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토이스토리-컴퓨터로만 만든 영화

일반입력 :2009/11/19 15:51    수정: 2009/11/25 02:44

이재구 기자

[이재구코너]토이스토리-컴퓨터로만 만든 영화

디즈니-픽사, 토이스토리 첫 상영(1995년 11월22일): 세트장없는 영화제작 시대 열리다

■앨런 케이의 귀띔

“금문교 건너 산 라파엘에 있는 루커스필름의 괴상한 친구들을 만나 보라구. 실리콘밸리 창조의 산실로 불리는 저 유명한 팰러앨토연구소(PARC) 출신의 신동 앨런 케이가 스티브 잡스에게 귀띔했다.

애플 CEO자리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이제 막 넥스트사를 세워 컴퓨터 만드는 데 전념하기 시작하던 1985년의 어느 날이었다.

창고같은 건물에는 영화 ‘스타워즈’를 만든 루커스필름과 ILM이 있었다. 거기서 그가 본 것은 쇼크 그 자체였다. 컴퓨터에 일가견이 있다는 잡스도 믿지 못할 선명한 사진과 여지껏 본 적 없는 그래픽 영상물이었다.

그가 만난 것은 당대 최고의 컴퓨터그래픽(CG)고수인 앨비 레이 스미스,에드 캣멀,존 래스터였고 그들의 작품이었다.

이혼소송으로 위자료를 줘야 할 상황에 몰린 루커스는 이 모두를 3000만달러에 팔려고 내놓았다. 이날 본 모든 것은 스티브 잡스의 구미를 끌어당겼다.

이듬해. 입찰 대상자엔 디즈니가 있었지만 2인자 카첸버그가 퇴짜를 놨다. 로스 페로도 손을 뗐다. 기회는 스티브 잡스의 것이었다. 그는 1000만달러의 헐값에 팀을 인수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특수효과 제작비를 줄여라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은 종이에 그림을 그려 셀룰로이드 판에 옮긴 후 윤곽선을 그리는 중간스케치와 색깔을 입히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일손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특수효과라도 들어갈라치면 들여야 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었다.

특히 까다로운 제작과정을 거쳤던 것으로 악명을 떨친 영화는 바로 ‘스타워즈’였다.화제거리였던 그 유명한 광선검은 영화팬들에게는 마술자체였지만 제작자들에겐 악몽이었다. 배우는 손잡이만 들고 싸우는 흉내를 냈고 특수효과 팀은 애니메이션 프레임마다 광선검을 그려 넣느라 바빴다. 고된 작업이었다.

우주선들이 스크린을 종횡무진 움직이는 눈 어지러운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동일한 필름조각을 되풀이해서 애니메이션 카메라 사이로 오가도록 해야 했다. 조그만 실수로 네거티브필름을 망치기 일쑤였다. 그러면 그걸로 끝이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했다.

덕분에 조지 루커스 감독은 일찌감치 애니메이션의 가치를 깨달았다. 9년후 그는 위자료 마련을 위해 매각했던 재산(픽사)이 얼마만큼 큰 가치를 지닌 것인지를 뼈저리게 깨닫는다.

디즈니, 굴욕을 무릅쓴 픽사와의 제휴

이러한 경험을 쌓아가던 할리우드는 어느 새 컴퓨터그래픽의 유행에 빠졌다.

캐머런 감독은 해양영화 '어비스(1989)'에 등장하는 바닷물캐릭터, 터미네이터2(1991)의 금속액체로봇 캐릭터 등 그래픽의 위세를 앞세워 단숨에 관객을 사로잡았다.

픽사의 애니메이터들은 컴퓨터그래픽(CG)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빛임을 알아냈다. 빛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질감을 생생히 표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의 프레임이 필요하다. 영화 한편에는 보통 10만~15만장의 프레임을 쓰는 것을 감안할 때 아날로그방식이라면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이어질 것이었다.

하지만 픽사는 카네기멜론대에서 가져온 ‘마하(Mach)’라는 코드를 이용해 수없이 반복되는 그림들을 그려내는 기술을 확보했다.

CG의 위력을 재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진 쪽은 디즈니였다. 루카스의 그래픽팀 인수건을 퇴짜 놓았던 카첸버그의 디즈니는 연속적인 실패에 빠져있었다. 디즈니는 픽사에게 제작비, 그리고 홍보와 배급을 맡을 테니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한다.

굴욕이었다. 1928년 최초의 본격 유성 애니메이션시대를 연 스팀보트 윌리 이래 애니메이션의 종가로 인정받아 온 디즈니가 스스로 물러섰다. 반면 픽사는 뭔가를 그리면 음영감까지 자동으로 표현해 내는 컴퓨터, SW 및 관련 기술까지 갖고 있지 않은가?

■픽사가 내놓은 완전한 CG영화의 여파

1995년. 추수감사절 5일 연휴가 시작되는 11월 22일. 스티브잡스와 애니메이터 존 래스터가 이끄는 픽사가 영화사상 처음으로 컴퓨터만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인 토이스토리1이 미 전역에 개봉됐다.

미국 일반가정의 6세 꼬마 앤디, 카우보이 우디와 우주비행사 버즈를 내세운 ‘서로 돕고 살아라’라는 교훈의 가족영화였다.

그것은 영화바탕 화면에 있는 두 개의 스탠드를 주제로 한 ‘럭소 주니어’ 애니메이션의 따스함 같은 것이었다.

조바심 속에 드러난 개봉 다음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꼭 봐야 할 영화, 꼭 이야기해야 할 영화, 꼭 다시찾을 영화” 등의 표현으로 찬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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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는 이후 전세계에서 3억6000만달러의 흥행수익을 내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상영 이후 이 영화의 충격을 받은 분야는 영화는 물론 그래픽칩 회사,게임회사, SW회사,로봇개발업계를 망라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크고 엄청난 충격은 스티브잡스 픽사CEO에게 돌아갔다. 개봉 일주일 후 상장해 주당 22달러로 시작한 주가는 39달러로 마감됐다. 36세의 스티브 잡스는 한나절 만에 6200만달러를 벌어 억만장자 대열에 들어섰다. 이후 이 자금은 그의 창의력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아이(i)로 시작되는 베스트셀러를 만들며 전 산업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내년 6월18일에 개봉될 3D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3'도 벌써부터 관심거리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