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아버지 “내 눈이 스카우터”

일반입력 :2009/11/20 08:39    수정: 2009/11/25 11:17

김태정 기자

<도쿄=김태정 기자>그의 별명은 ‘귀신’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은 가차 없이 잘라버려 공포의 대상이다. 하지만 작가의 재능을 알아보는 안목은 일류로 꼽힌다. 일본 ‘슈에이사’의 토리시마 카즈히코 상무에 대한 얘기다.

지난 19일 도쿄 슈에이사 본사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귀신’은 여전히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내 눈은 ‘스카우터’입니다. 작가들의 ‘싹’을 알아봐요”

스카우터는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기계로 상대방 전투력을 측정한다. 우스개 소리 같으면서도 웃어넘길 수 없다. 드래곤볼과 닥터슬럼프, 유희왕 등 그가 발굴해 낸 작가들의 대작들은 줄지어 서있기 때문이다. 일본 만화계에서 그의 입지를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드래곤볼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와의 만남에 대한 스토리가 눈에 띈다.

“토리야마가 처음 드래곤볼을 들고 왔을 때는 흥미가 없었어요. 하지만 천하제일무도회 부분의 긴장감을 보고 성공을 확신 했습니다”

이후 토리시마 상무의 선택으로 슈에이사 연재가 시작된 드래곤볼은 세계적으로 3억5천부 이상 팔리며 초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더 주목되는 점은 토리시마 상무가 토리야마 작가의 장점을 한눈에 보았다는 것. 약점으로 지적받은 부분을 초 단기간에 장점으로 만드는 반전능력에 놀랐다고 한다.

예를 들어 드래곤볼 초기에 주인공 손오공의 ‘꼬리’는 일반 장식일 뿐이었다. 이에 대해 토리시마 상무는 ‘진부하다’는 평을 내렸고, 얼마 뒤 손오공의 ‘약점’으로 자리 잡은 ‘꼬리’를 보게 됐다.

이 ‘꼬리’는 더 나아가 손오공이 외계 종족 ‘사이어인’이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토리시마 상무와 토리야마 작가의 합작이 나온 것.

“원고를 들고 오는 신인 작가들에게 왜 재미가 없는지 자세히 설명해요. 제대로 고쳐온 토리야마를 보고 놀랐죠. 작가를 보는 내 눈이 진화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한국 만화에 대한 감상도 물었다. 나름 성의 있고 후한 대답이 나왔다. 특히, 한국 순정만화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유럽서 일본 순정만화가 한국 작품에 고전하고 있어요. 한국에 감수성 깊은 세계적 작가들이 있는데 욕심이 나요”

관련기사

이제 토리시마 상무는 새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 기업 CJ인터넷과 함께 ‘드래곤볼 온라인’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 ‘온라인+애니매이션’이라는 슈에이사 차기 전략의 중추를 맡고 있다.

“한국 온라인 게임과 손을 잡을 때의 기분은 유망 작가를 선택하던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서 새로운 드래곤볼 생태계가 자랄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