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속에 톡톡튀는 가습기 인기몰이

저렴한 가격에 항균 기능 등 추가돼

일반입력 :2009/10/18 12:55    수정: 2009/10/19 08:26

류준영, 남혜현 기자

가을이다. 찬바람이 불자 여기저기서 감기나 독감, 기관지염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급격한 일교차로 공기가 메마르고 차가워진 탓이다. 평소 집안 습도 조절에도 신경을 써야 할 계절이 왔다.

‘가습기가 신규입점 되었습니다’

세워진 표지판 아래로 헬로키티 가습기부터 고품격 수묵담채화가 새겨진 등불 모양의 가습기까지 도저히 가습기라곤 믿기지 않는 디자인 제품들이 고객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긴다.

주로 결혼 2~3년차 여성고객들로 전시대 옆으로 도열하듯 줄을 지어 “와 이게 가습기야”라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구로디지털단지 한 대형마트 담당직원은 “계절가전인 가습기가 입구 맞은 편 가장 목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데다 가격도 대부분 구매부담이 덜한 10만 원대 미만이며, 디자인도 앙증맞아 목적구매보단 충동구매가 훨씬 더 많다”고 기자에게 일렀다.

온라인 쇼핑매장도 계절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인터파크 김기성 계절가전 매니저는 “이주 가습기 특별행사를 위해 점심도 거르며 일할 정도”라고 했다. 롯데닷컴 김효진 매니저는 “이달부터 2월까지 약 4억원 정도의 판매목표를 설정해 놓고 손님맞이 채비를 모두 끝냈다”고 했다. 옥션 오기명 매니저는 “알뜰 주부들을 겨냥한 제균, 절전 기능 제품들이 이달 초에만 가습기 판매량이 벌써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량을 넘기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가습기 제조사는 지난해부터 혹독한 시련을 맞고 있는 중이다.

공기청정기가 예비신혼부부들의 혼수용 필수 가전제품으로 인식되면서 가습기능형 공기청정기 때문에 제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여기엔 또 브랜드 아파트의 독특한 설계구조로 한몫을 더했다.

예컨대 부산 명지 퀸덤 아파트는 출입문 정문 맞은 편엔 작은 연못가를 연상케 한 호수 실내 인테리어를 설치해 자연적인 습도조절이 가능토록 인테리어 돼 있다. 다른 브랜드 아파트 역시 거실과 베란다 조경을 위해 설치한 화초와 족욕 시설을 함께 제공, 이를 통해 습도조절을 맞추는 기치를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싱글족들을 위한 오피스텔 등의 주거시설이 점차 늘어나고, 각 대학별로 지방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초대형 기숙사를 경쟁적으로 완공하면서 틈새시장이 열렸다.

활로를 모색하던 가습기 업체들은 이들 취향에 맞춰 미니멀한 디자인에 좁은 내부시설을 감안, 책상 위에 놓고 쓸 수 있는 장식품 디자인을 도입했다. 게다가 최근 이슈인 내부 세균번식을 막아주는 항균과 제균 기능을 더해 판매력을 증강시켰다.

롯데닷컴 김효진 씨는 “올해 출시된 가습기는 외관의 뚜렷한 변화가 관측된다”고 했다. 옥션 오기명 씨는 “작년 제품들은 기본습도 조절 기능에 사용편의성을 강화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던 반면 올해는 내부 항균과 제균 기능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인기”라고 했다. 인터파크 김기성씨는 “세균번식을 막는 기능은 기본항목으로 미세가습이나 취침기능, 아토피를 막기 위한 특화기능 등을 통해 차별화가 되고 있다”고 했다.

어떤 제품들이 잘나가나

삼성전자는 슈퍼청정기술을 도입해 실내 공기제균기로 활용할 수 있는 가습기(모델명: ESHU-5599SPI)을 이달 내놨다. 삼성전자 홍보팀 고호진 씨는 “신종 인플루엔자 및 A형 독감 바이러스를 20분 내에 99% 제거할 수 있는 독자기술을 탑재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리홈에서 출시한 항균 가습기(모델명: LUH-900M)는 인공지능, 취침, 유아감기, 유아아토피 등 4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10단계 가습 시간 조절이 가능하며, 스팀살균가습, 찬 가습, 미세가습 등 다양한 설정 기능을 지원한다. 또 아로마 트레이를 탑재해 아로마 향을 방안 구석구석에 전달한다.

지난해부터 판매 고공행진을 그리고 있는 웅진쿠첸의 ‘케어스 가습기(모델명: MHS-J5020A)’는 어떤 공간에 비치해도 심플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안겨줘 베스트 품목에 속한다.

엠테크의 가습기(모델명: MH-300A)는 2만7천원이란 가격매리트와 오리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사무실 책상 위에 놓고 쓸 수 있는 디자인 컨셉을 갖췄다.

디즈니 미니가습기(모델명: WDH-153)은 작은 바디에도 불구하고 최대 10시간까지 가습이 지속된다는 특징을 갖췄다. 때문에 여러 차례 물을 채워줄 수고를 덜어준다. 물이 없을 경우엔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며, 램프를 통해 용수 공급 시기를 알려준다.

전자제품 전문매장 하이마트 김동환 과장은 하지만 “가습기 선택 시 물탱크 용량이 5리터 이상은 되야 수면시간 동안 꾸준히 작동한다”라며 “디자인에 관심을 너무 두게 되면 불편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 물탱크 용량에도 신경을 써라”고 당부했다.

한편 ‘가습기가 거기서 거기지 뭐’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용도별 물의 증발방식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내게 맞는 방식의 제품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습기는 증발 방법에 따라 가열식과 초음파식, 복합식, 자연식 등 총 4가지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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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식은 물을 끓여서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알러지 질환과 기관지가 민감한 사람에게 적당하다. 다만, 전력이 많이 들고 분무량이 적다는 것이 흠이다. 초음파식은 물을 초음파 진동차로 분해해 수증기로 만든다. 가열식의 단점을 극복했으나 미생물의 번식 우려가 있다.

복합식 가습기는 가열식과 초음파식을 합쳐 놓은 제품이며, 자연식 가습기는 향료가 섞인 물이 실크천을 타고 올라가 자연증발 되도록 한 것으로 전원 콘덴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가습기의 위치선정의 한계를 개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