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코어i5’가 게임 마니아에게 각광받는 이유는?

일반입력 :2009/10/30 17:55    수정: 2009/10/30 19:28

봉성창 기자

펜티엄 시리즈 이전의 486 컴퓨터를 다뤄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터보’ 버튼을 경험했을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전문적인 컴퓨터 지식이 널리 알려지지 않던 시절 ‘터보’ 버튼은 말 그대로 누르는 것 만으로 컴퓨터 속도가 빨라지는 마법의 단추였다.

이러한 터보 기술이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부활했다. 인텔이 네할렘 아키텍쳐 기반으로 지난달 국내 선보인 최신 CPU 인텔 코어 i5 린필드 프로세서를 통해서다.

터보 부스트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기술은 지난해 11월 인텔이 선보인 코어 i7에서부터 적용돼 왔다. 그러나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코어 i7은 아직까지 대중화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i5는 20만원 초반대의 가격에 터보부스트와 같은 최신 CPU 기술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 게임 마니아들로부터 현 시점에서 선택 가능한 최고의 대안이 되고 있다.

인텔 코어 i5는 네 개의 코어가 하나의 다이에 집적된 쿼드코어 CPU다. 한꺼번에 수많은 프로그램을 동시에 처리하는 다중 연산 능력 면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지만 반대로 게임 마니아들에게는 불필요할 수도 있다. 보통 게임 이용자들은 자신이 플레이하는 이외에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닫아놓기 때문이다.

이때 연산 기능을 수행하는 코어를 제외한 나머지는 놀게 된다. 이는 결국 CPU 자원의 낭비로 이어진다. 쿼드코어 출시 초창기 게임 이용자들이 높은 클럭의 듀얼코어 CPU를 선호한 까닭도 바로 이와 같다.

그러나 터보 부스트 기술은 놀고 있는 CPU의 전원을 차단하고 나머지 일하는 CPU의 클럭을 순간적으로 최대한 끌어올린다. 쉽게 말해 노는 사람에게는 밥을 안주고 일하는 사람에게 두 배의 밥을 줌으로서 노동 효율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텔 코어 i5의 L3 캐시 메모리가 8MB라는 점도 게임 이용자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L3 캐시 메모리가 게임 구동 성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CPU는 작업 성능을 보다 높이기 위해 L1, L2 등 데이터 접근 우선순위에 따른 보조 메모리를 내부에 지니고 있다. 특히 다중코어 시대로 넘어오면서 L3 캐시 메모리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코어간의 데이터를 공유시키는데 다리 역할을 한다.

한때 인텔이 AMD에 비해 게임 성능면에서 다소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 역시 바로 L3캐시 때문이었다. 비슷한 가격의 동급 사양에서 L3캐시를 채택한 AMD의 다중코어 CPU가 게임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텔 코어 i5는 현존하는 일반 사용자 CPU 중 가장 넉넉한 8MB의 L3 캐시 메모리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터보 부스트 기술과 함께 고사양 PC 게임에서 최고의 프레임(초당 화면 표시 수)을 뽑아내는 역할을 한다.

인텔 코어 i5의 강력한 오버클럭 성능도 게임 마니아들에게는 그 자체만으로 게임 못지 않은 만족감을 주고 있다. 일부 하드웨어 마니아들 사이에서 행해지고 있는 오버클럭은 CPU에게 전압을 더 걸어 강제로 클럭수를 올리는 기술이다. CPU제조사 측에서 공식적으로 권장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같은 값으로 보다 나은 성능을 원하는 게임 마니아들에게는 이미 보편화 된 이슈 중 하나다.

파코즈 등 국내 주요 하드웨어 커뮤니티를 보면 기본 클럭이 2.66GHz인 인텔 코어i5 린필드 750의 국민(?) 오버클럭 수치가 3.6GHz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심지어 4GHz 오버클럭에 성공했다는 보고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을 정도다.

이 정도면 원래 인텔 코어 i5의 성능보다 2~30% 가량의 성능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된다. 이는 게임이나 옵션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5~10프레임 이상을 더 뽑아낼 수 있을 정도의 성능 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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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출시된 고사양 3D 게임들은 그래픽카드의 성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단순하게 그래픽카드의 연산 능력 만으로는 물리엔진 등 복잡한 연산이 적용된 고해상도 게임의 그래픽 성능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게임 마니아들의 고민이다.

갈수록 물리 연산과 같은 다양한 연산 방식을 요구하는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CPU와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함께 뒷받침되지 않으면 특정 상황에서 급격히 프레임이 저하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텔 코어i5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게임 마니아들의 고민을 풀어줄 해결사로 각광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