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내세운 KT와 T옴니아의 SK텔레콤이 피말리는 시장점유율 싸움에 돌입했다. KT는 무선데이터 시장에 선도적으로 나서며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고, SK텔레콤은 점유율 50.5%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수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과거 KT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아성을 뛰어넘기 위해 동영상통화가 가능한 '쇼'를 내세웠었다. SK텔레콤 보다 앞서 3세대(3G) 서비스를 선보이며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는 실패했다. SK텔레콤 역시 3G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가입자 규모와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힘의 균형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KT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화된 음성통화 부문에서 경쟁 이슈가 사라지고 무선데이터 부문에서 새로운 수익창출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KT는 아이폰을 내세워 시장점유율 확대에 재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KT, “아이폰은 시장점유율 확대 위한 기폭제”
KT가 아이폰 국내 출시를 통해 직접적으로 얻는 수익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말기 구입시 40만원 안팎의 높은 보조금을 애플에게 지급해야 하고, 데이터 요금 수준도 상당 부분 낮추었다. 또한 KT의 모바일 콘텐츠 오픈마켓인 '쇼앱스토어'와 연계할 수도 없다. 다만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스마트폰을 출시함으로써 무선인터넷 시장의 선도자라는 이미지 개선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때문에 KT는 아이폰 이후의 대안을 마련하는데 고심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폰을 이을 KT의 차세대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쇼옴니아폰이 유력하다. SK텔레콤을 뛰어 넘기 위해 아이폰을 출시했지만, 머지 않아 SK텔레콤이 아이폰 대항마로 선택한 옴니아 시리즈끼리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KT 고위 관계자는 아이폰 출시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를 살리면서 KT가 시장을 선도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후 쇼옴니아폰이 바통을 이어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SK텔레콤과의 차별화를 위해 무선데이터에 강점을 살린 와이브로 기능을 탑재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KT의 시장점유율 탈환 전략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아이폰의 예약 가입자가 지난달 22일부터 6일간의 예약판매를 통해 6만5000명의 예약가입자를 확보한 상태. SK텔레콤이 T옴니아2로 한달간 7만여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수치상으로 훨씬 앞섰다. KT의 계산대로라면 50만여명의 아이폰 가입자를 확보한 이후, 쇼옴니아와 쇼앱스토어, 그리고 내년부터 안드로이드폰 출시를 통해 무선인터넷 시장을 선도하며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또 다른 KT 고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무선데이터 요금을 절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내리지 않을 것이다. 폐쇄적인 SK텔레콤만의 모바일 생태계를 유지하며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KT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당장의 수익 보존 보다는 (아이폰 출시라는)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을 단행했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 “T옴니아2로 시장점유율 수성전략 마련”
그러나 SK텔레콤의 저력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KT가 아이폰 출시로 좋은 반응을 얻자, T옴니아2의 보조금을 한달여만에 높여 적용하면서 아이폰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었다. 보조금 인상 전에 구입해 금전적 손해를 본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도 있지만 시장 경쟁에 따른 유동적 정책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어찌됐건 보조금 인상으로 아이폰과의 가격 경쟁력 부분에서는 동점 상황을 만들었다.
또한 삼성전자와 함께 T옴니아2에 대한 유례없는 프로모션을 추진 중이다. 이달 말까지 해당 단말기를 구입하는 고객 중 60명에게 캐나다 4박6일 관광 기회 등을 포함한 수억원대의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더불어 SK텔레콤 고객 중 정액 데이터요금제인 '올인원'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에게 12월 1일부터 월 5천원 상당의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혜택을 실어 가입자 이탈 방지에 나서고 있다. 현재 올인원 요금제 가입자는 6만4천여명으로 가입자 당 5천원씩 단순 계산을 한다면, 이것도 월 3억2천여만원 규모에 이른다. SK텔레콤이 아이폰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이유는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서다. 아이폰 가입자의 절반이상이 타사에서 KT로 통신사를 변경한 번호이동가입자이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지난 상반기 KT-KTF 합병에 따라 사상 최대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 것도 기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는 이통3사의 견제 때문이었다. 즉, 누구 하나가 이 룰을 깨려고 덤비면 나머지 2개사는 어떤 식으로든 점유율을 맞추기 위해 출혈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이는 과거 KT-SK텔레콤 간의 3G 경쟁에서도 나타났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또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SK텔레콤의 50.5% 시장점유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이폰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번호이동을 통해 가입하고 있다. 즉 전체 아이폰 가입자의 70~80% 가량은 SK텔레콤 고객이 이탈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아이폰을 통해 SK텔레콤 점유율의 0.1~0.2%를 빼앗긴다고 가정하면 당연히 대응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아이폰과 대적할 만한 스마트폰은 T옴니아2다. 때문에 T옴니아2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내년 초 모토로라의 '드로이드'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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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한 양사의 시장점유율 경쟁 전초전이 시작되고 있다며 과열경쟁이 재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마케팅 경쟁은 시장 활성화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입장도 동시에 재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통 시장의 패러다임이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는 시점에서 이 정도의 경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우선은 시장 활성화에 약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 건전한 경쟁이 지속된다면 시장이 발전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