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점에 도달한 국내 통신시장...돌파구는?

[연중기획]① 통신시장 '상생에서 길을 찾다'

일반입력 :2010/01/14 09:08    수정: 2010/01/21 10:48

김효정 기자

2010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해 국내 통신시장은 지난 해만큼이나 역동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LG 통신3사 합병법인 출범을 비롯해, 통신업계의 무선인터넷 선점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며 무엇보다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한 다양한 융합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업계는 통신 서비스 시장의 한계점을 벗어나기 위해 타 산업과의 협업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는 데 많은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신업계는 초반 KT-KTF 합병에서부터 중반 마케팅 경쟁 과열, 후반 아이폰으로 촉발된 무선인터넷 경쟁까지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왔다. 또한 이로 인해 부각된 통신요금 인하 이슈 등 업계는 '경쟁과 생존'을 오가는 점입가경에 빠진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악순환 고리를 올해까지 끌고 올 수 없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입장이다. 포화된 시장 환경에서 본격적인 통신요금 인하 정책까지 시행되면서 더 이상의 가격경쟁은 수익성 악화 외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다만 무선데이터 부문 매출 증가세와 스마트폰 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새로운 수익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2010년 통신서비스시장 규모 51조원… ‘턴 어라운드’ 국면 맞아 수익성 개선 필요

2010년 국내 방송통신서비스 시장은 지난해 59조4천억원 규모에서 3.9% 증가한 61조7천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KT경제경영연구소는 전망했다. 2009년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위기 극복과 차기 준비를 위한 전열 정비로 전년대비 1.2% 성장이라는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나 올해는 무선인터넷의 급성장, 부가통신서비스의 고성장 지속, 방송광고시장의 회복 등으로 기간통신서비스 시장은 지난해와 유사한 36조4천억원, 부가통신서비스 시장은 전년대비 14% 성장한 13조원, 별정통신서비스 시장은 -10% 성장한 1조6천억원으로 전망된다. 방송서비스 시장은 10조2천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기간통신서비스 중 유선통신 시장은 축소가 계속돼 -22.96% 성장한 13조6천억원, 무선통신 시장은 무선음성 매출 하락을 무선인터넷이 보전하면서 1.8% 성장한 22조5천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인터넷전화와 IPTV 등도 성장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0년은 국내 경제 및 방송통신산업이 '턴 어라운드' 국면으로 빠르게 접어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사업자들은 제휴 및 결합 역량의 강화, 리스크 관리 최적화, 기업가치와 수익성 제고 등과 같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변화와 성장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KT경제연구소 측은 설명한다.

■통신시장 新경쟁체제 구축 등 체질개선…키워드는 ‘상생’

포화된 통신시장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무선인터넷과 인터넷전화, IPTV 등 신규 사업의 성장 분위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말 통신사들이 새롭게 선보인 유뮤선융합(FMC) 서비스와 이종산업간 융합 등 B2B(기업) 부문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 가고 있다.

통신사 간 제살 깍아먹기식 경쟁 보다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통한 '新경쟁체제' 구축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휴대폰 보조금을 과도하게 제공하거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유치를 위해 수십만원의 현금 경품을 지급하는 저차원적인 마케팅 경쟁도 차츰 줄어들게 될 것이다.

대신 유무선융합 서비스를 기반으로 근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통해 통신사-SW개발사-제조사(휴대단말기, 장비업체) 등 관련 종사자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통신산업 생태계 조성이 통신사가 주도해야 할 과제가 됐다. 물론 이러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협력사와의 상생경영 전략 강화는 기본 덕목이다.

현 시점에서 통신사들이 제휴와 결합 역량을 강화하고, 여기서 기업가치와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리고 이러한 통신사 차세대 전략의 밑바탕에는 ‘상생’ 개념이 깔려있다. 통신 단품 서비스를 벗어나고, 타 통신서비스와의 결합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의 제휴와 결합을 통해 기업가치와 수익성을 증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타산업의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는 상생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말 방송통신 CEO 간담회에서 정체된 기존 통신시장에서 벗어나 이종산업간 상생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 정체에 직면한 통신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SK텔레콤은 통신 융합을 통한 산업생산성증대(IPE) 전략으로 IBM이나 시스코 같은 글로벌 기업과 싸워서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통신사들은 신경쟁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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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한 IT솔루션 제공 등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주력하는 동시에 금융, 제조사 등 이종산업간 융합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해 IT CEO 포럼에서 개방, 전략전 윈윈, 상생문화 정책 등 상생의 3대 원칙을 강조하며 “KT의 상생방안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경우 2012년까지 3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조4천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1만6천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텔레콤 역시 이종산업간 융합 서비스에 주력하면서 관련 부서를 신규 설립하는 등 상생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LG텔레콤 역시 합병 이후 덩치를 불리고 상생에 기반한 제휴 강화로 선발 2개 사업자와 자웅을 겨루겠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통신시장은 ‘상생 경쟁의 시대’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