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감의 게임 사행성 소재 우려먹기

기자수첩입력 :2009/10/09 15:51    수정: 2009/10/09 18:49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게임 사행성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단골메뉴 중 하나다. 지난 2006년 터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로 계속이다. 당시 사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의원들은 바다이야기로 국감 스타가 됐다.

하지만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다이야기는 게임이 아닌 도박시스템이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과 국감에서 바다이야기를 도박이 아닌 게임으로 치부했다. 때문에 아직도 일반인들의 머릿속에는 ‘바다이야기=게임’의 등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였다. 게임이란 탈을 쓰고 강원랜드 보다 높은 수준의 도박시스템을 집 앞에서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게임은 국회의원들이 국감장에 들고 나오는 단골 소재가 됐다.

지난해에는 온라인게임의 셧다운제로 논란이 일었다. 자정부터 새벽6시까지 강제적으로 게임을 못하게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1970년대 통행금지 제도라는 논란이 일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게임업계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다. 관련 법안이 통과라도 되었다면 게임 업체들은 매출 타격으로 인해 미래 동력인 신작게임에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갈수도 있었다.

올해 국감에서는 게임 간접충전 폐지가 이슈다. 게임의 필수 과금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부분유료화 방식에 규제를 가하겠다는 내용이다. 간접충전이란 게임내 아바타를 사고 게임머니를 충전 받는 방식이다.

게임 간접충전을 없애면 어떠한 현상이 일어날까? 부작용은 바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 진정한 사행성 게임으로 변질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게임을 즐기면 자연스럽게 게임머니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음성적으로 게임머니를 거래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중간에 게임 환전상이라는 음지의 시장이 있다. 게임머니를 다른 사람들에게 현금을 주고 사서 웃돈을 받고 게임 이용자들에게 현금으로 파는 업자들을 말한다. 게임은 하고 싶은데 게임머니가 없으니 당연히 환전상들에게 현금을 주고 게임머니를 구입할 수 밖에 없다.

현재도 환전상이 게임의 음지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환전상들로 인한 게임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매달 게임아바타의 시세를 조정하고 있다.

아바타의 시세를 조정함으로써 환전상들이 시세차이로 막대한 현금 손실을 입어 스스로 물러나게 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업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인 방법인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겉으로만 보이는 간접충전을 문제 삼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자정노력을 외면한 채 잘못된 법을 추진하려 하는 모습이다.

게임은 제2의 한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경제 위기에 모든 산업군이 휘청거렸지만 게임업계는 수출로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게임의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육성 및 지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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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국감의 이슈를 만들기 위해 게임을 소재로 삼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지적해야할 것은 정부가 왜 더 많이 게임업계를 위해 도와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에 초점을 맞출 때다.

더불어 게임업계와 게임이용자들에게 위험한 환전상들에게 철퇴를 가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 하는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