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과 쇼옴니아…KT "고민되네"

아이폰 성공으로 쇼옴니아 인지도 하락 우려

일반입력 :2009/12/09 08:51    수정: 2009/12/09 18:51

김효정 기자

KT가 아이폰과 쇼옴니아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아이폰으로 국내 스마트폰 붐 형성에는 성공했지만, 자칫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버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8일 KT에 따르면, 아이폰은 국내 출시후 10여일 만에 9만여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한 시장조사업체가 올해 말까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73만명 규모라고 전망한 것을 감안했을 때,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12%를 훌쩍 뛰어넘었다.

출시한 지 한달 여가 지난 SK텔레콤의 T옴니아2가 최근 보조금 인상효과까지 더해 지난 주말 기준으로 6만5천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폰 판매량의 단순 증가는 오히려 KT에게 고민을 안겨줄 수 있다. 아이폰 사업은 통신사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기 때문. KT가 아이폰 한대당 평균 4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애플 측에 지불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에 아이폰을 독점 출시한 AT&T는 출시 17개월이 지나서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을 정도이다. 씨넷은 AT&T가 애플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300달러(약 35만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KT, 아이폰 이후 전략 부재…SK텔레콤 '방긋'

아이폰에 대한 KT와 AT&T의 기본 전략은 낮은 단말기 구입비용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여 무선데이터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KT는 아이폰 출시로 포화된 이동통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하자는 회사 차원의 노력이 남다르다는 것도 시장에 전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단말기부터 서비스, 유통까지 아우르며 시장의 왕노릇를 해왔던 통신사의 특권(?)도 일정 부분 포기했다. 아이폰 출시로 인한 KT의 의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선도적 이미지 구축이라면 '아이폰에 한해서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스마트폰에 대한 KT의 전략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KT에게 무선데이터 수익을 늘리는 등 차세대 수익원 창출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아이폰이 아니다. 이달 중순 일반인 대상 출시 예정인 쇼옴니아폰과 모바일 오픈마켓 쇼앱스토어를 통한 모바일 생태계 구축이 더 중요하다.

이경수 KT 컨버전스와이브로사업본부장(전무)은 지난달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폰은 KT 이동통신 가입자 중 10% 가량의 매니아층을 대상으로 하고, 쇼옴니아는 나머지 90%의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며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붐을 조성한 후 쇼앱스토어를 활용한 KT의 전략적 스마트폰 체제로 가는 것이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판매 추세로 볼 때, 아이폰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붐을 조성하는 것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정작 KT에게서 아이폰 이후 쇼옴니아로 이어지는 전략적 연결고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아이폰으로 덕을 보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붐업으로 SK텔레콤의 T옴니아2에 이어 KT의 쇼옴니아, LG텔레콤의 오즈옴니아 출시를 앞두고 있어 내년초까지 옴니아 시리즈의 판매량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내년 상반기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출시도 준비 중이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아이폰 출시가 결정된 후 지난달 26일부터 T옴니아2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인상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600여명이 가입하던 T옴니아2 가입자가 10배 가까이 늘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하루 평균 600여명이 가입하던 T옴니아2가 보조금 인상 직후 5천~7천명까지 급증해 현재 7만명 수준으로 추측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SK텔레콤은 지난 7일 자사의 모바일 오픈마켓 'T스토어' 가입자도 20만을 넘어서는 등 모바일 생태계 조성에 앞서고 있다. 내년 초에는 전세계적으로 아이폰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모토로라의 '드로이드'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오바마폰으로 불리는 전문가용 스마트폰 블랙베리도 출시해 2만여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이다. 아이폰을 포기한 대신 단말기 보조금 경쟁과 마케팅 파워, 그리고 다양한 스마트폰 라인업 구성으로 자사의 모바일 생태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쇼옴니아로 갈 것

KT는 아이폰이 기대 이상으로 호평을 받자, 자사의 차세대 전략폰인 쇼옴니아가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쇼옴니아는 세계최초의 3W(와이브로, 와이파이, WCDMA)폰으로 KT가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단계에서부터 함께 한 작품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쉬운 스마트폰'이라는 컨셉트로 간편한 사용자환경(UI) 제공부터 와이브로·와이파이 망을 통한 무선데이터 활용성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더구나 쇼옴니아의 출시 시기가 당초 11월 초에서 이달 중순 이후로 연기되는 등 아이폰 출시 직후로 엇비슷해 지면서, KT 내부에서도 아이폰과 쇼옴니아의 '상호 잠식 효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출시할 경우 KT의 야심작 쇼옴니아의 신선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SK텔레콤의 한 고위 관계자는 KT는 아이폰을 선두로 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보겠다는 시도가 있는 한편, 쇼앱스토어를 기반의 스마트폰 활성화 전략도 함께 가져가고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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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KT는 자사의 모바일 생태계를 이끌어 가게 될 쇼옴니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이폰의 성공 이상으로 중요한 전략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KT의 평가다. KT는 쇼옴니아를 다가 올 크리스마스 전에 출시해 시즌 특수를 기대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TV 광고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KT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특화폰은 시간을 두고 출시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아이폰과 쇼옴니아가 겹치면서 쇼옴니아가 인지도가 떨어진 것이 우려가 된다라며 당분간 아이폰과 쇼옴니아를 함께 끌고 갈 것이지만 당장 아이폰의 인지도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쇼옴니아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 내부적 판단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