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LGT 부회장 "탈통신으로 기업 미래가치 높일 것"

일반입력 :2010/01/06 15:11    수정: 2010/01/06 15:14

김효정 기자

통신시장에서 태풍의 눈이 되겠다.

6일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은 서울 상암동 LG텔레콤 사옥에서 기존 통신의 틀을 깬 '탈통신'의 변화를 주도해 혁신적인 고객 가치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포화단계에 이른 국내 통신시장에서 더 이상의 소모적 경쟁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수년간 통신바닥을 떠나있던 이 부회장도 동감하고 있는 현실. 때문에 그가 통신사 CEO로 복귀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 만은 없다. 기존 통신시장 형세를 흔들 수 있는 혁신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그는 '탈통신'을 들고 나왔다. 통신사업을 안 하겠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통신서비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융합서비스를 창출하고 통신사로서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하겠다는 역할 변환이 핵심이다.

이 부회장은 국내 통신 3사가 기존 사업방식을 답습한다면 공멸의 길을 걷는 것이 될 것이라며 통신선에 의지하는 '빨랫줄 통신'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미래를 꿈 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음성전화 시대에서 정보전화 시대로 변했다. 앞으로는 쓰면 쓸수록 고객에게 이득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이겠다고 말했다.

특히 통신사업자 영역에서 벗어나 제조사와 시스템통합(SI) 사업자의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 사업자로 거듭나 기업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작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다음은 이상철 부회장 일문일답.

현재 통신시장의 문제점은

과거 통신사업은 통신선을 통해 적은 트래픽으로 많은 돈을 버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트래픽은 높아지고 수익은 낮아졌다. 사업모델이 쓰러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빨랫줄 통신 사업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1년에 8조원 이상 지출하는 보조금 등 경쟁에 집착하면 공멸의 길에 접어들 수 밖에 없다.

탈통신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가

통신산업은 음성전화에서 날리지(지식)전화, 그리고 이제 솔루션으로 넘어가고 있다. 탈통신의 기본은 고객이다. 고객의 니즈를 통신사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러나 고객의 원하는 것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고객의 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 LG텔레콤은 향후 고객이 스스로의 가치에 따라 서비스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탈통신을 고객맞춤형 서비스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종산업간 융합 서비스도 이러한 전략에 포함되나

어떠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던 간에 이것이 가입자 늘리기 수단으로 사용되면 의미가 없다. 통신서비스가 신용카드와 결합하거나 의료, 관광 등 서비스와 융합된 통신서비스 창출이 아니라, 이들이 융합돼 새로운 산업 분야가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경쟁사들의 카드사 지분인수 등 움직임은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수준까지 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LG텔레콤은 탈통신으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

탈통신으로 LG텔레콤은 어떻게 변하나

통신시장에서 제조사, 통신사업자, 시스템통합(SI) 등 3개 사업자의 영역이 서로 침범하고 있다. LG텔레콤의 포지션을 보다 높은 차원에서 종합 솔루션 사업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인프라와 서비스 그리고 솔루션을 함께 가지는 회사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콘텐츠를 오픈하고 고객까지 오픈하는 '오픈전략'으로 투자비를 줄임으로써 종합 솔루션 회사로의 변신이 가능하다.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는데 어떤 회사를 벤치마크했나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고객이 직접 만들어 쓰라고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전략은 애플에게서 배웠다. 특히 PC 시장에서 매킨토시를, MP3 시장에서 아이팟을, 휴대폰 시장에서 아이폰을 내놓은 것은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창출해 낸 성공사례이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적절하게 내놓은 것이고 스스로 찾아서 재미 있게 놀라고 한 점이 이번 전략과 통한다. 또한 홍콩의 PCCW도 관심 있게 봐왔다. 그들의 IPTV 서비스는 단순한 TV 서비스가 아니다. 배울 점이 많다.

합병 후 LG그룹과 시너지 효과는

우선적으로 LG전자와 LG CNS와 협력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룹차원에서 섭섭할지 몰라도 삼성전자와 삼성SDS와도 똑같이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통신-제조-SI가 힘을 합쳐서 잃어버린 IT왕국을 재건하는 것이다. 모두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LG의 지원과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에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 아이폰 출시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아이폰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아이폰을 통해 상당히 좋은 서비스를 제공 받고 있다. 또한 국내 제조사들에게도 뛰어난 사용자환경(UI)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 줬다. 통신사들이 원치 않는 사업모델이지만 그 파급력이 워낙 크다. 아이폰을 통해 국내 관련 산업이 깨달은 것이 많을 것이다. 이는 또 국내 IT산업의 재도약을 앞당겨 줄 것이다. 통신사도 지금처럼 가입자 늘리기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모델 창출과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초당과금제 도입하나

LG텔레콤은 처음부터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해 왔다. 정부가 이야기 하는 초당과금제는 도입할 생각이 있다. 그러나 그 혜택은 그리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금액을 더 나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쓴다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쓰면 쓸 수록 고객에게 이득이 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합병 후 유효경쟁 정책이 변할 수도 있는데

후발사업자와 선발사업자는 분명히 출발선이 틀리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여건을 만들어 준 것이 비대칭규제, 즉 유효경쟁 정책이다. 통신산업은 여전히 규제산업이다. LG텔레콤이 합병을 해서 덩치를 키웠지만 경쟁 여건이 변하지는 않았다. 현재 유효경쟁 정책은 곧 공정경쟁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지속할 필요가 있다. 다만 단계적인 정부 정책의 변화에 대해서는 적극 호응할 것이다.

4세대(4G)로의 진화 계획은

4G 기술은 고객이 원하는 데이터 수요를 충족해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또한 서비스의 질을 확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산업적으로 봤을 때도 국내 제조사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가 주파수를 빨리 배치해 준다면 4G에 주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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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에 따른 조직융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

철저히 고객 위주로 조직을 세분화했다. 유선과 무선의 구분은 LG텔레콤의 상품과 수단에 따라 구분한 것일 뿐 결국 고객을 배려한 결과였다. 또 LG 통신3사 직원들이 화학적으로 융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전체 임직원의 20~30% 수준을 서로 섞어서 배치할 계획이다. 사번체계도 이전 조직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열림과 소통'을 최우선해 빠른 시간 내에 같은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