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요금 인하 '반쪽 성공?'

일반입력 :2009/09/27 14:14    수정: 2009/09/27 14:16

김효정 기자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요금 인하 방안을 일괄 발표했다. 시장 자율적 인하라기 보다 '통신요금 20% 인하' 대선공약 이행을 위한 정부의 입김이 다분히 들어간 결과였다. 그렇지만 이용자가 실감할 수 있는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 2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 요금 인하 방안을 내놓으면서 내년에 1인당 월 2천660원, 3인가족 기준으로 7천980원의 통신비 절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가계 통신비는 월 13만4천178원으로 약 6%의 경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이번 요금 인하 방안으로 내년에 1조7천억원이 인하되고 결합상품 활성화, 사용량 감소 등의 변수가 지난해와 동일하다면 내년까지 가계통신비 비중이 17~1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후에 재판매제도(MVNO) 법안 통과와 USIM 활성화 등의 경쟁 활성화 요인에 따라 20% 경감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방통위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이통 요금 인하 요구에 대해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었다. 그러나 이통사간 출혈 마케팅 경쟁과 MVNO법안의 체류, 결합상품 활성화 지연 등 단기적인 효과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자 적극적인 행정지도에 나섰다.

얼마 전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국회 문방위 회의에서 추석 전까지 인하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고, 그 결과 이통사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인하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내용을 잘 살펴보면 일부를 제외하고는 의미 있는 방안이라고 보기 힘들다.

시장 논리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요금 인하가 적절한지 여부를 떠나서, 요금 인하가 이용자의 피부에 와닿으려면 기본료, 가입비, 통화료가 종합적으로 조정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방안에는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이통 3사 모두 기본료 인하는 없었고, 가입비도 SK텔레콤과 KT가 인하했지만 KT는 재가입시 가입비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폐지했다. 또한 통화료도 2년 이상 장기가입자에 대해서 할인해 주는 등 반경쟁적인 요소가 추가됐다.

한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에 상관 없이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자체 계획 대로 인하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라며 "이번 방안으로 매출이 떨어지겠지만 그것이 곧 수익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장기가입자 확보에 따른 마케팅 비용 절감도 기대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이통사의 발표 중 눈 여겨 볼 내용은 SK텔레콤의 1초당 과금 방식으로의 요금체계 변경이다. 이는 기존 10초 단위의 과금 방식을 이용한 만큼만 지불하는 방식으로 바꾼 '친소비자'적인 발상으로, 이 같은 결정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10초당 과금을 1초로 바꾼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요금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며 "13년 만에 제도적인 변화가 이루어 졌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각 사업자의 관련 요금인하 방안과 보조금 대신 통화료를 할인 받는 방안도 앞으로 주목해 볼 만 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요금인하 방안은 반쪽의 성공이다. 초당 과금제의 도입과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시도는 바람직하지만, 이용자의 피부에 와닿는 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할 사업자간 경쟁을 정부가 나서서 주도한 점도 오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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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섭 방통위 국장은 "KT와 LG텔레콤의 초단위 과금체계 변경이나 발신자번호표시 무료화 등에 대해 더이상 행정지도를 하지는 않겠다"며 "이번에는 불가피했지만 (행정지도가) 처음이었고 자주할 수도 없다. 시장경쟁 촉진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요금 인하를 고려하고 있었지만 이번 방안은 다소 급하게 내놓은 면도 없지 않다"며 "요금 인하 여력이 부족한 사업자도 구색을 맞추기 위해 방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