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모바일카드 시장 개척 '첫삽'

하나카드 지분인수로 통신-금융간 융합 서비스 추진

일반입력 :2009/12/11 17:18    수정: 2009/12/11 19:16

김효정 기자

SK텔레콤이 하나카드의 지분 49%를 인수하고 본격적인 통신-금융 융합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조만간 휴대폰을 신용카드로 활용하는 모바일카드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SK텔레콤과 하나카드 합작투자사업 안건을 의결했다. SK텔레콤이 하나카드의 지분 49%를 4천억원대에 매입하고 공동경영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에 동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향후 하나카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5천760만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이날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의 의결에 따라, 양사 합작투자사업은 오는 14일 예정된 SK텔레콤의 이사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당초 양사의 하나카드 합작사업은 경영권 문제로 지연돼 왔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4대4 동수의 공동경영 안이 마련됨에 따라 SK텔레콤 이사회에서도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하나카드 지분 인수는 금융업에 진출하려는 SK텔레콤의 오랜 숙원이 첫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SK텔레콤이 지난 2002년부터 전북은행의 카드사업부 인수를 추진한 바 있고, 2005년에는 하나은행과 합작카드사 설립을 논의했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합작은 SK텔레콤이 추구하고 있는 이종산업간 컨버전스(융합) 전략 중 하나를 완성시키는 구체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100% 인수가 아닌 지분투자 형식이지만,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카드사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통신-금융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잠재 고객 확보로 '시너지'...초기 비용 부담은 '문제점'

우선 국민 절반이 넘는 2천400만여명의 SK텔레콤 가입자 기반은 이번 합작사업의 최대 강점이다. 하나카드는 시장점유율 3.5%의 후발사업자다. 당연히 이번 합작으로 어마어마한 잠재고객을 확보하게 된다. SK텔레콤 역시 비교적 적은 액수로 카드사를 인수해 금융 노하우와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3G 시대를 맞아, 가입자식별모듈(USIM) 기반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휴대폰을 신용카드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즉 '휴대폰형 카드'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통해 기존 중개사업자가 아닌 직접 모바일 결제를 통한 금융서비스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바일카드 사업을 위해서는 가맹점 부족 문제나 모바일카드용 무선주파수 인식 단말기 보급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시급하다.

업계에서는 아직 모바일카드에 대한 시장성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맹점 확보와 소비자 인식 고취를 위해 초기에 상당한 마케팅 비용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들 가맹점에 설치해야 하는 결제용 단말기 보급 비용도 상당 부분 지원해줘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또한 모바일카드 이용시 통신사에 추가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 문제도 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 "단순 모바일카드 사업은 NO"

그러나 SK텔레콤은 단순 모바일카드 시장만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수익모델 창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자은 지난 6월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순히 플라스틱 카드를 휴대전화로 옮기는 수준의 제휴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모바일카드 서비스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SK텔레콤은 연간 1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OK캐시백을 통해 '준 금융서비스' 노하우를 습득한 상태이다. 금융업 진출을 통해 OK캐시백은 물론, 11번가, SK에너지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통신금융 융합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 카드 사용에 따른 포인트 적립으로 통신요금 할인도 가능하고 통신결합 상품 가입시 혜택을 줄 수도 있어 고객 이탈방지에도 시너지 효과가 있다.

KTB 투자증권의 송재경 애널리스트는 "과거 시장점유율 3%에 불과하던 현대카드가 현대자동차와 결합한 시너지 효과로 12%로 상승한 것이 모범사례"라며 "현재 통신 소비 트랜드나 가입자 규모면에서 볼 때, SK텔레콤과 하나카드의 통신-금융 융합 서비스는 계열사인 SK네트웍스와 SK에너지 등과 함께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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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휴대폰 결제 확산, 모바일뱅킹 활성화, 개인맞춤형 모바일 금융 서비스 등을 통해 향후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해 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통신사의 금융업 진출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 외에도 KT가 자회사인 KT캐피탈을 통해 BC카드 인수 추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그동안 통신업계의 금융 융합 서비스 추진에 따라 인수나 합작 가능성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내년 1월 합병될 LG 통신3사(LG텔레콤) 역시 금융업 진출에 고삐를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