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나를 달아 주시니 그렇게 잘 나온다우. TV도 많이 보는데 화면이 잘 나오니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우.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가입자수는 1천700만명을 넘어섰다. 서울 등 대도시는 유료방송을 이용하지 않는 가정을 찾기가 힘들 정도.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과 매체의 홍수 속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 빠져 있는 것이 바로 현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국에 흩어져 있는 산간벽지, 낙도 등은 유료방송은 커녕 공중파 방송도 제대로 시청하기 힘든 난시청 상황에 놓여있다. 당장 약 3년 뒤(2013년 1월1일)부터 시작되는 디지털 전환에 원천적으로 소외된 국민이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악지대가 많아 자연적 이유로 인한 난시청 지역이 전국 68만여 세대에 달한다. 이런 지역은 큰 마음 먹고 디지털TV를 구매해도, 공중파 방송 시청이 불가능하다. 전파 수신이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중 10%에 해당하는 6만8천 세대는 절대난시청가구로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돈 들여 유료방송에 가입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한국방송공사(KBS)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2005년부터 절대 난시청가구에 개별 위성수신기를 직접 설치해주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까지 약 4만9천 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올해부터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가 합류, 개별 위성수신설비를 가정에 무료로 설치해주고 있다. 올해에 1만여 세대가 혜택을 받았으며, 내년까지 절대난시청가구가 모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전라북도 진안군 안천면 백화리 중리마을. 총 40세대에 74명이 거주하며, 복분자와 고추 등을 생산해 생계를 이어가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요즘 농촌마을이 다 그렇듯 중리마을에서도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려운 살림살이의 독거노인들도 많다.
찾는 이 많지 않은 산간벽지 농촌에서, 살림살이도 넉넉치 않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TV는 더없이 좋은 친구가 돼 준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수신상태가 좋지 않아 지상파 방송 조차 제대로 시청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다.
중리마을에 거주하는 황관주 할아버지(79세)도 그렇다. 아니 최근까지는 그랬다는게 맞는 표현이겠다. 지난 주 방송통신위원회와 KBS 등이 중리마을에 찾아와 박옥분 할머니 댁 등 총 4개 가구에 개별 위성수신기를 설치해 준 덕분에 이제 8개의 채널(KBS1·2, 전주MBC, EBS, 지역민방, KTV, 국회방송, OUN)을 깨끗한 화질로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채널도 한 두개 나올까 말까였고,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그렇게 잘 나올 수가 없다우. 평소에 TV도 많이 보는데 참 고맙수.
방 안에서는 인기 많은 한 방송 진행자가 명랑한 목소리로 프로그램을 이끄는 목소리가 바깥까지 경쾌하게 흘러 나온다. 위성방송수신기를 설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소박한 살림살이와 왠지 어울리지 않는 스카이라이프 접시 안테나가 이채롭다.
이번에는 중리마을과 자동차로 약 20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전북 진안군 상전면 수동리 내송마을을 찾았다. 중리마을보다 적은 34세대 총 54명이 거주하는 산골마을이다. 마을입구에 자리잡은 호수와 산세가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처럼 수려한 곳이다.
내송마을의 경우에도 공중파 방송 직접 수신이 어렵다. 이에 따라 마을회관에 설치한 공시청 안테나를 통해 모든 세대가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공시청 안테나가 전파를 수신해 유선 케이블로 연결된 각 가정에 방송을 송신하는 형태다.
관련기사
- TV 난시청 1만세대에 위성수신기 무료 보급2009.09.14
- 디지털 전환 소홀, '방송사 문 닫아'2009.09.14
- TV '절대난시청' 가구 사라진다2009.09.14
- 길종섭 케이블TV협회장 "디지털 전환, 책임진다"2009.09.14
이날은 기존 아날로그 공시청 시설을 디지털 방송용 안테나 방송설비로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내송마을 마을회관에는 이날 46인치 디지털TV가 기증돼 마을주민들이 모여 깨끗한 화질의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전북 진안군은 산악 지형으로 방송전파 수신장애가 많아 아날로그 방소 공시청시설이 20여 개소나 있다. 전국에는 이런 곳이 총 506곳 있으며, 전북 지역에만 전국의 약 20%인 97개소가 있다. 방통위와 KBS는 내송마을을 시작으로 앞으로 2~3년간 총 50억원을 들여 아날로그 시설을 디지털 시설로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