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쇄신, LG는 안정'. 비슷한 시점에 이뤄진 국내 대표재벌 삼성과 LG그룹의 사장 및 임원 인사의 색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이 사상 유례없는 승진 인사로 '공격경영'과 '변화'를 강조한 반면 LG는 상대적으로 안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성장을 이루기 위해 다른 방법론을 선택한 셈이다.
두 그룹 간판 계열사만 놓고보면 이번 인사에 담긴 DNA 차이는 더욱 진하게 풍긴다.
삼성전자는 1월에 있었던 지난번 인사에서 임원 증진폭을 91명에서 끊었지만 이번에는 177명 규모의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속도경영 의지도 분명히 했다. 반면 LG전자는 이번 임원 인사를 38명에서 마무리지었다. 삼성과 달리 주요 IT 계열사 대표이사들도 유임됐다.
■삼성 수장은 단독체제로, LG는 유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사업영역이나 규모면에선 차이가 있어 단순 수치만으론 비교하긴 어렵다.
그러나 대표이사 체계만 봐도 삼성전자는 최지성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 출범을 통한 의사결정 통합체계로 모습을 바꿨다. 이에 반해 LG전자는 3년 임기를 채운 남용 부회장 유임을 택하면서 최근 '교체설'에 시달렸던 남 부회장의 어깨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올해 초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삼성, LG전자의 선택은 달랐다. 삼성전자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 사장 수를 줄이고 조직도 2원화하는 등 대폭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LG전자는 대부분의 사장을 유임하며 '안정 속에 위기 대응'의 카드를 선택했다.
■삼성은 조직체계 바꾸고, LG는 기존 조직 힘 실어줘
조직도 삼성, LG전자는 다른 선택을 했다. 삼성전자가 7개 사업부 체제를 재편하는 등 '확'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완제품, 부품의 양 부문을 이번 인사에서 단일체계로 바꾸는 한편 유사사업조직은 단일 사업부로 통폐합했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IT솔루션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 무선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 반도체사업부(메모리담당, System LSI담당, 스토리지담당), LCD사업부 등으로 재정비했다.
반면 LG전자는 지난 인사의 연장선에서 힘을 더 실어줬다. LG전자의 18일 인사에선 지난 인사 때의 B2B 부문에 대해 더욱 신경쓴 모습을 보였다.
LG전자는 1년전 인사에서 B2B사업만을 모아 솔루션사업부를 신설한 바 있으며 이번 인사에선 CEO 직속의 '고객관계' 전담 부서가 새로 생겼다.
■현지 임원 중용은 양사 '공통분모'
양사는 대표이사, 조직개편에선 다른 기조를 보였지만 '글로벌 경영' 강화 차원에서 외국 현지 임원을 중용했다는 점에선 공통점을 보인다. 성과를 중시하는 것 역시 공통됐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임원 1호인 데이빗 스틸 북미총괄 마케팅 팀장을 비롯해 팀 백스터 전무와 필립 바틀레, 존 레비 상무를 각각 승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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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도 북미, 프랑스,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법인장 현지 임원으로 각각 제임스 닐 셰드 부사장, 에릭 서데즈 상무, 변 드라블로스 부장, 변 베리 안데르센 부장, 에릭 애지우스 부장 등을 선임했다. 이로써 현지 법인장은 남아공법인장을 포함해 총 6명으로 늘었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도 양사에 모두 적용됐다. LG그룹 IT관련 업체 중 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실적이 좋았던 업체의 대표는 그대로 유임됐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에 최대폭 승진으로 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