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권, UX로 몰린다

IT거인들, 사용자 경험 세대 교체 선언…주도권 경쟁 후끈

일반입력 :2010/01/08 15:56    수정: 2010/01/21 14:05

황치규 기자

한시대를 풍미했던 키보드와 마우스의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는 것인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소비자가전쇼(CES) 현장. 디지털 사용자 경험(UX)의 세대 교체가 급물살을 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손가락 터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태블릿과 입체감으로 중무장한 3D 텔테비전과 콘텐츠는 참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IT업계 거물들은 차세대 UX 시대의 개막을 부르짖는다. 자동차에서 트위터에 올라오는 얘기들을 귀로 듣는 것도 이제 현실이 됐다.

손목에 감아 쓰는 미니 노트북과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속에서 가상 환경을 직접 경험할 날도 멀지 않았다. 디지털 UX를 둘러싼 환경이 뿌리채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이번 CES에서 첫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최고경영자(CEO)가 손에 들고 나온 것은 PC가 아니라 태블릿이었다. PC 시대를 대표하는 회사 수장이 2010년 디지털 트렌드를 보여주는 행사에서 태블릿을 화두로 던진 것이다.

그가 들고 나온 휴렛패커드(HP) 태블릿에는 키보드가 없었다. 다른 회사들이 공개한 태블릿들도 마찬가지. 키보드의 미래는 터치였다. 발머 CEO도 키보드가 없는 디지털 세상을 노래했다. 그는 멀티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태플릿PC에선 키보드를 쓸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폴 오텔리니 인텔 CEO도 CES 기조연설에서 컴퓨터는 더 이상 컴퓨터가 아니라 모든 것이라며 차세대 UX 시대의 개막을 부르짖었다. 새로운 컴퓨터 세상이 열렸단다. PC를 넘어 모든 전자기기로 개인용 컴퓨팅이 확산되는게 골자. 오텔리니 CEO는 개인이 갖고 있는 많은 기기들이 통합되고 있으며, 모든 컴퓨팅은 개인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고 말했다.

인텔의 행보는 오텔리니의 발언대로다. 탈PC전략으로 요약된다. 인텔은 이번 CES에서 PC와 넷북을 넘어 스마트폰과 IPTV셋톱박스, 산업용 장비용 프로세서까지 제공해 개인용 컴퓨팅 시장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인텔이 이번 CES에서 선보인 것중 눈길을 끄는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아톰칩 기반 무어스타운 프로세서를 탑재한 LG전자 스마트폰이고 다른 하나는 TV와 PC를 편리하게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위디'(WiDi) 기술이다. LG전자 스마트폰은 3D와 고화질 비디오를 지원한다. 아이폰으로는 할 수 없는 멀티태스킹도 가능하다고 한다.

디지털 경험의 진화는 자동차까지 덮쳤다.

미국 자동차 업체인 포드는 이번 CES에서 신형 대시보드 시스템 '마이포드터치'에 와이파이(Wi-Fi) 무선랜은 물론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판도라 음악 라디오, 트위터같은 웹애플리케이션도 접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한 휴대폰을 보유한 사용자들은 운전중에 트위터나 인터넷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개인화된 뉴스 캐스트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짐 벅코스키 포드 부사장은 PC에서 마우스가 하는 것처럼 자동차를 위한 것도 필요하다면서 디지털과 자동차간 융합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 각종 모바일 기기의확산은 기업과 일반 사용자들이 PC가 아닌 기기로도 많은 정보를 교환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PC와 휴대폰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일관된 UX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쓰리스크린 전략도 중량감있는 화두로 떠올랐다.

성장에 목마른 IT업계 입장에선 대단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런만큼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PC업체는 휴대폰을, 휴대폰 업체는 넷북을 노크하는 양상이다. 내로라하는 IT업체들 사이에서 영토확장은 유행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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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각자 시장을 분할 통치하던 업체들이 전면전을 벌이는 장면도 연출된다. 한때 절친이었던 애플과 구글은 지금 숙적 관계로 돌변했고 남남처럼 지냈던 인텔과 퀄컴은 소형 노트북 시장에서 제대로 한판 붙을 모양새다. 디지털 UX 변화가 경쟁의 색깔 자체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CES에서 쏟아진 메시지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