열기 후끈2010.02.18
- 삼성 '바다폰' 공개…아이폰과 속도전2010.02.18
이 와중에 자 CEO는 막대한 스톡옵션을 챙겼다. 회사 구조조정이 실패해도 보상을 받도록 급여조건을 변경한 것. 올해 4천만달러에 가까운 수입이 예상된다.
이는 물론 자 CEO의 개인 수입이다. 다만, 회사 성장 동력 개발과 관련해 자금 여유 문제를 꺼낸 것은 경솔했다는 평가가 외신에 올랐다. 자 CEO는 당분간 돈 얘기는 일절 꺼내지 말아야 할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