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LG텔레콤, 애플식 사업모델 도입하나

이 부회장, 애플과 PCCW 벤치마크

일반입력 :2010/01/06 14:19    수정: 2010/01/06 14:22

김효정 기자

통합LG텔레콤이 전통적인 통신사업을 접고 종합 솔루션 사업자로 거듭난다. 이번 LG통신3사 합병을 통해 휴대폰 제조 및 시스템통합(SI)의 영역을 흡수해 새로운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폰을 통한 애플식 사업모델이 국내에 도입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통합LG텔레콤(이하 LG텔레콤)의 초대 CEO인 이상철 부회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의 통신이라는 틀을 깬 '탈통신'의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통신 장르를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내 20여개의 탈통신 프로젝트를 출범할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신개념 서비스가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창출하겠다는 서비스 비전을 제시했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기존 통신 영역에서 벗어나겠다는 LG텔레콤이 지향점은 무엇일까. 이상철 부회장과의 대화를 통해 향후 이 회사가 지향하는 서비스를 엿볼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이 탈통신이라는 개념을 내세운 배경에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2개 회사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미국의 애플사와 홍콩의 PCCW사다. 애플은 제조업체에 기반한 회사로 현재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통신서비스 영역에서 새로운 강자로 자리잡았다. PCCW는 인터넷과 전화, 모바일 등을 기반으로 한 통신사지만 3G 모바일IPTV 등 방송사업자로도 통하는 성공적인 유무선융합 업체로 통한다.

이 부회장이 이들 두 회사를 벤치마크했다는 것은 시사점이 크다. 그는 현재 국내 통신시장에 대해 "공멸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처럼 통신선에 의존한 '빨랫줄 통신' 서비스로는 한계가 극명하다는 설명이다.

대신 이종산업간의 제휴를 비롯해 휴대폰 제조사, 시스템구축(SI)사업자의 영역에 뛰어들겠다는 것이 LG텔레콤이 그리고 있는 밑그림이다. 그렇다고 해서 직접 휴대폰을 생산해 내겠다는 것은 아니다. SI업체와 협력해 기업용 통신시장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도 경쟁사의 전략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다만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은 경쟁사에 비해 버릴 것이 적다는 각오로, 통신사업자가 누리던 기득권을 더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LG그룹으로 LG전자와 LG CNS와의 협력만큼 삼성전자와 삼성 SDS와의 제휴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 모든 상황을 유추해 보자면 LG텔레콤은 애플과 같은 사업방식을 국내 시장에 적극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당분간 해외시장 진출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공식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단말기와 앱스토어를 가진 삼성전자와 포털 및 게임사와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개방적 통신사의 출범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현재 시장은 제조업체와 통신사업자, SI 등 3개 사업자의 영역이 겹쳐지는 경향이다. LG텔레콤을 이들 영역을 아우르는 회사, 즉 인프라와 서비스, 솔루션을 함께 갖춘 회사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전부 다하려고 들면 안 된다. 오픈전략으로 가기 때문에 종합 솔루션 회사가 가능한 것이다. 콘텐츠를 오픈하고 심지어 경쟁사의 가입 고객에게까지 우리 서비스를 오픈한다는 전략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PCCW사를 벤치마크 사례로 언급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이동전화에서 IPTV를 제공하는 모바일IPTV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IPTV 사업자인 LG데이콤과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 차원에서 당연히 제공해야 할 서비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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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시장 3위 사업자 입장에서 기존 통신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탈통신이면 다르다"라며 "아이폰의 사업모델을 국내 통신사들이 원치 않는 방향의 사업모델이다. 그러나 통신사가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해 줬다는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LG텔레콤은 전방위적인 혁신을 꿈꾸고 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변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참신한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부회장이 "장차 우리의 전략에 걸맞도록 회사명도 바꿀 계획"이라고 언급할 정도의 혁신이 따라올 지 올해 LG텔레콤의 변신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