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발 구조조정, 통신업계 파급효과는?

KT, 사상최대 5,992명 명퇴 확정…SKT, LGT 임직원들도 긴장 고조

기자수첩입력 :2009/12/28 16:04    수정: 2009/12/28 18:39

김효정 기자

KT가 새해를 몇 일 앞두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현재 조직개편을 추진 중인 SK텔레콤과 합병을 앞둔 LG텔레콤도 조직 슬림화에 명분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28일 KT는 지난 14일부터 24일 까지 진행한 특별 명예퇴직을 통해 총 5천992명이 퇴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KT의 총 임직원수는 3만1천여명으로 축소됐다. KT는 이번 명퇴로 인해 올해 영업이익 규모가 예상치의 절반이 줄어 9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등 일시적인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명퇴 대상자는 평균 재직기간이 26.1년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직원들로, 향후 매년 4천600억원의 인건비 절감효과가 발생해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KT측은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석채 회장 부임과 함께 지난 1년간 추진해 온 KT의 기업체질혁신 작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명퇴로 인한 감원 외에도 KT가 내년 1월 중순 시행할 정기인사를 통해 추가 감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3천여명의 서울 본사 인력 중 30%인 1천여명을 지방 및 현장 영업직으로 발령한다는 인사발령이 수개월 전부터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KT의 대대적인 명퇴 조치로 인해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임직원들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KT의 임직원수가 양사(SK텔레콤 4천400여명, 통합 LG텔레콤 4천500여명)에 비해 8배 가량 많다. 그러나 KT가 약 6천명이라는 통신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명퇴를 발표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KT의 한 고위 관계자는 "KT 임직원수는 여전히 경쟁사에 비해 7배 정도 많다. 그렇지만 이번 명퇴와 이어질 조직개편에 따라 KT는 내외부적으로 혁신 이미지를 굳히고, 추후 이것이 내실 있는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사 또한 이번 KT의 명퇴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SK텔레콤의 고위 관계자는 "특정 업체의 감원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면서 "통상적으로 회사가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면 보다 공격적인 전략이 뒤따르기 때문에 경쟁사로서는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SK텔레콤도 정기인사 및 조직개편 발표를 통해 기업생산성증대(IPE) 부서를 신설했고, 하나카드 지분 인수를 계기로 파견인력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르면 이번주 또는  내년 1월 초 팀장급 이하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당초 팀장급 인사는 지난 주에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한차례 미뤄진 상태이며, 내년 초 인사를 통해 본사 인원 중 20%를 현장 배치할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LG텔레콤도 LG데이콤과 LG파워콤 합병에 따라 인사, 홍보, 재무 등의 중복 인력을 구조조정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LG텔레콤 측은 이미 조직이 슬림화돼 있어 최소한의 구조조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후발 업체로서 KT나 SK텔레콤에 비해 낮은 강도의 인력 조정으로는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대해 LG텔레콤 관계자는 "합병이 인력 조정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합병에 따라 일부 재배치가 발생하겠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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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LG텔레콤 및 LG데이콤 직원들은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에 반감을 나타내며 회사 방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동조합이 없었던 LG텔레콤은 지난 10월 노조를 설립했고, LG데이콤 역시 내부 설문을 통해 합병 이후 고용불안 사태 발생을 우려했다.

현재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자사의 인사 및 조직개편에 대해 정해진 수순에 따라 추진될 것이며,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이번 KT발 구조조정의 회오리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존 경쟁'에 나서야 할 통신사들에게 조직개편의 당위성을 만들어 주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